도멘 루이 부아요(Domaine Louis Boillot)는 2002년 루이 부아요가 샹볼 뮈지니 마을에 설립한 도멘이다. 원래 즈브레 샹베르탱 마을에 위치한 아버지의 와이너리 도메인 루시앙 부아요(Domaine Lucien Boillot)에서 동생과 함께 일하다가, 아버지 사후 포도밭을 분할하여 아내가 있는 샹볼 뮈지니로 왔다. 현재 그의 아내 기슬랭 바토(Ghislaine Barthod)는 별도 도멘을 운영하고 있는데, 포도밭 관리팀은 공동으로 활용하지만 양조 및 판매는 철저히 분리해 진행한다. 아들 클레망(Clément)은 본에서 양조를 공부한 후 캘리포니아의 칼레라(Calera), 보르도의 뷰 샤토 세르탕(Vieux Chateau Sertan)등 훌륭한 와이너리들에서 경력을 쌓고 2014년부터 부부를 도와 양조에 참여하고 있다.
도멘 루이 부아요는 즈브레 샹베르탱을 비롯한 코트 도르 전역과 보졸레 등에 20개가 넘는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50년으로 매우 높으며, 그중에는 해당 아펠라시옹 최고 수령의 포도밭도 있다. 이런 올드 바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포도밭은 뤼트 레조네(lutte raisonnée) 방식으로 관리하며, 화학비료, 제초제,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해 꼼꼼히 선별하며 가지를 제거한 후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한다. 양조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은 최소화하며, 숙성 시 사용하는 새 오크의 비율 또한 20-30%를 넘지 않는다. 테루아를 온전히 드러내며, 섬세하고 절제된 클래식 부르고뉴 와인을 만드는 것이 루이 부아요의 양조 철학이다.
그런데 레이블에 적힌 '레 제프노트'라는 밭 이름이 매우 낯익다. 뽀마르(Pommard)에 레 제프노(Les Epenots)라는 비슷한 이름의 포도밭이 있지 않나?
맞다. 위 지도에는 표시하지 않았지만, '레 제프노트'의 남서쪽에 인접해 길게 뻗은 포도밭들이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 '레 제프노'이다. 왜 '들'이라고 표현했냐면, 바로 인접한 쪽에는 '레 쁘띠 제프노(Les Petits)'가, 그리고 그 남쪽으로 '레 그랑 제프노(Les Grands Epenots)'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 제프노트 서쪽으로는 같은 이름의 프르미에 크뤼 구획이 인접해 있다. 이 와인이 생산된 곳은 이름도 같은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프르미에 크뤼가 되지 못한 비운의 구획인 셈. 지못미...
Domaine Louis Boillot & Fils, Beaune 'Les Epenotes' 2017 / 도멘 루이 부아요 에 피스, 본 '레 제프노트' 2017
향긋한 붉은 꽃 아로마, 싱싱한 붉은 자두 풍미에 구수한 오크 뉘앙스와 담배 힌트가 가볍게 감돈다. 입에서는 많진 않지만 살짝 까칠한 타닌과 생생한 산미가 만나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어린 느낌. 그래도 리델 파토마노 피노 누아 글라스에서 빡세게 스월링을 해 주니 붉은 꽃향기와 과일 풍미가 나름 아름답게 피어나더라는. 그래도 조금 더 숙성해서 마실 걸... 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런데 함께 마신 알렉스 감발 볼네(Alex Gambal Volnay)는 같은 빈티지인데도 완전히 잘 풀려서 엄청 향긋하던데... 이것은 테루아의 문제일까, 생산자의 문제일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