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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77. 스크리밍 이글의 똘똘한 동생들, 호나타 & 더 힐트 (Jonata & The Hilt)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6. 3.

스크리밍 이글은 몰라도 호나타와 더 힐트는 충분히 사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이 와인들이 더 내 취향에 맞는 스타일. 특히 이스테이트 샤르도네는 어린 빈티지를 바로 마셔도 상당히 즐겁다. 반면 피노 누아의 경우 싱글 빈야드 와인을 사서 일정 기간 숙성 후에 마시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엘 알마 데 호나타는 한 번 쯤은 꼭 마셔 보길 강추.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스크리밍 이글의 똘똘한 동생들, 호나타 & 더 힐트 (Jonata & The Hilt)

어난 형제자매가 있다는 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비교당하기 십상이니까. 게다가 그 형제자매가 상위 0.01%급 천재라면 더욱 그렇다. 호나타(Jonata)와 더 힐트(The Hilt)가 딱 그런 상황이다. 언니가 최고의 컬트 와인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이니 천재 언니와 비교되는 동생들의 서러움이 얼마나 클까. 하지만 이 동생들, 제법 똘똘하다. 그냥 똘똘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수재들이다. 특출난 개성과 품격을 갖춘 호나타와 더 힐트는 천재 언니 스크리밍 이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 스크리밍 이글 / 호나타 / 더 힐트 와인 레이블 ]

호나타와 더 힐트의 소유주는 미국 스포츠 재벌 스탠리 크로엔키(Stanley Kroenke)다. 한국인들도 익히 아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명문 구단 아스날(Arsenal F.C.)의 대주주이며, 2022년 NFL 우승에 빛나는 미식축구팀 LA 램스(LA Rams)도 보유하고 있다. BTS 콘서트가 열렸던 소피 스타디움(SoFi Stadium)이 LA 램스의 홈구장이다. 이외에도 쟁쟁한 스포츠 팀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스탠리 크로엔키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와인에도 진심인 모양이다. 스크리밍 이글을 매입한 것이 2006년인데, 그 이전부터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그가 낙점한 곳은 캘리포니아 남부 산타 바바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 당시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와인 산지였다. 2005년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의 배경으로 산타 바바라가 등장했을 때도 국내에선 '나파도, 소노마도 아니고, 저긴 어디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스탠리 크로엔키는 산타 바바라 카운티의 서늘한 기후와 개성적인 테루아에서 정상급 와인이 나올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훌륭한 테루아가 그냥 와인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그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 줄 와인메이커가 필요하다. 그런데 땅 보는 눈과 사람 보는 눈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맷 디즈(Matt Dees)를 와인메이커로 전격 발탁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2004년 맷 디즈가 호나타에 합류한 후 만든 호나타의 와인들은 와인 평론가와 애호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귀한 몸이 되었다. 특히 그가 합류한 다음해 양조한 '엘 알마 데 호나타(El Alma de Jonata)' 2005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Jr.)로부터 95점을 받으며 명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에 나라셀라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공식 수입되는 엘 알마 데 호나타가 반가운 이유다. 그리고 이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맷 디즈가 직접 한국을 찾았다.

 

[ 호나타 & 더 힐트의 와인메이커, 맷 디즈 ]

맷 디즈는 호나타와 더 힐트 와이너리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미국 버몬트 대학에서 토양 과학을 전공한 후, 나파 밸리의 컬트 와이너리 스태글린(Staglin), 뉴질랜드 혹스 베이의 크래기 레인지(Craggy Range)에서 일하며 와인메이킹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특히 그는 진한 과일 풍미가 묵직하게 드러나는 나파 밸리 와인과 구조감을 갖췄으면서도 가볍고 산뜻한 혹스 베이 와인의 테루아 차이에 주목했다. 이런 경험들은 호기심이 많고 자연 친화적인 그의 성격과 맞물려 포도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와인 양조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 그는 포도밭의 개성을 와인의 구조, 질감, 풍미를 통해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와인메이커다.

그가 선호하는 와인은 과일 풍미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신맛이 살아있고 구조감이 탄탄한 스타일이다. 이는 호나타와 더 힐트가 자리 잡은 산타 바바라 테루아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호나타의 포도밭이 위치한 지역은 산타 바바라의 세부 산지 중 하나인 발라드 캐년(Ballard Canyon)이다. 발라드 캐년은 약 3km 길이의 협곡으로, 북쪽은 굴곡진 지형에 고도가 높은 반면 남쪽으로 갈수록 완만한 구릉지대가 펼쳐지며 바다로부터 바람과 안개가 유입된다. 특히 호나타의 포도밭은 해발 200-300m의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펼쳐져 있는데, 위치에 따라 다양한 미세기후를 보인다. 때문에 설립 초기엔 각 구획별로 어떤 품종이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시라(Syrah),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산지오베제(Sangiovese) 등 10개의 다양한 품종을 식재했다. 발라드 캐년은 2010년에야 AVA로 지정되었기에, 다양한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이는 호나타 와인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형성하는 기틀이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축복이 된 셈이다. 

 

[ 호나타의 포도밭과 카리가 샌드 ]

호나타가 보유한 토지는 240 헥타르에 이르지만, 약 33 헥타르의 엄선된 땅에만 포도밭을 조성했다. 주변 산지가 대부분 석회질 토양인 반면, 호나타의 포도밭은 카리가 샌드(Careaga Sand)라는 직사각형 모양의 모래로 구성돼 있다. 맷 디즈가 호나타의 포도밭을 소개하며 “Sand, Sand, Sand!”라고 반복해 언급했을 정도로 명확한 개성을 드러내는 토양이다. 카리가 샌드는 일반적인 모래 토양보다 더욱 척박하고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포도 재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잘만 다루면 최고급 포도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포도밭이 바다에서 가까워 기온은 서늘한데 햇볕은 강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풍미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신선한 신맛을 겸비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맷 디즈는 “이런 포도의 목소리를 듣고 그대로 와인을 만들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호나타는 원주민의 옛 언어로 커다란 오크 나무를 뜻하는데, 현재 와인업계에 우뚝 서 있는 호나타의 위상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 산타 리타 힐 & 발라드 캐년 지도 ]

더 힐트는 호나타를 생산하는 발라드 캐년의 바로 서쪽에 위치한 산타 리타 힐스(Sta. Rita Hills)에 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여름 최고 기온이 30℃를 밑돌 정도로 서늘한 기후를 지닌 곳이다. 토양 또한 바다에서 유래해 칼슘 함량이 높고 척박한 석회질 중심이다.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생산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산타 리타 힐스 남서쪽 구석의 산기슭에 위치한 더 힐트의 포도밭은 한류가 흐르는 바다에서 2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차가운 바람의 영향에 그대로 노출된다. 덕분에 생산량은 적지만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맷 디즈는 “더 힐트의 와인에서 드러나는 긴장감과 생동감, 에너지는 바로 이 테루아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힐트의 첫 빈티지는 2008년이다. 초기에는 산타 리타 힐스의 다양한 지역에서 포도를 구매해 와인을 양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적의 포도밭을 꾸준히 탐색했고, 2014년 벤트록(Bentrock), 라디안(Radian) 등의 포도밭을 사들이며 자신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벤트록 빈야드는 해발 150m 부근의 완만한 언덕에 위치해 일조량이 풍부하며, 충분한 당도와 산도를 겸비한 포도를 생산한다. 라디안 빈야드는 해발 210m의 산기슭에 위치한다. 경사가 45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고 바위가 많으며 지형이 울퉁불퉁해 다양한 미세 기후를 띤다. 멧 디즈는 “더 힐트의 샤르도네는 우아하면서도 활기찬 스타일, 피노 누아는 짙은 컬러와 타닌, 토양 뉘앙스와 향수 같이 화사한 향을 지닌 스타일을 추구한다”라고 밝혔다.

 

[ 더 힐트 와이너리 포도밭 전경 ]

다른 국가를 방문할 계획 없이 오직 한국만을 위해 미국에서 먼 거리를 날아온 맷 디즈. 첫날부터 한식을 즐겼다는 그는 “한국식 바비큐와 전복삼계탕이 질투가 날 정도로 훌륭하다”며 이런 음식들과 호나타, 더 힐트 와인들을 함께 마셔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디너가 열린 페어몬트 호텔 레스토랑 마리포사의 정찬과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궁합을 보였지만,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와인은 와인 자체만으로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좋은 음식을 곁들여 좋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와인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호나타와 더 힐트의 와인들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더 힐트, 이스테이트 샤르도네 The Hilt, Estate Chardonnay  2019

향긋한 노란 꽃향기와 상큼한 레몬 크림, 후지 사과, 황도 같은 잘 익은 노란 과일 풍미가 토스티한 오크 뉘앙스, 미네랄 힌트와 함께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입에 넣으면 신맛과 알코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한 모금 두 모금 술술 넘어간다.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 없는 기분이랄까. 맷 디즈는 더 힐트 에스테이트 샤르도네의 개성을 형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시트러스 풍미, 구조감, 그리고 바다에서 유래한 미네랄리티'를 언급했다. 성게알 같은 해산물과 곁들여 마시면 아주 좋다고.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재배한 샤르도네 100%로 양조하며, 프렌치 오크(34% new) 90%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10%에서 11개월 숙성한다.  

 

더 힐트, 벤트록 샤르도네 The Hilt, Bentrock Chardonnay 2019

향긋한 흰 꽃 향기, 사과, 청포도, 백도, 살구, 아몬드, 갓 구운 휘낭시에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섬세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견고한 구조감과 깊이 있는 풍미, 우아한 질감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깔끔한 신맛을 타고 이어지는 피니시와 영롱한 미네랄리티의 여운 또한 매력적이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5~10년 정도 숙성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변화해 갈 와인이다. 중용의 미덕을 지닌 프리미엄 샤르도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벤트록 빈야드에서 재배한 샤르도네 100%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67% new)에서 12개월 숙성한다.

 

더 힐트, 이스테이트 피노 누아 The Hilt, Estate Pinot Noir 2019

체리와 라즈베리, 블랙베리의 달콤한 풍미에 은은한 허브와 토양 뉘앙스가 감돈다. 입에 넣으면 부들부들한 타닌과 농축적인 과일 풍미가 깔끔한 신맛과 함께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답게 두꺼운 껍질에서 유래한 비교적 짙은 컬러와 촘촘한 타닌이 인상적이다. 몇 년 정도 숙성 후에 마시면 더욱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맷 디즈는 “차가운 바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피노 누아의 껍질이 두꺼워졌으며, 햇볕이 잘 들어 잘 익은 과일 풍미 또한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100%로 양조해 프렌치 오크(8% new)에서 11개월 숙성한다. 

 

더 힐트, 라디안 피노 누아 The Hilt, Radian Pinot Noir 2019

은은한 플로럴 허브 향기에 홍차 뉘앙스, 후추 같이 톡 쏘는 스파이스 힌트가 가볍게 어우러지며 상쾌한 첫인상을 남긴다. 입에서는 신선한 신맛, 벨벳 같은 타닌과 검은 체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등 밀도 높은 베리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의 와인으로, 가벼운 토스티 뉘앙스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맷 디즈는 “라디안 빈야드는 가장 척박하고 극심한 기후를 보이는 포도밭으로, 포도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결과 힘과 복합미를 겸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라디안 빈야드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 100%로 양조해 중성적 성격의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했다. 

 

 

호나타, 토도스 Jonata, Todos 2018

밀도 높은 블랙베리, 블루베리 풍미를 남불 허브, 민트 등 시원한 허브 향기가 세련되게 감싸 안는다. 뒤이어 바이올렛, 톡 쏘는 후추, 매끈한 프룬 등 다양한 풍미가 다층적으로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시라(Syrah) 품종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함께 사용한 다양한 품종들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조화로운 와인이 되었다. 토도스는 '모두(everyone)'라는 의미로, 맷 디즈는 “하나의 품종이 아닌 호나타 그 자체를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시라 50%에 카베르네 소비뇽, 쁘티 시라(Petite Sirah) 등 호나타에서 재배하는 10가지 품종을 모두 블렌딩해 양조했다. 

 

호나타, 엘 알마 데 호나타 Jonata, El Alma de Jonata 2018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같은 짙은 베리 풍미와 드라이한 다크 초콜릿의 심오함이 향긋한 오크 뉘앙스와 하모니를 이루며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고 우아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시간이 지나며 화사한 라벤더, 세이버리한 블랙 올리브, 은은한 허브와 스파이스, 가죽 같은 뉘앙스가 차례로 드러나며 복합적인 느낌을 더한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경건하게 마실 수밖에 없었던 와인으로, '호나타의 영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품격을 지녔다. 구할 수 있다면 10년 이상 숙성 후 즐길 것을 추천한다. 카베르네 프랑 62%를 중심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21%, 메를로(Merlot) 17%를 블렌딩해 양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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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형제자매가 있다는 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비교당하기 십상이니까. 게다가 그 형제자매가 상위 0.01%급 천재라면 더욱 그렇다. 호나타(Jonata)와 더 힐트(The Hilt)가 딱 그런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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