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위에 선명한 이니셜, VB.
도멘 뱅상 부즈로, 부르고뉴 알리고테(Domaine Vincent Bouzereau, Bourgogne Aligote). 휴일 저녁의 와인으로 뭘 마실까 하다가 저녁 메뉴인 감바스와 샤퀴테리에 맞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요 녀석을 골랐다.
10년 전만 해도 시중에서 알리고테를 찾기가 참 어려웠다. 샤르도네에 비해 열등한 품종으로 여겨졌기 때문. 당시엔 부르고뉴 샤르도네도 충분히 저렴했기에 굳이 알리고테를 취급할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일부 네고시앙이나 무명 도멘의 와인을 제외하면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명 생산자들의 알리고테, 혹은 꼬또 부르기뇽(Coteaux Bourguignon)이나 파스투그랭(Passetoutgrains) 등이 속속 수입되고 있다. 부르고뉴 현지에서 소비되던 것들 조차 명성을 등에 입고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듯. 일견 입맛이 쓰지만, 그나마 이런 거라도 수입되어서 나 같은 사람이 데일리로 부르고뉴를 마실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부즈로(Bouzereau) 가문은 뫼르소를 기반으로 오랜 세월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어 온 집안이다. 뱅상 부즈로가 6대째이며, 그의 여섯 자손들 또한 가문의 전통을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아내 알린(Aline) 또한 부르고뉴 와인상 가문의 딸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와인을 접해 왔다고.
꼬뜨 드 본(Cote de Beaune)의 8개 마을에 10 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레지오날부터 그랑 크뤼까지 다양한 와인은 물론 핀(Fin)과 마크(Marc) 등 증류주까지 생산한다.
안주 세팅. 세스크 멘슬의 햄은 진리다.
할라피뇨 고추잼을 곁들여 봤다. 어떤 건가 궁금해서 사 봤는데 새콤 달콤 매콤한 소스에 가깝다. 햄의 살짝 거슬리는 육향을 잡아 주는 데 효과적인 듯. 재미 삼아 곁들이기 괜찮다.
잠봉, 참피오네 부어스트, 할라피뇨 부어스트, 카슬러햄 등 네 가지 햄과,
할라피뇨 잼, 씨겨자 소스, 오이 피클을 곁들여 간단한 샤퀴테리 보드 완성.
감바스는 거들 뿐.
풀떼기는 고기 먹을 때 심심하지 말라고 곁들이는 것.
이제 와인을 오픈할 시간.
디암 5 코르크를 사용했다. 적절한 선택.
Domaine Vincent Bouzereau, Bourgogne Aligoté 2021 / 도멘 뱅상 부즈로, 부르고뉴 알리고테 2021
반짝이는 옐로 그린 컬러. 코를 대면 상쾌한 허브 힌트가 곁들여진 향긋한 흰 꽃 향기가 스친다. 입에서는 은근한 백도 풍미에 곁들여지는 레몬 커드. 신맛이 쨍하게 찌르기보다는 온화하게 드러나며, 미감 또한 산뜻하면서도 부드럽다. 가볍고 발랄하기보다는 온화하고 차분한 인상의 알리고테. 기대와는 사뭇 달랐지만, 제법 마음에 들었다. 호불호를 거의 타지 않을 것 같은 스타일.
뫼르소의 평지에 있는 석회 점토질 토양의 두 구획에서 지속 가능 농법으로 재배한 알리고테를 손 수확해 사용한다. 하나는 집안에서 물려받은 구획으로 평균 70년 수령이며, 나머지는 1990년대 뱅상이 독립할 때 구입한 구획으로 평균 30년 수령이다. 발효 및 숙성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를 절반씩 사용하는데, 신선한 과일 풍미를 살림과 동시에 은근 산화 뉘앙스를 주기 위해서라고. 테루아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배양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한다. 숙성 기간은 약 12개월 정도이며, 빈티지 성격에 따라 필요할 때만 여과 후 병입한다.
역시 샤퀴테리와 알리고테는 탁월한 선택. 가벼운 내 주머니를 위해서도 역시 탁월한 선택.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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