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와인 기획 기사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 원래는 마가렛 리버나 태즈메이니아, 헌터 밸리(세미용) 등을 콕 집어서 소개하려는 의도였는데, 바로사를 제외한 주요 지역의 개괄 형식으로 기획이 변경되었다. 하긴,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바로사 쉬라즈 외에는 전반적으로 낯설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 역시 의미 있는 기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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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따라, 호주 와인 대탐험 (5)] 다양한 호주 와인 산지로 떠나자
호주 와인 하면? 쉬라즈(Shiraz). 쉬라즈 하면?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와인 애호가라면 거의 자동으로 나오는 대답이다. 하지만 호주 와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바로사의 쉬라즈가 호주 와인을 세계 지도 위에 올려놓은 1등 공신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호주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며 개성을 담은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미 지난 기사에서 호주 와인에 사용되는 다양한 품종들에 대해 확인한 바 있다. (☞ 호주 와인 어디까지 마셔봤니? 쉬라즈 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하여)
이번에는 호주의 주요 산지들을 확인할 차례다. 서쪽의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부터 남쪽의 쿠나와라(Coonawarra)와 야라 밸리(Yarra Valley), 태즈메이니아(Tasmania)를 지나 동쪽의 헌터 밸리(Hunter Valley)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와인들로 가득한 호주의 와인 산지들로 떠나 보자.
클레어 밸리(Clare Valley), 그리고 이든 밸리(Eden Valley)
바로사 밸리 북단에 위치한 클레어 밸리는 쉬라즈(Shiraz),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으로 풀바디 레드 와인들을 생산한다. 이들은 바로사 밸리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와인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리슬링(Riesling)이다. 클레어 밸리는 남북으로 늘어선 계곡으로, 포도밭은 주로 해발 250–550m에 있다. 토양은 크게 11개 유형으로 구분할 정도로 다양하다. 예컨대 워터베일(Watervale)을 비롯한 남부는 석회석 위에 테라 로사(terra rossa) 토양이 덮여 있고, 북쪽의 폴리시 힐 리버(Polish Hill River) 인근은 잘게 부서진 점판암이 주를 이룬다. 기후는 온화한 대륙성을 띤다. 따뜻하지만 일교차가 크며, 특히 남부 지역은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만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의 영향으로 서늘하다. 이는 포도의 신맛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며, 호주 최고의 리슬링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클레어 밸리 리슬링은 드라이하며 견고한 스타일로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장기 숙성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
바로사 밸리 바로 동쪽에 인접한 이든 밸리 또한 리슬링 산지로 유명하다. 해발 고도는 250~650m로 바로사 밸리에 비해 높으며, 그만큼 더 서늘하기 때문에 리슬링 생산에 유리하다. 이든 밸리 리슬링은 어릴 때는 향긋한 꽃향기와 미네랄 노트가 두드러진다. 숙성하면 토스티 뉘앙스가 그윽하게 드러난다. 빼어난 리슬링을 생산하는 이든 밸리와 클레어 밸리, 두 지역의 리슬링을 비교하며 마셔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팀 아담스, 클레어 밸리 리슬링 Tim Adams, Clare Valley Riesling
은은한 꽃향기와 함께 백도, 흰 자두 등 잘 익은 핵과 풍미가 섬세하지만 명확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적절한 드라이 미감과 함께 아삭한 사과, 신선한 핵과 풍미와 시트러스 같은 신맛, 시냇물 같이 영롱한 미네랄 힌트가 조화를 이룬다. 탄탄한 구조와 깔끔한 여운이 매력적인 리슬링. 압착 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프리런 주스만 저온 발효해 신선한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낸다. 와인 자체도 훌륭하지만 가벼운 샐러드나 해산물, 생선회, 치킨이나 돼지고기 등 다양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팀 아담스는 클레어 밸리에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리슬링 외에 빼어난 쉬라즈도 생산한다.
파이크, 힐스 & 밸리 리슬링 Pikes, Hills & Valleys Riesling
가벼운 흰 꽃 향기와 시트러스, 감귤, 핵과 등 밝고 신선한 과일 풍미가 매력적으로 피어난다. 입에서는 상큼한 신맛과 함께 가벼운 과일 맛이 은은한 미네랄 노트와 어우러져 맑고 깨끗한 인상을 남긴다. 가벼운 알코올 도수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칼라마리 등 해산물 요리는 물론 태국이나 중국음식 등 스파이시한 아시안 푸드와도 잘 어울린다. 파이크는 클레어 밸리에 1984년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단기간에 높은 품질로 명성을 쌓았다.
펜폴즈, 빈 51 이든 밸리 리슬링 Penfolds, BIN 51 Eden Valley Riesling
레몬, 라임 등 시트러스의 상큼한 향에 버베나, 레몬그라스 등 신선한 허브 힌트가 은근하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깔끔한 신맛과 깨끗한 미네랄리티가 시트러스, 백도, 열대 과일 풍미와 조화를 이루며 리슬링의 순수함을 표현한다. 은은하게 감도는 플로럴 허브의 여운과 가볍게 쌉쌀한 피니시 또한 매력적. 어릴 때 마셔도 좋지만 장기 숙성도 가능한 프리미엄 리슬링이다. 다양한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기 좋다. 펜폴즈는 그랜지(Grange)로 유명한 호주의 국보급 와이너리로, 프리미엄 와인부터 에브리데이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애들레이드 힐즈(Adelaide Hills)
애들레이드 힐즈는 남쪽으로 맥라렌 베일(McLaren Vale)과 맞닿아 있다. 포도밭은 해발 230–650m에 조성돼 있으며, 일부는 호주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포도밭에 속한다. 가파르고 복잡한 계곡 지형 덕분에 미세기후가 다양한 것이 특징. 전반적으로 온화하지만 고도가 높은 지역은 서늘한 기후를 보이며, 여름에도 밤공기가 상당히 차다. 강수량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 겨울에 내리기 때문에 포도 재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토양은 회갈색 또는 갈색 이회토에 모래가 섞여 있으며, 일부 지역은 거의 모래질 토양이다. 저지대일수록 토양이 묵직해 포도나무가 활발히 자라는 반면, 고지대는 돌이 섞인 토양으로 배수가 잘 돼 풍미가 응집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애들레이드 힐즈를 대표하는 품종은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피노 누아(Pinot Noir), 쉬라즈 등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것들이다. 특히 신선한 신맛과 싱그러운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샤르도네는 꼭 기억하길 바란다.
쇼 앤 스미스, 엠쓰리 샤도네이 Shaw & Smith, M3 Chardonnay
향긋한 흰 꽃 향기, 천도복숭아, 백도, 살구 등 다양한 핵과 향기에 구운 견과, 누가, 바닐라 오크 뉘앙스가 곁들여져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입에서는 풍부한 과일 맛과 상큼한 시트러스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 기품 있으면서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모던한 스타일의 샤르도네. 손 수확한 포도를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발효한 후 9개월 동안 숙성했다. 생선 스테이크 등 해산물을 사용한 정찬 요리에 곁들일 만하다. 쇼 앤 스미스는 호주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마이클 힐 스미스(Michael Hill Smith)가 그의 사촌인 와인메이커 마틴 쇼(Martin Shaw)와 함께 애들레이드 힐스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페탈루마, 화이트 라벨 아델레이드 힐 샤도네이 Petaluma, White Label Adelaide Hills Chardonnay
가벼운 토스티 뉘앙스가 스친 후 열대 과일과 백도, 바닐라 등 달콤한 아로마가 전반을 지배한다. 입에서는 시트러스 산미와 핵과 풍미, 은근한 유산 힌트가 공존하며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달콤한 풍미가 이어진다. 밸런스가 좋고 산뜻해 편안한 미감을 선사하는 미디엄 바디 샤르도네. 절반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나머지는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5개월 숙성했다. 연어, 참치 등 생선은 물론 닭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페탈루마(Petaluma)는 1976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와인 산지별 최적 품종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쿠나와라(Coonawarra)
남호주에서도 남쪽 끝자락인 라임스톤 코스트에 위치한 쿠나와라는 테라 로사 토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석회암의 풍화 작용으로 생성된 테라 로사는 산화된 철분이 많아 붉은빛을 띤다. 특히 쿠나와라는 넓게 펼쳐진 평지의 부드러운 석회암층 위를 테라 로사가 덮고 있어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다. 또한 바다에서 약 100km 거리에 있어 온화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여름은 건조하고 다소 서늘해, 포도가 완숙하면서도 산미와 타닌을 유지하기에 좋다. 때문에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Merlot), 쉬라즈 등 풀바디 레드 와인을 생산하기에 알맞다. 쿠나와라는 특히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로 유명하다. 쿠나와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자두, 검은 체리 풍미에 곁들여지는 은은한 토양 뉘앙스가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하며, 촘촘한 타닌과 신선한 산미가 만들어내는 구조감은 장기 숙성형 프리미엄 레드 와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레드 와인 애호가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역이다.
펜리 에스테이트, 피닉스 카베르네 소비뇽 Penley Estate, Phoenix Cabernet Sauvignon
잘 익은 자두, 특징적인 블랙커런트 풍미에 은은한 흑연과 삼나무 뉘앙스, 감초, 톡 쏘는 스파이스, 민트 허브 아로마가 곁들여진다. 입에서는 촘촘한 타닌이 드라이한 인상을 선사하며 적절한 신맛이 조화를 이뤄 단단한 구조를 형성한다.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6개월 추가 숙성한다. 각종 육류 요리, 다양한 치즈, 파스타, 피자, 햄버거, 한식 등 다양한 음식에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이다. 펜리 에스테이트는 펜폴즈(Penfolds)와 톨리(Tolley) 두 와인 명가의 자손들이 쿠나와라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발네이브스 오브 쿠나와라 더 탈리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Balnaves of Coonawarra, The Tally Reserve Cabernet Sauvignon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프룬 등 완숙한 검은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며, 감초 향과 함께 특징적인 토양 뉘앙스가 명확히 감돈다. 묵직한 풀바디 와인이지만 풍성한 과일 풍미 덕분에 편안하게 느껴진다. 길게 이어지는 모카 초콜릿 피니시 또한 매력을 더한다. 빈티지 성격에 따라 새 오크 사용 비율과 숙성 기간이 달라지며, 어떤 빈티지든 최소 10년 이상의 병 숙성 잠재력이 있다. 두툼하게 구운 스테이크와 곁들이길 추천한다. 발네이브스 오브 쿠나와라는 1975년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보유한 포도밭의 포도만 사용해 쿠나와라의 테루아를 완벽히 드러내는 와인을 만든다.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
호주 남서쪽 끝에 위치한 마가렛 리버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와인 산지다. 생산량 또한 많지 않다. 하지만 50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 애호가들이 주목하는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서 명성을 확립했다. 마가렛 리버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으로 청정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토양은 주로 적색 양토와 화강암, 편마암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척박하고 배수가 잘 돼 좋은 품질의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확연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때문에 종종 보르도에 비견되는데, 실제 카베르네 소비뇽, 세미용(Semillon), 소비뇽 블랑 등 보르도 품종으로 최고급 와인을 생산한다. 이외에 르윈 아트 시리즈 샤르도네(Leeuwin Art Series Chardonnay)로 명성을 떨친 샤르도네 또한 주목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마가렛 리버의 와인은 우아함과 넉넉함을 갖춘 클래식한 와인의 전형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너두, 엑스무어 샤르도네 Xanadu, Exmoor Chardonnay
멜론, 파인애플, 백도, 서양배 등 다양한 과일의 달콤한 풍미에 라임, 자몽 등 시트러스의 상큼함이 더해진다. 신선한 산미와 상쾌한 허브 뉘앙스, 가볍게 드러나는 바닐라 힌트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미디엄 바디의 편안한 와인으로 매일 저녁 식사와 즐기기 적당하다. 80%는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2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젖산 발효 없이 9개월 숙성한다. 해산물, 소시지, 돼지고기 등과 잘 어울린다. 제너두는 1977년 존 라간(John Lagan)이 설립한 와이너리로, 와인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로부터 꾸준히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컬런,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Cullen, Cabernet Sauvignon Merlot
향긋한 장미와 제비꽃 향, 검붉은 체리와 베리 풍미, 향긋한 바닐라와 초콜릿 뉘앙스가 각기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실키한 타닌과 깔끔한 산미가 탄탄한 구조를 이루며, 신선한 과일 풍미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10년 이상 숙성 잠재력이 있는 와인이지만 출시 직후 바로 마셔도 즐겁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Cabermet Franc) 등 보르도 품종들을 블렌딩 하는데, 블렌딩 비율과 오크 숙성 기간은 빈티지에 따라 다르다. 양고기, 쇠고기는 물론 송어나 연어 스테이크와 곁들여도 좋다. 컬런은 서호주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로 케빈 & 다이아나 컬런(Kevin & Diana Cullen) 부부가 1966년 설립했다. 그들의 다이아나 매들린(Diana Madeline)은 호주 최고의 명품 와인 중 하나다.
헌터 밸리(Hunter Valley)
호주 동쪽에 위치한 헌터 밸리는 호주 최초의 상업적 와인 산지다. 호주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포도밭이 조성된 시기는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는 곳이다. 토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로어 헌터 밸리(Lower Hunter Valley)는 모래질 충적토 평지부터 깊게 쌓인 양토와 부서지기 쉬운 적색 이중층 토양까지 다양하다. 강과 계곡이 많은 어퍼 헌터 밸리(Upper Hunter Valley)는 알칼리성 점토와 양토 위에 흑색의 미사토질 양토가 덮여있다. 봄과 여름에는 따뜻하고 습하며 가을, 겨울에는 서늘한 밤이 지속된다.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샤르도네이며, 쉬라즈 또한 잘 자란다. 하지만 헌터 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품종은 역시 세미용이다. 특히 모래질 충적토양에서 잘 자라는 헌터 밸리 세미용은 산미가 높아 장기 숙성에 적합하다. 10년 이상 숙성하면 빵이나 비스킷 같은 구수한 풍미로 애호가들을 매혹한다. 반드시 경험해 보길 강력 추천한다.
티렐, 헌터 밸리 세미용 Tyrrell's, Hunter Valley Semillon
향긋한 꽃내음과 허브 뉘앙스가 신선한 시트러스, 서양배 아로마와 어우러져 고혹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새콤한 신맛이 피니시까지 이어지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몇 년간 숙성하면 드러나는 토스티 뉘앙스 또한 매력적이다. 서늘한 밤에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해 효모 잔여물과 함께 단기간 숙성해 완성한다. 다양한 해산물이나 닭고기 등과 잘 어울린다. 티렐은 호주 와인의 선구적 와이너리로, 설립자 에드워드 티렐(Edward Tyrrell)은 1858년 헌터 밸리에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었다.
태즈메이니아(Tasmania)
호주의 남쪽 끝에 위치한 커다란 섬 태즈메이니아는 호주에서 가장 서늘한 기후대에 위치한 와인 산지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적 와인 산업은 1970년대에 시작됐지만, 짧은 기간 동안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가 되었다. 태즈메이니아의 토양은 아주 다양하다. 언덕 저지대는 사암, 이암, 화산토 등으로 구성된다. 중부의 더웬트 밸리(Derwent Valley)에는 사암과 편암이 많으며, 남동쪽의 콜 리버 밸리(Coal River Valley)에는 토탄을 함유한 모래질 토양이 나타난다. 북쪽의 파이퍼스 리버(Pipers River)는 잘 부서지고 배수가 좋은 토양이 깊게 형성돼 있으며, 타마르 밸리(Tamar Valley)는 진흙과 석회암 위에 자갈이 함유된 현무암이 덮여있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지만, 남극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매우 서늘하다. 때문에 섬세하고 우아하며 아로마가 풍부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리슬링, 샤르도네, 피노 누아 등을 많이 재배하며, 더 서늘한 지역에서는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한다.
무릴라, 프락시스 스파클링 리슬링 Moorilla, Praxis Sparkling Riesling
화사한 재스민과 오렌지 꽃향기, 신선한 그린 애플과 시트러스 풍미, 풍부한 브리오슈 뉘앙스가 균형을 이룬다. 약간의 잔당은 풍부한 질감과 함께 편안한 미감을 선사하며, 굽지 않은 아몬드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한다. 쾌활한 인상의 모던한 스파클링 와인. 구획별로 수확한 리슬링을 저온에서 발효한 후 전통 방식으로 2차 발효해 효모 잔여물과 함께 6개월 숙성한다. 베이컨, 꼬치구이, 양념치킨, 태국 요리 등 캐주얼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 무릴라 빈야드는 태즈메이니아 호바트(Hobart)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와이너리로, 다양한 품종으로 프리미엄 와인을 소량 생산하고 있다.
데블스 코너, 피노 누아 Devil's Corner, Pinot Noir
체리, 라즈베리 등 붉은 과일의 싱그러운 풍미에 감초 등 은근한 스파이스 힌트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매끈한 타닌과 생기 넘치는 신맛이 발랄하게 드러난다. 은근한 감칠맛과 허브 뉘앙스, 미네랄 여운이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하는 와인. 수확한 포도를 줄기를 제거한 후 침용해 풍미를 부드럽게 추출했다. 레이블은 거센 바람과 험한 파도로 많은 배가 침몰해 '악마의 구역'으로 불렸던 와이너리 주변 지역의 스토리와 와이너리 이름의 유래를 담아냈다. 데블즈 코너 와이너리는 호주 최고의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인 브라운 브라더스가 2000년 태즈메이니아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야라 밸리(Yarra Valley)
멜버른 바로 동쪽에 위치한 야라 밸리는 빅토리아(Victoria) 와인 산업의 중심이다. 방대한 지역에 펼쳐진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다양한 생산자들이 전통적인 방식과 혁신적인 테크닉을 활용해 와인을 만든다.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토양은 지역적 특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북부 지역은 바위가 많이 섞인 적갈색의 진흙 위에 회색 또는 회갈색 토양이 덮여 있다. 남부는 비옥한 적색의 화산토가 깊게 형성돼 있다. 주변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대륙성 기후를 보이지만, 바다와 가까워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서늘한 가운데 고도와 지형의 차이로 다양한 미세기후가 형성된다. 이런 환경 덕분에 다양한 품종들을 재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카베르네 소비뇽과 쉬라즈 등 다른 품종들의 미래 또한 밝다.
자이언트 스텝스, 애플잭 빈야드 피노 누아 Giant Steps, Applejack Vineyard Pinot Noir
스모키 힌트와 매콤한 뉘앙스가 스치고 나면 체리와 라즈베리, 완숙 딸기 등 붉은 베리 풍미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고혹적인 정향 뉘앙스가 감돈다. 부드럽지만 촘촘한 타닌, 싱그러운 산미와 매끄러운 질감 또한 매력적이다. 손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작은 오크 발효조에서 발효한 후 프렌치 오크에서 8개월 숙성한다. 소고기 구이, 오리고기, 닭고기, 연어, 참치, 버섯, 다양한 치즈,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린다. 자이언트 스텝은 1997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설립 초기부터 훌륭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생산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소마, 야라밸리 싱글 빈야드 피노 누아 Soumah, Yarra Valley Single Vineyard Pinot Noir
향긋한 붉은 꽃 향기와 체리, 붉은 베리 등 과일 풍미가 물씬 드러나지만 신선한 신맛과 미네랄 덕분에 서늘한 인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버섯과 은은한 토양 뉘앙스, 삼나무 같은 향이 곁들여져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바로 마셔도 좋고, 몇 년 간의 숙성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고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해 완성한다. 구운 생선이나 리소토,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린다. 수마는 2008년 야라 밸리에 설립한 신생 와이너리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시라, 비오니에(Viognier) 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루더글렌(Rutherglen)
빅토리아주 북동쪽에 있는 루더글렌은 호주 주정 강화 와인의 수도다. 전통을 자랑하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이 만드는 주정 강화 와인은 세계적인 품질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세계 와인 시장의 변화에 따라 쉬라즈, 뮈스카(Muscat), 두리프(Durif) 등으로 일반 와인도 활발히 생산한다. 토양은 점토 위를 덮은 적색 양토부터 모래질 토양까지 다양하다.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산에서 불어오는 공기 덕에 밤 기온이 낮아 일교차가 크며, 수확기인 가을이 건조하고 길어 양질의 포도를 생산한다. 추천 와인은 역시 뮈스카, 뮈스카델(Muscadelle) 품종으로 만드는 주정 강화 와인이다. 뮈스카로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은 짙은 갈색이나 고동색을 띤 앰버 컬러로 진한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 뮈스카델로 만든 주정 강화 와인은 토파크(Topaque)라고 부르며, 뮈스카로 만든 와인보다 더 가볍고 섬세한 스타일이다. 두 와인 모두 식사의 마무리로 제격이다. 디저트를 곁들여도, 곁들이지 않아도 좋다.
올 세인츠 이스테이트, 루더글렌 뮈스카 All Saints Estate, Rutherglen Muscat
짙은 앰버 골드 컬러. 달콤한 건포도와 당밀 풍미가 화사한 버터스카치 뉘앙스와 함께 강렬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농밀한 질감을 타고 캐러멜 같은 단맛과 싱그러운 신맛이 동시에 드러나 역동적인 인상을 남긴다. 건조된 포도를 수확 후 으깬 다음 침용해 당분과 풍미 요소들을 추출하고, 압착하여 얻은 주스를 중성적인 포도 증류주로 주정 강화해 오래된 오크 배럴에서 7년 이상 숙성했다. 달콤한 디저트나 아이스크림 등에 곁들이는 게 정석이지만, 매콤한 한식이나 분식, 스파이시한 동남아 요리 등과 함께 마셔도 잘 어울린다. 올 세인츠 이스테이트는 1864년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4대를 이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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