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는데 성격도 좋은 것 같고 공부도 잘했고 와인 능력자에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은 크리스 카펜터 씨. 강의도 얼마나 잘하시던지. 예전엔 나파에서 바텐더도 했었는데, 맨해튼 같은 클래식 칵테일을 즐긴다고 한다. 예전에 마셔본 그의 와인 로코야와 히킨보탐 또한 산악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린 섬세한 스타일이었다. 조만간 워싱턴 주에서 생산하는 새로운 와인이 나올 예정이라던데, 제발 나도 살 수 있는 가격에 나오길 바라 본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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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밸리 AVA로 연주한 한 편의 교향곡, 카디날(Cardinale)
지난 6월 9일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카디날(Cardinale) 브랜드 데이가 열렸다. 카디날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를 대표하는 컬트 와인 중 하나다. 여기에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이 'Top 100 Wines of the USA'로 선정한 부티크 와인 칼라단(Caladan)과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화이트 와인 인트라다(Intrada)까지 만나볼 수 있어 더욱 귀중한 자리였다. 세 와인의 와인메이커 크리스토퍼 카펜터(Christopher Carpenter) 씨가 참석해 직접 자신의 와인을 소개했다.
카펜터 씨는 영화배우처럼 훤칠한 외모에 멋진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남자였다. 쾌활한 성격과 유머감각까지 갖춰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청중을 이끌었다. '오늘은 여러분 앞에 서기 위해 매우 잘 차려입고 왔다'며, '평상시에는 후줄근한 티셔츠에 흙 묻은 반바지를 걸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포도 재배 시기엔 대부분의 시간을 포도밭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밭을 가장 중시하며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포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귀중한 보물을 만들려면 금은보석이 있어야지, 납으로는 못 만든다'는 것이다. 포도 재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별명은 마운틴 맨(Maountain Man). 스프링 마운틴(Spring Mountain), 다이아몬드 마운틴(Diamond Mountain), 하웰 마운틴(Howell Mountain), 마운트 비더(Mount Veeder) 등 산악 지역의 포도밭을 선호해 생긴 별명이다. 산악 지역의 포도밭은 산맥의 방향에 따라 일조량이 변화무쌍하다. 비가 오면 비옥한 토양이 다 흘러내려가 척박하며 배수 또한 잘 된다. 평지보다 기온이 낮고 일교차도 크다. 때문에 포도 재배가 매우 어렵고 생산량도 적다. 대신 포도알에 영양이 집중된다. 양질의 타닌과 신선한 산미도 유지된다. 이는 탄탄한 구조와 우아한 밸런스,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와인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그는 나파 밸리의 대표적인 산악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를 기반으로 카디날과 칼라단은 물론, 로코야(Lokoya), 마운틴 브레이브(Mt. Brave), 라 호타(La Jota) 등 빼어난 와인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특히 카디날은 나파 밸리 AVA들의 개성들을 집대성한 와인이다. 그는 카디날을 교향곡에 비유했다. 개별 지역의 포도만 사용한 로코야 같은 와인이 요요마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이라면, 나파 밸리 각지의 다양한 AVA의 포도를 블렌딩한 카디날은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훌륭한 공연을 하려면 개별 연주자 각각이 뛰어난 연주를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카디날을 만들 때는 특히 첫인상부터 입에 머금었을 때의 느낌, 피니시에 이르기까지 와인을 마시는 전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특히 신경을 쓴다. 마시는 내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완벽한 와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파 밸리에는 16개의 하위 AVA가 있다. 각각은 지형 및 토양 등이 달라 재배된 포도 또한 나름의 개성이 있다. 카디날은 마운트 비더와 하웰 마운틴 등 산악 지역의 AVA를 중심으로 빈티지에 따라 3개에서 8개 AVA의 포도를 사용한다. 해당 AVA에 있는 20개의 포도밭에서 50여 개의 와인을 개별적으로 양조 및 숙성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와인만 딱 하나의 와인으로 블렌딩해 카디날을 만드는 것이다. 나파 밸리 전체의 지역성과 빈티지의 특징을 조화롭게 드러내는, 진정 오케스트라와 같은 와인이다. 칼라단 또한 카디날과 비슷한 콘셉트로 만든다. 차이점은 카디날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칼라단은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품종 중심이라는 것이다. 빈티지별로 가장 좋은 포도밭 블록을 중심으로 빈티지 캐릭터를 구성하며, 다른 포도밭의 포도를 블렌딩해 전반적인 조화를 추구한다.
크리스토퍼 카펜터 씨는 '나파 밸리는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아주 특별한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동쪽은 산맥이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고 서쪽에는 태평양이 가까이 있다. 그 사이로 남쪽 샌프란시스코 만으로부터 찬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내륙의 따뜻한 공기와 바다로부터 유입된 찬 공기가 만나 장대한 안개를 피워낸다. 게다가 산과 계곡의 영향으로 지역마다 지형적 특성이 다르다. 때문에 햇빛을 받는 정도와 기온 또한 달라진다. 카펜터 씨의 설명에 따르면, 빛과 열은 포도가 익는 데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빛은 포도의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빛을 받은 포도는 야채 같은 풋풋한 향 대신 완숙한 과일 풍미를 피워낸다. 열은 당분 생성에 중요하다. 신맛을 줄이고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는 나파의 토양을 크게 3.5개로 나누어 설명했다. 첫째는 퇴적암이다. 6천만 년 전 북미 판이 태평양 판 아래로 들어가며 바다 아래 토양을 위로 밀어 올렸다. 때문에 바다 밑에 쌓여 있던 퇴적암이 주요 토양이 된 것이다. 둘째는 화산암이다. 1천만 년 전 활발했던 화산 활동의 영향이다. 세 번째는 나파 밸리의 평지에 쌓인 토양이다. 나파 밸리의 강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범람하면서 생성됐다. 비옥하고 수분 함량이 많은 토양이다. 나머지 0.5개는? 비가 올 때마다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충적토로, 평지에 쌓인 벤치 소일(bench soil)이다. 토칼론 빈야드(To Kalon Vineyard)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그는 다양한 토양을 연구할 수 있는 나파 밸리에서 일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카펜터 씨는 1995년부터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앞서 언급한 나파 밸리의 다섯 브랜드 외에도 호주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에서 히킨보탐(Hickinbotham)이라는 프리미엄 와인도 만든다. 또한 작년 6월 워싱턴주 왈라 왈라(Walla Walla)에 구입한 포도밭을 기반으로 새로운 와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지만, 그의 양조 철학은 한결같다. 개입을 최소화해 해당 지역의 테루아를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다. 양조 기술을 동원하면 마실 만한 와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지역성이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양조는 최대한 단순하게 진행한다. 양조 기술보다 좋은 포도를 얻을 수 있도록 포도 재배에 모든 정성을 쏟는다.
그는 시카고 일리노이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MBA까지 마쳤다. 하지만 와인에 빠져 UC 데이비스(UC Davis)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처음엔 와인 양조와 포도 재배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와인메이커의 길을 선택했지만, 아직까지도 더 중점을 두는 것은 포도 재배다. '포도가 와인의 근본'이라는 얘기가 세미나 내내 반복된 것은 그의 진심이 담긴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기후 변화가 가장 걱정이라는 그는 와인메이커이기 이전에 포도밭을 사랑하는 농부였다. 그의 친근한 말투에는 포도와 와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시음한 인트라다, 칼라단, 카디날은 코와 혀보다는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컬트 와인이기 이전에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와인들이기 때문일까.
인트라다 Intrada 2021
섬세한 꽃과 깔끔한 플로럴 허브 향기, 레몬, 멜론 등 신선한 과일 풍미가 공존한다. 입에서는 즙이 많은 배와 흰 자두 풍미를 중심으로 상쾌한 라임 제스트 힌트가 더해진다. 깔끔한 신맛, 영롱한 미네랄, 은은한 화이트 스파이스 뉘앙스가 조화를 이루며 우아한 여운을 남기는 와인. 양조는 지아나 길라르두찌(Gianna Ghilarducci) 씨가 담당하며, 카펜터 씨는 포도 재배와 블렌딩에 관여한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97%, 세미용(Semillon) 3%로 양조했으며, 10개월 동안 주 1회 저어 주며 효모 잔여물과 함께 숙성한다. 소비뇽 블랑 중 62%은 계란 모양 콘크리트 통, 2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나머지 18%와 세미용은 중성적인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해 복합미를 더한다. 카디날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웰컴 드링크로 제공하는 와인으로, 생산량이 적어 나파 밸리 내에서 거의 다 소비한다. 2021 빈티지는 국순당에서 딱 다섯 케이스 수입했다. 카펜터 씨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인트라다를 꼽았다.
칼라단 Caladan 2015
신선한 민트와 향긋한 붉은 꽃, 검은 체리, 블루베리, 라즈베리, 완숙 자두 등 카베르네 프랑의 매력이 물씬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절제된 바닐라 오크와 방순한 과일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신선한 신맛, 촘촘한 타닌의 균형 또한 좋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다층적인 향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10년 이상 우아하게 변화해 갈 와인. 2015년 빈티지는 스프링 마운틴을 중심으로 다이아몬드 마운틴, 하웰 마운틴, 마운트 비더 등 100% 산악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프랑 76.5%, 메를로(Merlot) 23.5%. 프렌치 오크(70% new)에서 20개월 숙성했다. 극상의 우아함을 지향하는 와인으로, 보르도 생테밀리옹(St. Emilion)의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을 벤치마킹했다. 칼라단은 보통 연 6천 병 정도 소량 생산하며, 생산량의 70% 정도는 예약된 콜렉터에게 판매한다.
칼라단 Caladan 2017
농익은 검은 베리 풍미와 발사믹 뉘앙스가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완숙한 자두 풍미와 함께 매콤한 스파이스와 정향, 시나몬, 신선한 민트 허브가 복합미를 더한다. 절제된 오크 뉘앙스와 벨벳 같은 타닌, 깔끔한 신맛이 어린 와인임에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바로 즐겨도 좋고, 10년 이후에 즐겨도 좋을 아름다운 와인. 2017년 빈티지 역시 마운트 비더, 스프링 마운틴, 하웰 마운틴 등 산악 지역의 포도만 사용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프랑 77%, 메를로 23%. 프렌치 오크(71% new)에서 20개월 숙성했다.
카디날 Cardinale 2014
은은한 민트 향이 감돌며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 검은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타닌이 풍부하지만 벨벳처럼 부드럽고 우아하며, 적절한 산미와 함께 탄탄한 구조를 형성한다. 잉크 같이 진한 과일 풍미에 드라이한 미감이 인상적이며, 스모키 힌트와 다크 초콜릿 뉘앙스가 단정하면서도 긴 여운을 선사한다. 2014년은 스프링 마운틴을 중심으로 마운트 비더, 하웰 마운틴, 다이아몬드 마운틴 등 산악 지역 AVA와 함께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스텍스 립(Stag's Leap District), 욘트빌(Yountville) 등 평지 AVA의 포도를 사용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88%, 메를로 12%. 프렌치 오크(94% new)에서 19개월 숙성했다.
카디날 Cardinale 2018
농익은 검붉은 베리와 체리,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풍미에 민트 허브가 신선한 느낌을 더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과 산미의 구조가 좀 더 견고한 인상이다. 밀도 높은 완숙 과일 풍미에 은은한 토양 힌트와 담뱃잎 같은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한다. 아직 많이 어린 느낌으로 10년 정도 숙성한 후의 모습이 기대된다. 2018년은 스프링 마운틴, 마운트 비더, 하웰 마운틴, 다이아몬드 마운틴 등 산악 지역을 포함해 러더포드(Rutherford) 등 7개의 AVA에서 생산한 포도를 사용했다.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90%, 메를로 10%. 프렌치 오크(81% new)에서 22개월 숙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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