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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87. 탈보(Talbot)는 역시 탈보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8. 22.

너무 흔해서(?) 제대로 인정을 못 받는 대표적인 메독 그랑 크뤼 클라쎄, 샤토 탈보. 하지만 정말 탈보가 그리 흔한가? 그리 자주 마셔 보았나? 사실 귀한 와인이다. 이러네 저러네 해도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의 품격은 무시할 수 없다. 심지어 그들은 이제 어릴 때 마셔도 제법 맛있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이제 옛말이다. 물론, 나는 기꺼이 10년을 기다릴 테지만. 아, 그리고 그들의 화이트 와인 카이유 블랑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눈에 띄면 무조건 구매 각!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탈보(Talbot)는 역시 탈보다!

“오늘은 샤토 탈보(Château Talbot) 한 잔 하고 푹 자고 싶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은 직후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가 정확히 탈보라는 이름을 거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샤토 탈보를 좋아해서 연인과 자주 샤토 탈보를 즐겼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실제 그날 저녁에 마신 와인도 샤토 탈보 1998 빈티지로 알려졌다.

그 이전부터 샤토 탈보는 유명한 와인이었다. 일단 이름이 짧고 발음하기 쉬우니까.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 중요한 비즈니스 관계자와의 만찬에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샤토 피숑 롱그빌 꼼테스 드 라랑드(Châ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같은 걸 주문하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샤토 탈보라면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해 사업가들과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것도 주효했다. 아마 5대 샤토라고 불리는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é)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르도 와인이 바로 샤토 탈보가 아닐까? 물론 그 명성의 기반에는 그랑 크뤼 클라쎄 다운 품질이 있었다. 

 

[ 샤토 탈보 2016 & 2020, 코네타블 탈보 2018 ]

샤토 탈보 2020년 빈티지 출시를 앞두고 샤토 탈보의 총괄 이사 장 미셀 라포르트(Jean-Michel Laporte)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만큼 한국이 중요한 고객이라는 방증이다. 와인 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마련한 프레스 런치에서 그는 한국은 주요 와인 수입국인 영국만큼이나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특별히 언급했다. "최근 어디를 방문해도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라고 덧붙이며, 한국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며 좋은 와인을 즐길 줄 아는 고객들이 많은 시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보르도는 베스트 빈티지의 연속이었다고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보르도 와인을 즐길 때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출시하는 샤토 탈보 2020년은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와인으로, 클래식한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의 전형을 보여준다. 바로 즐겨도 좋으며, 셀러에서 5년 정도 숙성하면 복합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이후 10년 이상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함께 소개한 샤토 탈보 2016년 역시 빼어난 빈티지로 이제 막 시음 적기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다층적인 풍미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며,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고혹적인 뉘앙스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샤토 탈보는 보르도 좌안 메독(Médoc) 지역 생 줄리앙(Saint Julien) 마을에 있다. 1855년 보르도 등급 분류에서 그랑 크뤼 클라쎄 4등급에 선정됐다. 샤토의 이름은 백년전쟁 마지막 해인 1453년 카스티용(Castillon) 전투에서 사망한 영국군 총사령관 존 탤벗(John Talbot)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샤토의 이름에 영국군 총사령관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게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보르도는 오랜 기간 영국의 영토였다. 때문에 보르도의 주민들 또한 영국에 호의적이었다. 게다가 탤벗은 자신의 영지에서 선정을 베풀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좋은 영주이자 명장이었던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자 샤토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현재도 샤토 탈보의 레이블에는 'Ancien Domaine du Connétable Talbot, Gouverneur de la Province de Guyenne 1400-1453'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1400년부터 1453년까지 기옌의 영주였던 총 사령관 탤벗의 옛 영지'라는 의미다. 기옌은 옛 보르도를 포괄하던 지역의 이름이다. 

샤토 탈보는 1918년 데지레 코르디에(Désiré Cordier)가 구입한 후 현재까지 코르디에 가문이 보유하고 있다. 샤토 탈보는 코르디에 가문이 특별히 애정을 쏟는 샤토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아까지 않는다. 샤토 탈보가 보유한 포도밭은 석회질 토양 위를 자갈 섞인 충적토양이 덮고 있으며, 언덕에 위치해 배수가 잘 된다. 크기는 110헥타르로 그랑 크뤼 클라쎄 중에는 상당히 큰 편이다. 이중 105헥타르에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등 적포도가, 나머지 5%에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세미용(Semillon) 등 청포도가 심어져 있다. 식재 밀도는 헥타르 당 약 8천 그루. 그린 하베스트를 통해 생산량을 엄격히 조절하며 수확 시에도 엄격한 선별을 거친다. 양조는 전통 방식을 기반으로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샤토 탈보가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다운 품질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이유다.

샤토 탈보는 우아함과 힘을 겸비한 와인이다. 부드러운 타닌과 싱그러운 산도의 밸런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어릴 때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바로 샤토 탈보다. 라포르트 씨는 "유럽에서는 보통 출시하고 8년 정도 지난 후에 마시지만, 한국을 비롯해 어린 빈티지를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에서는 2년 정도만 숙성해도 그 진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실히 그랬다. 개인적으로 어린 보르도 레드 와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샤토 탈보 2020 빈티지는 확실히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도 높은 과일 풍미가 부드러운 타닌과 함께 우아하게 드러났다. 그랑 크뤼 클라쎄다운 숙성 잠재력 또한 충분했다. 여러 병 구매해서 몇 년 간격으로 변화를 즐겨도 좋을 것이다. 

 

장 미셀 라포르트 씨와 함께 즐긴 샤토 탈보의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샤토 탈보, 카이유 블랑 Chateau Talbot, Caillou Blanc 2019  

황금빛 액체에 은은한 오크 바닐라 향이 감돈다. 패션프루트, 망고 등 이국적인 열대과일과 즙이 많은 완숙 백도 풍미에 상큼한 시트러스의 신맛이 생기를 더한다. 고급스러운 우아함과 활기찬 에너지를 겸비한 화이트 와인. 2019 빈티지는 보르도 블랑이 특히 좋았던 해로 소비뇽 블랑 76%, 세미용 24%를 사용했다. 오크통에서 양조 후 효모 잔여물과 함께 프렌치 오크(30% new)에서 8개월 숙성했다. 매년 24,000병 정도만 소량 생산한다. 매우 높은 품질에 샤토 탈보라는 이름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면서도 파비용 블랑(Pavillon Blanc) 등 다른 프리미엄 보르도 블랑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다.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들이 특히 선호하는 와인이라고 한다. 

 

샤토 탈보, 코네타블 탈보 Chateau Talbot, Connetable Talbot 2018  

매력적인 민트와 후추, 따뜻한 스파이스 향이 스친 후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검은 자두 등 농익은 과일 풍미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과 보조를 맞추는 신맛, 숙성한 발사믹 뉘앙스, 풍만한 바디감이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보르도 루즈의 특성을 명확히 갖췄으면서도 친근한 매력이 돋보이는 와인. 2018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43%, 메를로 57%를 사용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해 프렌치 오크(20% new)에서 16개월 숙성했다. 코네타블 탈보는 샤토 탈보의 세컨드 와인으로, 일반적으로 메를로의 비중이 높다. 출시 직후부터 3~4년 내에 음용하기 좋은 스타일로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가스트로노믹 와인을 추구한다. 

 

샤토 탈보 Chateau Talbot 2020 

밀도 높은 블랙커런트와 함께 시원한 민트, 톡 쏘는 후추 스파이스, 익힌 파프리카 같은 절제된 매콤함이 동시에 드러난다. 농익은 발사믹 뉘앙스와 토스티 오크 힌트는 잔잔히 감돌뿐. 입에 넣으면 촘촘하면서도 부드러운 타닌과 싱그러운 신맛이 하모니를 이룬다. 벨벳 같은 질감과 밀도 높은 과일 풍미, 은은한 초콜릿 피니시. 아직 어리지만 즉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장기 숙성 잠재력과 품격 또한 갖췄다. 2020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76%, 메를로 21%, 쁘띠 베르도 3%를 사용했다. 오크 통에서 양조해 프렌치 오크(60% new)에서 15개월 숙성했다. 

 

샤토 탈보 Chateau Talbot 2016  

복합적인 스파이스와 토양 뉘앙스, 농익은 블랙베리, 블루베리, 라즈베리, 검은 체리 풍미. 입에 넣으면 생동감 넘치는 산미와 함께 한껏 부드러워진 타닌이 조화롭게 드러난다. 무겁지 않고 산뜻한 느낌에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지는 고혹적인 붉은 꽃 향기 또한 매력적. 한창 조화롭게 익어가고 있는 상태로 몇 년 더 숙성하면 더욱 다층적인 부케가 피어날 것이다. 2016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55%, 메를로 39%, 쁘띠 베르도 6%를 사용했다. 오크 통에서 양조해 프렌치 오크(50% new)에서 15개월 숙성했다. 참고로 최근 샤토 탈보는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사용하지 않는다. 카베르네 프랑이 잘 되는 곳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도 충분히 잘 자라기 때문이라고. 라포르트 씨는 "소금과 후추(=양념)는 쁘띠 베르도로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탈보(Talbot)는 역시 탈보다! - 와인21닷컴

샤토 탈보 2020년 빈티지 출시를 앞두고 샤토 탈보의 총괄 이사 장 미셀 라포르트(Jean-Michel Laporte)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보르도는 베스트 빈티지의 연속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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