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소)고기구이를 먹을 때 가장 선호하는 와인이 키안티 클라시코다. 보통 기본급을 고른다. 그런데 좀 더 좋은 와인을 마시고 싶거나 식당에 와인을 가져간다면? 그란 셀레지오네... 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브루넬로를 선택하게 된다. 가격대는 비슷한데 네임 밸류가 아무래도 BdM 쪽이 더 높으니까. 아직 키안티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지만 좋은 생산자의 그란 셀레지오네는 절대 브루넬로에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키안티 클라시코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품질 또한 높이는 방향으로 규정이 강화되었으니 그에 맞게 인식도 변화할 것이다. 물론 가격도 오르겠.... 그러니 마실 수 있을 때 많이 마셔 두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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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살펴보기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가 탄생한 지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이 짧은 기간 동안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14년 2월 33종의 와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는 2023년 현재 164개 생산자가 203종을 생산할 정도로 성장했다. 키안티 클라시코 전체 생산량의 단 5%를 점유하지만 금액으로 환산한 가치는 세 배에 가까운 13%에 이른다. 판매량 또한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21년에 비해 2022년 매출이 30%나 증가했다.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의 품질을 알아보고 찾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는 명실공히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토스카나의 아이콘 와인이 되었다.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명칭을 사용하려면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와이너리가 직접 소유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3개월의 병입 숙성 포함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해야 하며, 완성된 와인은 키안티 클라시코 위원회의 품질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원산지와 생산자, 퀄리티가 명확한 최고의 키안티 클라시코만이 그란 셀레지오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21년부터 그란 셀레지오네 생산 규정이 일부 변경됐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의 사용 비율이 80% 이상에서 90% 이상으로 상향된 것이다. 반면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등 국제 품종의 사용은 금지됐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의 조반니 마네티(Giovanni Manetti) 회장은 이런 변화에는 그란 셀레지오네의 지역 정체성과 상징성을 강화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산지오베제 품종의 우수성을 최상급 와인을 통해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만간 카스텔리나(Castellina),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 가이올레(Gaiole), 그레베(Greve), 라몰레(Lamole), 몬테피오랄레(Montefioralle), 판자노(Panzano), 라다(Radda), 산 카시아노(San Casciano), 산 도나토 인 포지오(San Donato in Poggio), 발리알리(Vagliagli) 등 11개의 하위 지역(UGAs)을 레이블에 표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키안티 클라시코 각 지역의 개성적인 테루아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앞으로 부르고뉴(Bourgogne)나 바롤로(Barolo)처럼 공인된 개별 포도밭 단위의 그란 셀레지오네 와인을 만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더욱 발전해 갈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를 기대하며,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와인들을 소개한다.
카스텔로 디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산 로렌조' Castello di Ama,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San Lorenzo'
상쾌한 허브와 매콤한 스파이스, 토양 뉘앙스가 은은하고 조화롭게 피어난다. 과일 풍미는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 검은 베리에서 딸기와 체리 같은 붉은 베리의 풍미로 변화해 간다. 마치 곶감에 계피 가루를 뿌린 듯 농축된 과일 풍미와 시나몬, 정향 등 스위트 스파이스의 조화 또한 훌륭하다. 촘촘하지만 우아한 타닌과 생생한 신맛은 탄탄한 구조를 형성한다. 10년 이상의 장기 숙성이 가능한 슈퍼 프리미엄 와인.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메를로, 말바지아 네라(Malvasia Nera)를 블렌딩 한다. (2021 빈티지부터 메롤로는 사용할 수 없다.)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 후 바리크에서 12개월, 병입 후 18개월 정도 숙성해 출시한다. 카스텔로 디 아마가 없었다면 슈퍼 키안티 클라시코(Super Chianti Classico)라는 표현은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르고뉴(Bourgogne), 바롤로(Barolo) 등 테루아를 중시하는 지역에서 사용하는 싱글 빈야드 개념을 키안티 클라시코에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키안티 클라시코도 최고급 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생산자가 바로 카스텔로 디 아마다. 그들의 그란 셀레지오네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다.
카스텔로 디 몬산토,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일 포지오' Castello di Monsant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il Poggio'
홍차 같은 향긋함과 시원한 허브, 달콤한 바닐라 향이 완숙한 딸기, 체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 밀도 높은 과일 풍미와 어우러진다. 화려함과 단정함, 파워까지 동시에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인상이 흥미롭다. 우아한 타닌과 신선한 신맛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며 긴 여운을 선사하는 품격 있는 와인. 출시 후 바로 즐기기도, 10년 이상 숙성 후 즐기기도 완벽한 와인이다.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카나이올로(Canaiolo), 콜로리노(Colorino) 등 토착 품종을 블렌딩한다.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후 프렌치 바리크에서 18~20개월, 병입 후 12개월 정도 숙성해 출시한다. 카스텔로 디 몬산토는 키안티 클라시코 최초로 포도밭을 레이블에 명기한 와이너리다. 지금 소개하는 이 와인을 생산하는 '일 포지오'가 바로 최초의 싱글 빈야드 키안티 클라시코다. 이회토와 편암이 섞인 갈레스트로 테루아를 대표하는 포도밭으로 유명하다.
리카솔리,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체니프리모' Ricasoli,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Ceniprimo'
고혹적인 장미와 바이올렛 향, 은은한 스파이스 뉘앙스와 함께 잘 익은 딸기, 크랜베리, 앵두, 체리, 자두 풍미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부드러운 타닌이 입안을 코팅하며 절제된 신맛이 우아하게 드러나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보틀 모양과 레이블의 이미지처럼 품격 있고 세련된 그란 셀레지오네.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2018 빈티지에 100점, 2019 빈티지에 99점을 주며 모두 Top 100 와인으로 선정했다. 점토질, 백악질, 미사질 토양의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한 체니프리모 포도밭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 100%로 양조한다. 500리터 오크통에서 18-22개월, 병입 후 8-12개월 이상 숙성해 출시한다. 리카솔리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와인 역사를 이룩한 선구적 와이너리다. 현재 보유한 영지는 1200헥타르로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또한 '브롤리오 산지오베제(Brolio Sangiovese)' 클론을 개발하고 키안티 클라시코의 세부 구획 연구에도 힘을 쏟는 등 키안티 클라시코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디에볼레,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비냐 디 쎄씨나' Dievole,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Vigna di Sessina'
향긋한 바이올렛의 섬세한 향이 완숙한 붉은 베리의 밀도 높은 아로마를 우아하게 감싸 안는다. 특징적인 신맛은 부드럽게 무두질된 타닌과 균형을 이루며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 명확한 과일 풍미는 은은한 오크 뉘앙스와 어우러져 즉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클래식한 품격과 모던한 스타일을 겸비한 그란 셀레지오네. 사암에서 유래한 토양인 비냐 디 세시냐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 100%를 시멘트 탱크에서 양조한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17개월 이상, 병입 후 최소 12개월 이상 숙성해 출시한다. 디에볼레는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와이너리로, 문서에 기록된 첫 빈티지는 1090년이다. 옛 명칭은 신의 계곡을 의미하는 디에울렐레(Dieulele)였으며, 1890년 이탈리아어인 디에볼레로 이름을 바꾸었다. 시에나에서 12km 정도 북쪽에 위치한 발리알리에 600 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영지를 보유하고 있다.
로르나노 끼안띠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Lornano,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블랙베리, 검은 체리, 자두 등 검은 과일 아로마가 명확하게 드러나며 은은한 허브, 구수한 견과, 오크 뉘앙스가 은은하게 감돈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이 벨벳 같은 질감을 선사하며, 완숙한 검붉은 베리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가벼운 신맛이 타닌, 알코올, 과일 풍미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풀 바디 와인. 좋은 빈티지에만 한정 생산하는 와인으로, 금빛 레이블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췄다. 해발 300미터 남서향 포도밭에서 재배한 산지오베제 100%로 양조한다. 프렌치 오크에서 30개월, 병입 후 6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로르나노는 15세기에 설립해 500년 이상 지속돼 온 와이너리로, 키안티 클라시코와 역사를 함께해 왔다. 1904년 포쫄리(Pozzoli) 가문의 소유가 된 이래 4대를 가족 경영으로 이어 오고 있다. 1924년 키안티 클라시코 협회(Consorzio Chianti Classico)의 창립 멤버로 참여해 키안티 클라시코의 정통성과 품질을 지키는 데도 이바지했다.
산 펠리체,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일 그리지오 San Felice,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Il Grigio
향긋한 바이올렛 향기, 가벼운 스파이스와 담배 힌트, 감초 뉘앙스가 붉은 체리와 베리 풍미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풀 바디에 탄탄한 구조감, 둥근 질감이 인상적이며, 편안한 신맛이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산지오베제 80%에 말바지아 네라, 아브루스코(Abrusco), 푸니텔로(Pugnitello), 칠레에졸로(Ciliegiolo), 마쩨세(Mazzese) 등의 토착품종을 블렌딩해 지역성을 부각했다. 각 품종은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개별 양조한다. 50%는 60-100헥토리터의 커다란 슬라보니안 오크 캐스크, 나머지는 225-500리터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24개월 이상 숙성하며, 병입 후 규정에 맞게 추가 숙성해 출시한다. 산 펠리체는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 지역에 600헥타르의 영지를 보유한 대표적인 생산자다. 714년부터 와인을 생산했던 유서 깊은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1968년 엔조 모르간티(Enzo Morganti) 소유가 된 후 경작지에 대한 연구와 와인 셀러 시설 개선 등 혁신을 거듭하며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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