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덕에 방문한 을지로 오마카세 스시야, 또롱.
위치는 힙지로 한가운데인데,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업무 빌딩 2층에 숨어있다. 게다가 안내도 없이 위에 보이는 손바닥보다 작은 간판이 전부라 처음 방문하면 길을 헤맬 수밖에 없다. 나도 2층을 한 바퀴 선회한 후에야 겨우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음;;
가게로 들어가는 복도.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해 두었지만, 아무리 봐도 사무실 삘.
테이블은 없고, 최대 9명이 않을 수 있는 다찌가 전부다. 셰프님 한 분과 어시스트 한 분이 케어하려면 요 정도 규모가 적당하긴 하지.
셰프님 따님이 그린 듯. 은근 아니 대놓고^^;; 닮았다(?).
다찌에 앉으면 주방이 고스란히 보인다. 음... 사실 조금 더 정돈된 분위기면 좋겠지만.
상차림. 젓가락 받침이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ㅋㅋㅋ
스타터는 내가 준비한 Champagne Leclerc Briant Reserve Brut 2019. 유자 (필) 같은 상큼함과 그윽한 이스트, 천도복숭아 등의 절제된 과일 풍미. 입에서는 크리미 한 질감에 신선한 신맛, 무엇보다 빼어난 밸런스. 그냥 쭉쭉 들이켰음에도 상당히 괜찮은 품질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유명 소믈리에분들이 극찬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럴만하다는 느낌.
백레이블을 덕지덕지 가려 놓은 걸 보니 뭔가 또 유기농이나 내추럴 관련 문구가 들어갔나 보다. 아상블라주는 피노 누아(Pinot Noir) 40%, 뫼니에(Meunier) 40%, 샤르도네(Chardonnay) 20%. 도자주는 5.5g/L이고 데고르주멍은 2022년 9월에 했다. 그런데 빈티지가 2019... 멀티 빈티지인 줄 알았더니 빈티지 샴페인이었네. 아니면 메인 빈티지가 2019라는 걸 표시한 걸까?
식사 시작.
잘 숙성한 광어. 요 첫 점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삼치는 살짝 비렸지만,
위에 올라간 마늘과 함께 먹으니 괜찮았다.
방어. 요것도 굿.
요게 참 소박해 보이는데 맛은 참 좋았다. 고소한 게우에 밥 한 그릇 비벼 먹고 싶었달까.
관자.
오이... 밑에가 뭐였더라. 호로록 들고 마시기 좋았음.
두 번째는 닷사이 23. 가벼운 단맛에 부드러운 질감, 깔끔함, 웰 밸런스. 좋아하는 타입이지만 후배들에게는 너무 달았던 듯ㅋㅋㅋ
사케는 요런 도쿠리에 담아 주신다. 남은 병은 시원하게 칠링.
전갱이.
한치.
단새우.
아까미.
복어튀김. 가지를 안 먹는 일행을 배려해 셰프님이 특별히 내어 주셨다. 역시 단골의 힘. 튀김옷의 양념이 상당히 맛있었다.
장국.
고등어.
주도로.
사케 한 병 주문. 추천을 받았는데 처음엔 모리시마(森嶋)의 사케를 추천해 주셨는데 솔드 아웃이라며 요걸 꺼내오셨다. 와카코마 고하쿠만고쿠 무로카나마겐슈(若駒 五百万石 無濾過原酒生酒).
뿌연 사진이 내 정신상태를 대변해 주는 듯. 닷사이보다는 확실히 드라이한 맛이다.
장어.
마끼.
교꾸.
직접 만든 녹차 아이스크림을 쓰셨다는 모나카.
그리고 술이 조금 남아서 한 점을 더 내어 주셨다.
세 병 클리어. 몸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았음에도 술은 잘 들어가더라. 아니, 상태가 안 좋아서 더 열심히 마셨는지도.
20231118 @또롱(을지로3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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