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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2023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UGCB Tasting 2020 vintag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1. 23.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가 주최하는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 올해는 2020년 빈티지이다. 

 

포토존도 만들어놨는데, 다들 와인 시음하느라 큰 관심은 없더라는 ㅎㅎㅎㅎ

 

<와인 스펙테이터> 보르도 좌안 2020년 빈티지 평가
<와인 스펙테이터> 보르도 우안 2020년 빈티지 평가
<와인 스펙테이터> 보르도 소테른/바르삭 2020년 빈티지 평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직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의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제법 괜찮은 점수를 주었는데, 보르도 좌완과 우안 모두 2019년과 정확히 동일한 점수다. 하지만 소테른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듯 점수가 90점 아래로 내려갔다.

 

<와인 앤수지애스트> 보르도 2020년 빈티지 평가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의 평가도 <와인 스펙테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소테른에 92점을 주었는데, 이건 <와인 앤수지애스트> 점수의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높은 점수는 아니다. 요약하면 드라이 레드와 화이트는 비교적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빈티지이고 소테른은 다소 잘 골라야 할 빈티지라는 얘기다.

 

그런데 먼저 행사에 대해 쓴소리를 좀 해야겠다. 일단 저렇게 집게 형식으로 된 출입증을 주면서 패용은 상의 잘 보이는 곳에 하란다. 포켓이 없는 상의를 입은 사람은 명찰을 제대로 달기 어렵다. 그래서 상의 하단에 달았더니 위로 달으라던데, 주머니 없는 니트 어디다 달라는 말인가? 목걸이로 된 걸 주었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텐데.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한 미스다.

그리고 일부 방문객도 문제다. 부스 앞에 죽치고 서서 테이스팅을 한다.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앞에 서 있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냥 테이스팅만 하고 있는데 부스 앞을 딱 막아서고 있다. 그럼 와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간다. 제발 와인을 받았으면 빨리 뒤로 빠지시길. 대화를 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번에는 로난 라보르드(Ronan Laborde)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장 인터뷰 때문에 테이스팅을 많이 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3시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 한 시간 반 정도를 인터뷰하는데 썼으니... 행사장에 와 보니 유명 와인들은 이미다 동이 나 있었다. 게다가 몸상태도 상당히 안 좋아서 가열차게 테이스팅 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경험해 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노트는 간단히 인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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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목욕탕에서 동문회 하는 기분. 올해는 1,200명 정도가 방문 등록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는 분들과 많이 인사하지는 못했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올드 보이(?!)들이 많이 불참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인터뷰 시작 전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서 회장님네 와인 Chateau Clinet를 먼저 시음하러 갔다.

Chateau Clinet 2020 Pomerol

시원한 민트 허브와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매콤한 스파이스. 매끈한 질감에 촘촘하지만 실키한 타닌, 신선한 신맛이 탄탄한 구조를 이루며 세련된 미감을 선사한다. 초콜릿 뉘앙스 부드러운 유산향, 바닐라, 삼나무 여운도 훌륭. 첫 와인인데 인상이 좋다.

 

부스에서 반가운 얼굴도 만났다. 신동혁 소믈리에님 역시 멋지심!!

 

내친김에 계속 뽀므롤로.

Chateau Gazin 2020 Pomerol

조금 더 부드러운 첫인상. 바닐라, 자두, 라즈베리, 은은한 허브. 입에 넣으면 풍만한 질감과 벨벳 같은 타닌, 깔끔한 산미가 좋은 구조를 형성한다. 전반적으로 둥글고 편안한 인상.

 

Chateau Le Bon Pasteur 2020 Pomerol

좀 더 농익은 붉은 과일 풍미와 자두 캔디 같은 뉘앙스. 입에 넣으니 그제야 민트 허브와 삼나무, 매콤 스파이스가 슬쩍 드러나며 블랙커런트 등의 풍미도 고개를 내민다. 적당한 타닌과 산도가 균형을 이룬다. 다소 무난했던 느낌. 

 

Chateau La Cabanne 2020 Pomerol

신선한 허브, 달콤한 바닐라와 유산향, 검붉은 베리 아로마가 잔잔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둥근 자두와 블랙커런트 풍미. 요거 역시 전반적으로 무난한 느낌이다.  

 

Chateau Le Gay 2020 Pomerol

딸기와 체리 같은 신선한 붉은 베리 풍미에 바닐라, 캐러멜? 같은 달콤한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타닌은 제법 촘촘한데 푹 익힌(cooked) 것 같은 달콤한 과일 풍미가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첫인상에 비해 여운이 아쉬웠던.

 

다음은 그라브 & 페삭 레오냥(Graves & Pessac Leognan). 원래 같으면 가장 먼저 테이스팅 하는 아펠라시옹이다.

Chateau Rahoul 2020 Graves

참깨 같이 고소한 뉘앙스 살짝, 핵과, 오크 바닐라. 사과, 자몽 등의 가벼운 과일 풍미와 산미, 너티 뉘앙스. 전반적으로 가벼운 편인데 소비자가 4만 원대의 와인이라고 하면 가성비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샤토 라울은 화이트 와인의 전통 명가로, 보르도 화이트 와인에 많이 사용하는 효모에 '라울 효모'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라고.

 

Domaine de Chevalier 2020 Pessac-Leognan

서양배, 신선한 사과, 시트러스 아로마에 가벼운 오크 바닐라가 곁들여진다. 무엇보다 입에 넣었을 때의 산뜻 깔끔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그린 허브의 싱그러운 힌트에 신맛은 적절히 살아있지만 예년보다는 좀 두꺼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나 이날의 블랑 중에는 1픽.

 

Chateau Smith Haut Lafitte (Blanc) 2020 Pessac-Leognan

약간의 코르크 테인트 느낌이 있었는데, 테이스팅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상큼한 레몬, 노란 과일,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 완숙한 백도... 전반적으로 잘 익은 과일 풍미에도 불구하고 쨍한 산미가 리드하는 날 선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잔잔한 허브 향과 볶지 않은 너트, 쌉쌀한 피니시 또한 굿. 역시 스미스 

Chateau Smith Haut Lafitte (Rouge) 2020 Pessac-Leognan

완숙 자두 풍미에 오묘한 미네랄리티. 섬세한 첫인상에 촘촘하지만 매끄러운 타닌과 말끔한 신맛, 과일 풍미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 또한 품격을 느끼게 한다. 매번 스미스 오 라피트는 레드 화이트 모두 실망시키지 않는 듯.

 

다소 낯선 레이블은 655번째 빈티지에 30번째 수확 기념이라고. 30번째 수확은 현재 소유주의 오너십 획득 이후부터 30번째라는 얘기다.

 

Chateau Olivier 2020 Pessac-Leognan 

완숙 노란 과일, 살짝 캔디드 된 느낌. 하지만 신선한 허브와 라임 같은 상큼함도 존재한다. 매끈하고 편안한 질감 또한 굿.

 

Chateau Bouscaut 2020 Pessac-Leognan

풋풋한 허브, 마늘 같은 메탄(?) 힌트, 미네랄, 시트러스와 잔잔한 노란 과육 풍미. 입에 넣으면 신맛은 깔끔한데 풍미 자체는 살짝 린한 느낌이다. 마신 화이트 중 가장 아쉬웠던. 가지고 있는 2010년 빈티지는 빨리 마셔야 할 것 같다.

 

Chateau Fieuzal 2020 Pessac-Leognan

미네랄 허브 힌트, 핵과, 캔디드 뉘앙스. 살짝 심심. 올해 화이트들은 분명 완숙 느낌이 강한데 다들 신선한 산미를 제법 유지하고 있다. 양조 기술의 발전 때문일까? 

 

Chateau Larrivet Haut-Brion 2020 Pessac-Leognan

캔디드 핵과, 달콤한 여운, 산미와 미네랄도 있지만... 무난하다.

 

Chateau Malartic Lagraviere 2020 Pessac-Leognan은 받아만 놓고 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코를 댔을 때의 신선한 첫 느낌은 좋았었는데... 아쉽.

 

추천으로 맛본 Chateau Grand Mayne 2020 Saint-Emiliion

명확한 커런트, 삼나무, 흑연, 매콤한 스파이스, 감초. 검은 베리 풍미의 밀도가 훌륭하다. 기본기를 잘 갖춘 보르도의 전형적인 느낌.

 

한식 페어링 코너에서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시간이 있었다면 이야기를 좀 나누어 봤을 텐데.

 

Cha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2020 Pauillac

가벼운 스파이스, 블랙커런트  뒤로 딸기, 체리 같은 신선한 붉은 과일이 대단히 유순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구조감은 제법 탄탄한 편. 타닌은 은근하지만 제법 깔깔하게 느껴지며 감초, 커피, 토양 등의 뉘앙스 또한 고혹적인 여운을 선사한다. 늦게까지 이게 남아있을 줄은 몰랐네..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

 

좋아라 하는 Chateau Leoville Poyferre 2020 Saint-Julien. 정말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 받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제대로 테이스팅 하기는 어려운 양이었지만 농익은 검은 베리 풍미가 토양, 커피 내음과 함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쫀쫀한 타닌과  입안을 채우는 산미 또한 전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만드는 데 기여.

요 특별한 레이블도 무슨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까먹었네 ㅋㅋㅋ

 

Chateau Saint-Pierre 2020 Saint-Julien

정말 신선한 생 그린 허브와 싱그러운 붉은 베리 풍미가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입에서는 몽글몽글한 타닌과 아주 푹 완숙한 붉은 자두, 라즈베리 풍미가 편안한 미감을 선사한다. 코와 입의 경향성이 다르지만 왠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맛있는 와인. 나도 모르게 삼킬 뻔했다.

 

Chateau Giscours 2020 Margaux

매콤한 스파이스, 블랙커런트, 민트, 감초, 원두? 같은 스모키 힌트. 입에서는 새콤한 신맛과 함께 극도의 드라이 미감이 날카롭게 찔러 온다. 항상 마고 그랑 크뤼 클라쎄 중에 가성비 좋은 샤토로 꼽는 지스쿠르인데 이번엔 살짝 애매하다. 살짝 부담스러운데,  숙성 후엔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 

 

Chateau Branaire-Ducru 2020 Saint-Julien

특징적인 붉은 꽃, 체리, 베리, 딸기. 편안하지만 탄탄한 구조감에 드라이한 미감, 균형 잡힌 신맛. 약간의 씁쓸한 타닌이 아쉽지만 감초와 향긋한 플로럴 뉘앙스가 제법 괜찮은 여운을 남긴다. 요기도 선호하는 샤토인데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선방한 느낌. 

 

Chateau de Rayne Vigneau 2020 Sauternes

특징적인 자몽청 향이 아주 강렬하게 전체를 압도하며 밀랍, 꿀, 화한 허브, 베르가못 등이 뒤를 받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과 농밀한 단맛, 균형 잡힌 산미, 쌉싸름한 여운. 흠잡기 어려운 소테른이다. 바로 마시기도 좋다. 

 

올해도 디제이가 행차해서 브금으로 EDM을 깔아 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보르도 그랑 크뤼 수입량이 증가 추세이고 수출 순위도 올라서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게 회장님의 전언이다. 그러면 요즘 통 오지 않는 주요 샤토들도 좀 출몰해 주면 좋으련만....이라고 지나가는 고양이가 얘기하는군요.

 

20231122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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