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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2023 조지아 와인 마스터클래스(2023 Georgia Homeland of Win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0. 12.

올해도 찾아온 조지아 와인 마스터클래스(Geogia Wine MasterClass). 

 

작년에 들었던 클래스도 아직 포스팅하지 못한 상태로 올해의 클래스에 참여하려니 배덕감이 물씬 든다. 그래서 이번 클래스는 빨리 정리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작년 클래스는 디테일이 지나치리만큼 많았다면, 올해의 클래스는 강조할 부분만 간추린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 뒤늦게나마 2022년 마스터클래스를 정리해도 의미는 있을 것 같다. 

 

시음주도 작년엔 12종이나 됐는데 이번에는 5종으로 줄었다. 너무 적어서 살짝 아쉽긴 했지만, 이 편이 기억을 남기는 덴 훨씬 유리할 듯.

 

마스터클래스의 통역과 부연 설명을 맡아 주신 김상미 작가님. 충분한 내공과 경험으로 세미나의 완성도를 높여 주셨다.

 

국립 조지아 와인 에이전시의 담당자. 

 

와인21 최성순 대표님의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조지아 대사님이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오셨다. 와인이 조지아 산업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세미나 시작.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거의 다 찍었다. 자료를 받아서 올려도 되지만 이 편이 더 현장감이 있는 것 같아서.

 

조지아는 북으로 러시아, 동으로 아제르바이잔, 남으로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 서로는 흑해에 면해 있다.

 

서쪽은 흑해의 영향으로 습한 기후를 보이며, 북쪽의 코카서스 산맥이 강추위 막아준다. 때문에 너무 덥거나 추운 기후는 없다. 하지만 준사막 기후도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마이크로 기후가 존재한다.

 

조지아는 자타공인 와인의 발상지다. 8천 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왔고, 토착 품종만 525종에 이룬다. 크베브리(Qvevry)를 사용한 와인 양조법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와인의 발상지로 주장하는 곳은 중동 국가 등 여러 곳이 있지만,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조지아는 그 근거가 명확히 남아 있으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위 자료는 국립과학원 과학 저널(PNAS)에 실린 것이라고. 이는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기 3천여 년 전이라고.

 

크베브리는 바닥은 뾰족하고 입구는 비교적 넓은 편이다. 그래서 보통 땅에 묻어 놓고 사용한다. 암포라(amfora) 등은 보통 운반 용기로 많이 사용되었던 데 반해, 크베브리는 양조부터 숙성, 저장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됐다. 식품이 아닌 것 중에는 최초로 PGI로 보호받는 제품이라고.

 

크베브리를 사용하는 양조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카헤티 등 동부 지역에서는 보통 과즙과 함께 껍질 씨 과육 등 포도에서 나온 거의 모든 것을 함께 넣고 5~6개월 정도 발효 및 숙성한다. 반면 이메레티 등 서부 지역에서는 25~30%의 잔여물만 함께 넣어 발효하다가 11월 중에 와인만 분리한다. 그러니 카헤티 방식으로 만든 것보다 타닌과 풍미, 컬러 등이 가벼운 와인이 된다. 레드 와인의 경우 젖산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크베브리 아랫부분을 온열기로 덥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크베브리는 100리터에서 3500리터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하지만 와인 양조에 가장 적절한 크기는 1000~1200 리터라고 한다.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 하며, 하나를 완성하는 데 보통 2~3개월 걸린다. 그래서인지 조지아에서는 크베브리를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한다고. 

 

조지아의 와인 산지. 크게 10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가장 중요한 산지는 카헤티(Kakheti)다.

 

조지아 전체 포도밭의 76.7%가 카헤티에 있다. 조지아 전체 포도밭 면적이 5.5만 헥타르니까 카헤티에만 4.2만 헥타르가 넘는 셈이다. 포도밭 면적은 20세기 이후 꾸준히 비슷하게 유지돼 왔는데, 1960~90년대 급격히 늘어났던 이유는 소비에트의 영향이다. 조지아를 소련의 저가 와인 생산지로 활용하기 위해 포도밭을 늘렸기 때문이다.

 

525종의 토착품종 중 437가지는 보존돼 있다. 약 30 여 품종은 상업적으로 사용 중이라고.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꼭 기억해야 할 품종은 발표자가 '여왕'이라고 표현한 르카치텔리(Rkatsiteli)와 '왕'이라고 표현한 사페라비(Saperavi). 

개인적으로는 크베브리에 양조 및 숙성한 키시(Kisi) 품종을 주목하고 있다.

 

생산량은 약 2억 리터 정도. 카헤티가 95%라는 압도적인 생산량 점유율을 보인다. 품종은 르카치텔리 54%, 사페라비 35%로 전체의 89%를 점유한다. 중요한 품종일 수밖에 없다.

 

PDO는 29개, 와인 제조사는 2천4백 개에서 2개 모자란다. 조지아 사람들은 우리가 김치를 담그듯 집집마다 포도로 가양주를 담근다고 한다. 자기 포도밭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포도를 구매해서 담그기도 한다고. 

 

수출 현황. 리터 당 평균 수출 가격은 2.4 달러. 수출양과 금액 모두 성장하고 있다.

 

수출국 비중은 러시아가 압도적이다. 그 외에도 예전에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었던 국가들이 많다. 이는 소련 시절 입맛이 길들여진 탓이 크다고 한다. 

 

2023년 기준 한국 수입량은 4.6만 리터 정도로 그리 많진 않다. 하지만 리터 당 평균 수입 가격은 5.5 달러로 조지아의 평균 와인 수출가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만큼 한국이 높은 품질의 고급 와인을 선호한다는 방증이다.

조지아 와인 협회는 한국의 성장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고. 실제로 주변인들과 조지아 와인을 마셔 보면 흥미롭다, 맛있다 등 호감을 표시하는 경우 많다. 문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

 

조지아도 자신들의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주요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테이스팅 시간. 화이트 3종과 레드 2종인데, 화이트는 각각 품종이 다르고 레드는 모두 사페라비다.

 

Teliani Valley, Tsolikouri 2022 Lechkhumi / 텔리아니 밸리, 촐리코우리 2022 레흐후미

맑고 투명한 연한 레몬색. 향긋한 꽃향기와 풋사과 같은 상큼함, 청포도 본연의 풍미, 달콤한 열대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알싸한 미네랄과 신선한 라임 산미가 가볍고 청량한 느낌을 남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이지 드링킹 스타일. 다양한 한상차림 음식에 곁들이기도 좋을 것 같다.

 

텔리아니 밸리는 조지아의 주요 생산자 중 하나로 가성비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해외 수출도 많이 한다고.

촐리카우리(Tsolikauri) 품종은 르카치텔리 다음으로 많이 재배하는 화이트 품종이다. 카헤티보다는 서쪽에서 많이 재배하며, 만생종에 볏짚색에 가까운 컬러, 가벼운 바디가 특징이다.

 

Pery Winesm Rkatsiteli 2022 Kakheti / 페리 와인즈, 르카치텔리 2022 카헤티

반짝이는 볏짚색, 화사한 꽃향기가 감돌며 완숙 살구 같은 핵과 풍미가 드러난다. 입에서는 적절한 산미에 세이버리 한 허브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중용의 미덕을 지닌 친근하고 편안한 스타일. 

 

페리 와인스는 20대 중반의 와인메이커 중심의 신생 와이너리다. ' 와인을 마시면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남녀노소 언제 어디서 마셔도 부담 없는 와인을 추구한다. 삶을 단순하게 살되, 와인으로 색을 더하자는 생각이랄까. 

르카치텔리(Rkatsiteli)는 동쪽을 대표하는 품종이라고 한정하기에는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이 재배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미국 동부 등 해외에서도 재배하고 있다고. 내한성으로 코카서스 고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르카치텔리의 장점은 더운 지역에서도 좋은 산미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틸 와인부터 스파클링 와인, 주정강화 와인은 물론 브랜디까지 만들 수 있는 다재다능한 품종이다.

 

Do Re Mi, Kisi 2021 Kakheti / 도레미, 키시 2021 카헤티

비교적 맑은, 반짝이는 구리 컬러. 석고 같은 미네랄과 쨍한 인상과 달리 아로마는 절제된 느낌이다. 입에 넣으니 그제야 말린 자몽 같은 풍미가 가벼운 타닌, 강한 산미가 형성하는 짱짱한 구조감과 함께 드러난다. 살살 스월링을 하니 감귤류, 열대과일 풍미가 피어나며 허브, 견과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녹아든다. 크베브리에서 양조한 오렌지 와인으로, 키시 품종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듯.

껍질과 함께 1.5개월 침용했으며, 차갑지 않게 마시는 게 좋다고. 오픈 후에도 며칠 동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스테이크 같은 육류에 곁들여도 좋다고.

 

도레미는 크베브리 와인만 만드는 생산자다. 유기농 포도를 사용하며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는다. 진실한 와인을 만들려면 포도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이 확실하다고. 온도 조절도 하지 않는 등 인위적인 개입도 최소화한다고.

키시(Kisi)는 2000년 초까지는 거의 멸종 상태였다고 한다. 저가 와인을 양산하려는 소비에트의 정책에 적합하지 않은 품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키시 품종으로 고품질에 개성을 갖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생산자들이 많아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하는 의견이다!) 게다가 싹이 늦게 트고 내한성도 좋으며 가뭄과 곰팡이성 질병에도 강한 장점이 있다. 앞으로 키시 품종의 약진을 기대해 본다.

 

Tbilivino, Saperavi Classic Red Dry 2021 / 트빌비노, 사페라비 클래식 레드 드라이 2021

검은 잉크 같이 진한 루비 레드 컬러. 라즈베리, 블랙 체리, 블랙베리 등 검은 베리 풍미가 차분하게 드러나며 바이올렛 뉘앙스도 감돈다. 바디는 미디엄(풀) 정도로 너무 무겁지 않으며, 좋은 산미와 은근한 타닌, 초콜릿 힌트에 블랙커런트 잼 뉘앙스가 피니시에 예쁘게 남는다. 크베브리를 사용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해 오크 숙성해 완성한 와인이다.

 

트빌비노는 조지아 최대 생산자 중 하나로 양조장도 두 개라고 한다.

사페라비(Saperavi)는 '물든다'는 의미인데, 껍질뿐만 아니라 과육도 붉은색이 감돌아 색이 진하기 때문에 양조통이 쉽게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와인 또한 잉크처럼 진한 색상을 띤다. 하지만 풀 바디 레드 와인 외에 로제 와인이나 주정 강화 와인, 세미 스위트부터 스위트까지 다양한 당도의 와인을 만든다. 또한 생산 지역에 따라서도 상당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Papari Valley, 3 Qvevry Terraces Organic Saperavi (Dry) 2022 / 파파리 밸리, 3 크베브리 테라스 오가닉 사페라비 (드라이) 2022

싱그러운 식물성 힌트의 첫인상. 검은 체리 향이 신선하게 드러나면서도 버섯 같은 토양 뉘앙스가 명확하게 곁들여져 독특하고 개성적인 향을 연출한다. 입에 넣으면 꽉 차는 타닌, 생생한 산미. 드라이한 인상인데 뒷맛에 과일의 단맛과 발사믹 뉘앙스가 예쁘게 남는다. 밀도 높은 풍미의 강건한 풀 바디 와인. 잔당감이 살짝 있다는데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다.

3 크베브리 테라스라는 이름은 세 가지 크베브리를 양조 단계 별로 다르게 사용했다는 의미다. 첫 크베브리에는 포도 과육 및 껍질, 씨 등을 다 넣고 발효한다. 11월 쯤 껍질 등을 제거하고 과즙만 두 번째 크베브리로 옮겨 젖산 발효를 하고 다시 세 번째 크베브리로 옮겨 숙성을 진행한다. 일종의 크베브리 래킹을 진행하는 셈.

 

파파리 밸리는 2015년 빈티지를 시작으로 연 2~3만 병 생산하는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양조장 바로 앞에 자가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고. 

 

조지아 국립 와인 에이전시 연락처. 

 

이후 조지아 와인 시음회가 진행됐는데 시간 관계상 참석하지 못했다. 내년엔 부디.

 

20231005 @ 그랜드하얏트서울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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