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현대 서울 지하 1층에서 진행한 듀어스 더블 더블(Dewar;-'s Double Double) 팝업. 8월 4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는 행사인데 마지막 날 간신히 방문했다.
듀어스 더블 더블 시리즈는 제주 면세점에서 종종 보던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다. 고숙성이라 제법 관심이 있었지만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 항상 구매 우선순위에서는 밀렸었다. 그런데 팝업 스토어에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니 안 가볼 수 없었다. 네이버로 원하는 시간을 예약해 방문할 수 있었던 것도 장점.
현장에서는 직접 구매도 가능했다. 일반 듀어스는 물론 이날 시음 리스트에 있었던 더블 더블 21년, 27년도 구매 가능하다. 단, 32년은 3종 패키지로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팝업 스토어는 끝났...
듀어스 더블 더블은 보틀과 패키지까지 신경 쓴 것이 역력하다. 패키지들을 쭉 전시해 놓으니 멋짐이라는 것이 대폭발.
시음하는 사람들 중 구매하는 경우도 제법 보였다.
데스크에서 예약 내역을 확인하니 자리를 안내해 준다. 프라이빗 테이스팅은 예약할 때 결제하는 게 아니라 도착해서 메뉴를 보고 결제하는 시스템. 노쇼가 많았을 것 같은 건 기우일까. 어쨌거나 32년이 포함된 세트를 선택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하지, 아믄.
QR코드로 프로모션에 응모하면 듀어스 더블 더블과 바카라 잔으로 구성된 세트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단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음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 더블 더블 제품을 산 사람만 응모할 수 있다. 음, 이미 더블 더블을 샀는데 한 번 더 살 기회를 준다는 건가...
메뉴를 주문하면 직원이 리플릿을 기반으로 간단한 설명을 해 준다. 다 아는 얘기였지만 성실하게 들었음 ㅎㅎㅎ
이름이 더블 더블인 이유는 오크 에이징을 네 번에 걸쳐 진행하기 때문. 2 ×2=4... 그래서 더블 더블이다.
일반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숙성은 1번과 3번만 한다. 최근 유행하는 캐스크 피니시 위스키라면 1번, 3번, 4번을 할 것이고. 그런데 듀어스 더블 더블은 그레인 위스키와 몰트 위스키를 블렌딩 하기 전에 다른 통에 추가 숙성함으로써 위스키에 더욱 부드럽고 복합적인 풍미를 더하는 것이다. 위스키 풍미의 절반 이상, 많게는 7~80% 정도가 오크 숙성에서 온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니 얼마나 풍미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no caramel added, non-chill filtered. 알코올 함량은 46% 고정이다.
종류는 앞서 언급한 대로 21년, 27년, 32년 세 가지. 숙성 기간만 다른 게 아니다. 21년은 올로로소(Oloroso), 27년은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32년은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 등 각각 다른 셰리 캐스크(Sherry cask)에 피니싱을 진행했다.
가장 궁금했던 건 쉽게 만날 수 없는 32년 숙성.
위스키 등장.
32년을 너무 조금 주셔서 살짝 서운...
그래도 소금집 햄과 올리브, 청귤칩, 초코 슈니첼 등으로 구성한 안주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테이스팅 시작. 왼쪽부터 21, 27, 32년이다.
27년 숙성이 앰버 골드 컬러로 유난히 밝은데, 팔로 코르타도 캐스크의 영향이라고 한다. 팔로 코르타도는 피노(Fino) 셰리로 만들려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피노 셰리가 되지 못한 캐스크로 만든다. 그러니 올로로소나 PX에 비해 확실히 컬러가 가벼울 수밖에 없을 듯.
구릿빛의 클래식한 코스터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하지만 준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예쁜 쓰레기;; 한 번씩 맛을 본 위스키 글라스를 요 코스터 위로 옮겨 두었다.
Dewar's Double Double aged 21 years
꾸덕한 셰리 향이 가벼운 스파이스. 확실히 익숙한 풍미다. 입에서도 상당히 친근한 전형적인 블렌디드 위스키의 인상이 느껴지는데, 말린 붉은 체리 같은 인상이 개성을 부여한다. 달콤한 첫 느낌과는 달리 씁쓸한 피니시가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니 견과와 스파이스가 어우러진 초코바 같은 제법 복합적인 뉘앙스가 드러난다. 피니시가 살짝 짧은 것은 아쉽지만, 나름 매력적인 위스키.
Dewar's Double Double aged 27 years
톡 쏘는 스파이스가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나며, 상큼한 사과, 레몬, 오렌지, 달콤한 노란 과일 등 다양한 과일 풍미가 가볍고 신선한 첫인상을 남긴다. 입에서는 날 선 구조감이 날렵하면서도 우아하게 드러난다. 섬세한 스타일의 위스키로, 감초 같은 피니시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 셋 중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 앞으로 피노 셰리, 팔로 코르타도 등에서 숙성한 위스키는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안주와 함께 마셨더니 햄과는 아주 잘 어울리지만 초콜릿 프레첼 안주에는 좀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푸드 페어링을 조심스럽게 해야 할 듯.
Dewar's Double Double aged 32 years
스파이시한 힌트와 살짝 스친 후 살구나 천도복숭아 같은 노란 핵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실제로 달지 않지만 캐러멜 같이 끈적하게 달콤한 풍미에 감초 같은 약재 뉘앙스가 더해진다. 이후 가벼운 씁쓸함이 스모키 힌트와 함께 피니시로 이어진다. 첫인상은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격조 높고 그윽한 느낌이 살아난다. 특히 거의 잔을 비운 후의 잔향이 아주 훌륭했다. 목 넘김 후의 여운도 좋아 물이나 안주로 입을 가시고 싶지 않았을 정도. 전반적으로는 27년이 내 스타일이지만, 피니시와 잔향만 보면 32년의 압승이다.
조금씩 천천히 두 순배를 돈 후, 나머지는 사람 구경을 하며 천천히 비웠다. 점점 더 이런 시간이 소중해지는 듯.
27년은 면세점에서 좋은 가격에 보이면 구매를 고려해 볼 것 같다. 물론, 수많은 싱글 몰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겠지만.
20230815 @더현대서울(여의도)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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