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나치게 무거울까봐, 너무나 잔인할까봐 보기가 두려웠던 영화.
물론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그런 요소들이 당연히 필요했지만
너무 감정적으로만 흐를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괴로운 장면들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최소한으로 표현했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무거운 분위기 또한 상당 부분 걷어냈다.
주인공 소녀의 꿋꿋한 모습과 때때로 드러나는 밝은 표정은
어찌 보면 역설적인 씁쓸함을 불러오긴 했지만
그래도 극 전체의 어두움 덜어내는 데 상당 부분 도움을 주었다.
영화의 주제 보다는 이런 부차적인 이야기를 서두부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은
'너무 무겁고 슬프고 잔인할까봐 차마 못 보겠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다.
영화는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고객이 너무 깊히 감정적으로만 몰입하지 않도록,
충분히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는 간격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기에 과거의 괴로움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을 뿐더러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고리 또한 만들어낸다.
현대에도 여전히 약자로서 고통받은 소녀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표현한다.
마지막의 귀향굿은 우리가 불러주지 않으면, 그러니까 기억하지 않으면
안타깝게 스러져 간 불쌍한 영혼들이 돌아올 수 없음을 의미하지 싶다.
기억해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러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다.
덧글.
혹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무속적인 요소들 때문에
이 영화 전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시는는 분이 있을까봐 노파심에 덧붙인다.
비유는 비유일 뿐이니 그 형식 보다는 담아내려는 주제의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무속적인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영화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은
감독, 제작진, 출연진, 그리고 7만 명이 넘는 국민 투자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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