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를 좀 마셔봤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대형 브랜드, 핫카이산(八海山).
애매한 사케들만 잔뜩 있는 대중적인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주문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바로 핫카이산이다. 어떤 등급도 최소한의 품질을 갖추고 있는데, 실제 핫카이산은 보통주를 긴조(吟釀) 품질로, 긴조를 다이긴조(大吟釀) 품질로 만드는 게 양조 철학이라고 한다.
요건 그 핫카이산에서 만드는 아주 특별한 사케다.
눈 속에서 8년을 숙성한 준마이다이긴조(純米大吟釀).
핫카이산 준마이다이긴조 유키무로 숙성 8년 (八海山 純米大吟釀 雪室 熟成 八年). 교토 여행 중 간사이 공항 면세점에서 7천 엔이 조금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다.
2023년 11월 25일에 병입 한 따끈따끈한, 아니 시원한 사케다. 정미보합은 50%로 딱 준마이다이긴조의 기준을 맞췄다.
박스 안에 동봉된 리플릿에 상세 설명이 나와 있다.
Snow Aged Junmai Daiginjo 8 Years. 원래는 5년 숙성 사케를 만들려고 했는데 보관 환경이 너무 좋아서 8년으로 늘렸다. 덕분에 가볍고 신선한 맛을 유지하면서도 다층적이고 우아한 풍미를 지닌 사케를 만들 수 있었다. 핫카이산의 첫 글자도 8이고, 숙성 년수도 8인데, 일본어로 8의 발음이 [ha]에 가까우므로 즐거운 웃음을 표현한다고 할 수도 있다고ㅋ
핵심은 유키무로(雪室). 한자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듯 눈으로 만든 방으로, 천연 냉장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일본서기>에 이 유키무로를 왕족을 위한 저장고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흔히 사용해 왔으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니가타현(新潟縣)에 60개 이상의 유키무로가 있었다고 한다.
유키무로는 몇 천 톤의 눈으로 만드는데, 돔 모양으로 쌓은 눈 안에 식품을 저장하는 카마쿠라(かまくら)와 커다란 방 안에 눈을 쌓아놓아 아이스 박스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히무로(氷室)가 있다. 눈 덕분에 5°C 의 저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습하고 차가운 공기 덕에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핫카이산을 만드는 핫하이슈조(八海釀造)는 니가타 남동쪽 우오누마(魚沼)에 있다. 이곳은 겨울이면 2~3m의 눈이 내릴 정도로 눈이 흔한 고장이다. 때문에 이 고장 사람들은 눈 속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노하우를 익혔다. 자연스럽게 관련 음식 문화도 발전했으며, 녹은 눈이 만드는 맑은 물은 깨끗한 사케를 만드는 핵심 재료가 되었다.
사케 병은 흰 종이로 포장되어 있다. 요런 거 좋아♥
뭔가 흰 가운을 덮어쓴 여사제 같은 느낌. 종이를 벗겨볼까 했지만 괜히 구겨지고 지저분해질 것 같아 벗기지 않았다.
개봉은 마실 때 천천히 하는 걸로. 우째도 올해 안에 마실 녀석이니까. 그날을 기다리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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