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카이산 도쿠베츠 준마이(八海山 特別 純米). 핫카이산에서 미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사케라고 한다. 어쩐지, 레이블이 기존의 핫카이산이랑 다르게 모던한 느낌이더라니. 레이블 디자인도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예술 감독 추바키 푸코와의 협업이라고. (나는 누군지 모른다는 건 함정...)
핫카이산(八海山)은 국내 이자카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다. 흔히 월계관이라고 부르는 겟케이칸(月桂冠), 구보타 만쥬(久保田萬壽)와 구보타센쥬(久保田千壽)로 유명한 아사히 슈조(朝日酒造)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닐까. 물론 원탑은 팩 사케 간바레 오또상;;;;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대중적 이자카야에 갈 때 가장 걱정 없이 시키는 술이 바로 핫카이산 도쿠베츠 혼죠조(八海山 特別 本釀造)다. 대부분 별생각 없이 캘리포니아산 겟케이칸 준마이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쪽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핫카이산의 양조 철학은 보통주를 긴조의 품질로, 긴조를 다이긴조의 품질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다이긴조는 물론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고.
핫카이산은 소설 <설국(雪國)>으로 유명한 니카타(新潟)현의 양조장이다. 삼백(三白)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눈, 쌀, 그리고 사케다. 소설 <대망(大望, 일본명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우에스기 겐신(上杉謙信)의 근거지인 에치고(越後)가 바로 이 지역이다. 어쨌거나 10~15여 년 전쯤 사케에 한창 관심이 많을 때 효고(兵庫)현과 함께 참으로 마음에 들어 했던 사케 양조 지역이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후로는 불안해서 사케 자체를 잘 마시지 않았더랬다. 게다가 니카타는 지리적으로 후쿠시마(福島)와 상당히 근접한 동네라 더욱 그랬고
최근 2년 정도는 '노 재팬' 캠페인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일본 제품 자체를 거의 소비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문화예술, 식음료 중 정말 좋아하던 것들만 조금씩 다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요 사케는 도쿠베츠 준마이급이다. 보통 준마이의 정미보합을 30%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과거의 기준이고 최근 준마이는 정미보합 기준이 없다. 전혀 깎지 않은 쌀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 하지만 도쿠베츠 준마이는 정미보합 40% 이상이어야 한다. 긴조급 정미보합률이라는 얘기.
八海山 特別 純米 / 핫카이산 도쿠베츠 준마이
은은한 쌀 향기가 마치 흰 꽃 향기 같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에 깔끔한 단맛이 일품이다. 단맛이 아예 없는 카라구치 사케보다 요렇게 밸런스가 좋은 사케를 선호하는 내 입맛에 딱 맞는달까. 목 넘김 후 편안한 여운 또한 매력적이다. 웬만한 대중적인 긴조급 사케를 찜쪄먹을 맛. 바로 얼마 전에 마신 다이긴조 두 가지보다 이 사케가 훨씬 마음에 든다.
어머니가 부쳐주신 달맞이꽃 단호박 부침개와 함께 마셨는데 궁합이 좋았다. 편안한 연휴 저녁.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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