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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니혼슈

기쿠마사무네 키모토 다이긴죠(菊正宗 生酛大吟釀)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7. 2.

GS 스마트오더(와인25+)에서 구입한 기쿠마사무네 키모토 다이긴죠(菊正宗 生酛大吟釀).

 

이제 사케 좀 마신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긴죠, 다이긴죠, 준마이가 뭔지 정도는 대충 다 안다. 요건 다이긴죠니까 정미보합 50% 이하, 준마이는 아니니까 양조용 알코올(주정)을 섞었다는 이야기다. 가라구치(辛口)는 아사히 맥주 덕분에 잘 알려진 대로 달지 않고 드라이하다는 뜻.

 

원재료는 일본산 쌀(왠지 께름칙...), 쌀누룩, 양조 알코올. 정미보합은 딱 기준을 통과하는 50%다. 알코올 도수는 15~16%.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일본주도는 +3.5, 산도와 아미노산도는 각각 1.3이다.

 

그런데 키모토(生酛)는 무엇?  흔히 보이는 것도 아닌 양조 용어라서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곡물로 발효주를 만든다고 그냥 곡물이랑 누룩, 효모, 물을 한 번에 때려 넣는 것이 아니다. 발효를 더 잘 시키기 위해서(=알코올 발효 수율을 높이거나 더 좋은 풍미를 내기 위해서) 보통 밑술을 만들고 덧술을 하는 등 단계를 나누어 진행한다. 처음 발효가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단계를 주모를 만드는 밑술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잡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초기에는 산성을 만드는 균(=유산균 등)을 빠르게 번식시킬 필요가 있다. 요즈음에는 그냥 유산균을 첨가해 산성을 만드는 속양계(速醸系)가 대세지만, 과거에는 그런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 유산균의 번식이 쉬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이를 위해 유산균이 잘 증식할 수 있도록 쌀을 으깨어 전분과 누룩을 섞어 주는 작업이 바로 야마오로시(山おろし)다. 옛날에는 양조를 주로 서늘해지는 시기부터 추운 겨울 동안에 진행했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시작해야 하는 야마오로시는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다. 따라서 전통 방식으로 주모를 만들되 물에 미리 효모를 풀어 증식시키고, 찐 쌀을 으깨지 않고 바로 넣는 방식으로 야마오로시 작업을 생략한 것이 바로 야마하이(山廃)다. 

키모토, 야마하이 모두 속양계 주모에 비해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2배 이상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풍부한 아미노산 성분이 생겨 맛이 깊어지는 장점이 있다. 힘든데 괜히 하는 것이 아닌 셈이다.

 

양조장 소재지는 고베시 히가시나다구.

 

굳이 수입사 스티커를 떼어서 백 레이블을 확인하는 센스 ㅎㅎㅎ

 

모둠회에 곁들여 마셨다. 근데 회에서 흙내가 나서 기문을 망쳤....ㅠㅠ 이 횟집에선 다신 안 시킨다.

 

菊正宗 生酛大吟釀 / 기쿠마사무네 키모토 다이긴죠

다이긴조인데 역시나 향긋하고 섬세한 긴죠향은 아쉬운 수준. 그래도 입에서의 질감이 지난번에 마신 월계관 준마이다이긴죠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복합적인 뉘앙스가 살짝 드러나는 것 같다. 편하게 곁들여 마실 만은 한 수준이랄까. 

하지만 역시 사케는 등급에 비해 저렴한 것보다는 외려 가격이 좀 있는, 등급이 낮더라도 평이 좋은 걸 찾아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스시이젠에서 얻어마신 주욘다이 벳센만 봐도... 물론 벳센은 등급도 높지;;; 하지만 여기까지 손대다간 진짜 가산탕진의 길...ㅠ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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