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고베 여행을 마치고 오전 비행기로 돌아오는 여정. 아시아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예약했다.
간사이에는 아시아나 라운지가 없어서 같은 스타 얼라이언스 항공사인 아나(ANA)의 라운지를 이용한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게 비즈니스 라운지인지 도떼기시장인지 모를 정도. 게다가 음식 구성은 말잇못... 그냥 니싱 컵라면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아침 식사를 안 한 상태라 꼬약꼬약 잘 먹었다.
그리고 주류 리스트. 생맥주는 기린과 아사히가 있었던 것 같고, 사케도 한 종류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와인은 완연한 엔트리 레벨이라 마시지 않았고. 아침이라 술을 많이 마시긴 부담이 있었기에 식사를 하며 치타(知多) 하이볼을 마셨고, 경험하지 못한 위스키와 코냑을 온 더 락으로 맛만 봤다.
먼저 좌측의 아오(碧, AO). 산토리(Santory)에서 위스키 생산 주요 5개국인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캐나다, 그리고 일본 위스키를 블렌딩해 만든 위스키다. 그래서 Suntory World Whisky인 듯. 처음 잔에 따르면 앰버 빛 감도는 진한 골드 컬러에 블렌디드 위스키의 전형적인 뉘앙스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 가벼운 스파이스, 시트러스 필, 그리고 오묘한 피트 힌트. 입에 넣으면 바디는 가벼운데 뭔가 날카롭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서서히 반전이 일어났다. 달콤한 향이 슬슬 올라오며 맛 또한 편안해졌달까. 요건 니트로 즐기기보다는 온 더 락이나 칵테일로 마시는 게 적당한 스타일이다. 혹은 적당량 물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게 좋을 듯.
그리고 Camus Ile de Ré Fine Island Cognac. 코냑 서쪽 바다에 있는 섬 이름을 딴 코냑인데 레이블이 귀여워 처음부터 눈길이 갔다. 잔에 따르니 톡 쏘는 후추와 아세톤 뉘앙스, 자두 같은 흰 과일 아로마가 가볍지만 명확히 드러난다. 입에서는 가벼운 바디와 구조, 그리고 약간의 황 같은 힌트. 어쨌거나 첫 느낌부터 편안해 술술 넘어간다. 그런데 얘는 얼음이 녹을수록 바디가 너무 가볍고 피니시도 뚝 끊기는 느낌. 요건 그냥 니트로 마시는 게 나을 것 같다.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면 미리 충분히 칠링 해서 니트로 마시거나 커다란 각얼음을 넣어 마실 것을 추천.
각 30ml 정도 따랐는데 그나마 반 정도는 남긴 듯. 활주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맛만 봤다.
내가 탈 비행기 안으로 보안과 청소를 담당하는 분들이 줄줄이 들어가신다. 저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내가 편안하게 비행기를 타는 거겠지.
비행기 탑승.
조금 낡긴 했지만 널찍한 자리가 역시 편안하다. 슬리퍼도^^
비행시간이 2시간도 안 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드링크부터 제공하고 메뉴를 줄 알았는데, 메뉴가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앉자마자 물수건과 원하는 음료부터 제공했던 EVA항공과 처음부터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달까.
와인 리스트도. 샴페인은 그렇다 치고 화이트와 레드 와인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La Vieille Ferme은 가성비 좋은 맛있는 와인이긴 해도 비즈니스 클래스에 나올 와인은 아니지 않나? 와인 좀 아는 사람이라면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리스트다. 게다가 아래에는 '엄선된 고급 와인만'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버젓이 쓰여 있다. 하. 하. 하.
아시아나가 많이 힘들긴 한가 보다.
어쨌거나 선택지는 샴페인뿐. Champagne Monopole Heidsieck & Co. Blue Top Brut. 그리 선호하는 샴페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다른 주류 리스트. Remy Martin XO를 한 잔 받을까 했지만, 시간도 없었고 오전이라 자제했다.
식사 메뉴. 나는 닭고기 꼬치구이를 시켰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건 꼬치구이 맛이 아닌데;;; 동행인이 고른 소고기 맛을 보았더니 애매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닭고기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샴페인이 나오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레드와 화이트는 트레이레 싣고 다니는데 샴페인은 그렇지 않더라는.
그래서 일단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받았는데... 한 모금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아시아나 진짜 와인 셀렉팅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저렴하더라도 잘만 고르면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며 마실만한 와인은 상당히 많다.
그저 캐빈 크루님이 샴페인을 계속 따라주어서 감사했을 뿐. 한 잔만 마실 생각이었는데 더 마시겠냐고 권하셔서 그만 한 잔 더 받아버렸다. 그런데 두 잔을 연속으로 마시니 왠지 모르게 제맛이 느껴지지 않았던 건 함정.
착륙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샴페인이 조금 남으니 트레이를 치우면서 너트를 챙겨 주셨다. 먼저 제안해 주신 요 서비스도 감사. 샴페인을 한 잔만 마실 생각이어서 너무 일찍 받은 커피는 다 식어버렸다. 한 모금 입맛만 다시고 마무리.
간사이-김포 아시아나 비즈니스 클래스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캐빈 크루의 서비스만 빼고. 그래도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난감했는데 한 시간이나 얼리 체크인해 주신 것이나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이런저런 세심하고 선제적인 서비스만으로도 비즈니스 클래스는 이용할 만한 듯. 또 이렇게 돈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자본주의니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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