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고베 여행 중 예약으로 찾아간 비프테키 카와무라 산노미야본점(ビフテキのカワムラ 三宮本店). 원래 다른 고베 스테이크 하우스를 추천받았는데, 연휴기간 오픈 유무가 명확하지 않았을뿐더러 예약 방법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비프테카 카와무라.
예약은 반드시 위 사이트에서 연결되는 별도 예약 사이트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예약하면 10%의 수수료가 붙는다. 가뜩이나 비싼 가격이라 10% 수수료도 무시 못할 수준. 게다가 결제도 한화로만 되어서 고율의 결제 수수료까지 더해진다. 환율이 900원을 조금 넘는 시점이었는데 수수료 더한 환율을 보니 950원대더라는-_-;;;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한 번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스타일이었다. 다음에 고베에 오더라도 이런 타입의 레스토랑은 한 군데 들를 것 같다. 꼭 고베가 아니더라도 매장이 전국에 여러 곳 있다. 도쿄 롯폰기와 긴자에도 있고.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다른 레스토랑도 많아서 선택지가 제법 있다.
가격은 처음에 가려던 고베규 레스토랑보다는 조금 비싼 편. 런치인데도 일반 와규 등심 스테이크(90g) 런치가 4,180엔부터 시작한다. 120g은 5,060엔. 소를 흑우 등심으로 바꾸면 100g에 6,600엔이다. 대신 코스 구성이 조금 더 좋아진다. 여기서 다시 고베규로 바꾸면 가격은 14,300엔... 두 배 이상으로 확 뛰어버린다-_-;;
그래도 고베까지 왔는데 고베규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특선고베 비프런치
안심 16,500엔
- 특선 흑모와규 로스트 비프 간장 젤리 곁들임
- 오늘의 포타주【옥스테일 수프로 변경: +200엔】
- 특선 고베 비프 스테이크(100g)
- 구운 야채
- 샐러드
- 빵 또는 라이스
- 셔벗
- 식후 음료
그래서 우리는 고베 비프 등심 코스와 흑우 등심 코스를 하나씩 시켰다. 맛 비교도 할 수 있어서 좋고, 단가도 낮출 수 있으니 일거양득. 코스 구성은 같다.
예약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5분 정도 기다렸다.
클래식한 집기들과 은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세팅은 우리나라 고급 고깃집과 유사한 듯?
식사 시작.
비프 간장 젤리를 곁들인 특선 흑모와규 로스트. 오 요거 맛있다. 요거 한 점으로 와인 한 잔은 마실 수 있을 듯. 안 익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동행인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고베규 코스에 나온 로스트에는 세 가지 곁들임 소스가 함께 나왔다. 역시, 금액이 다르면 뭐라도 차별화를 하는구나...
야채를 들고 셰프님 등장. 조금 젊은 분이셨는데 조용하면서도 센스가 있는 분이셨다. 한국이었으면 천 엔 짜리라도 한 장 쥐어드렸을 것 같은데, 여긴 그런 문화가 아닌 것 같아 자제했음^^;;
마늘 슬라이스를 먼저 볶는다. 동행인은 마늘밥으로 식사를 업그레이드했기에 그거 용도인가 했는데 아니었음.
마늘을 볶은 기름에 야채와 고기를 구워 마늘향을 가볍게 익히는 용도다. 마늘도 레스팅을 하는 동안 바삭해져 나중에 고기와 함께 먹을 때 딱 좋은 상태가 된다.
고기 등장. 오른쪽 앞 두 덩어리가 고베규다.
왼쪽 뒤에 있는 고기가 흑우. 사진으로는 알기 어렵지만 육안으로도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는 듯했다. 고베규가 좀 더 지방층이 세밀하고 육질이 단단한 느낌이랄까.
일본식 포타주. 고기 양도 적고 식사 양도 적다고 불편하는 분이 종종 있던데, 이렇게 먹으면 솔직히 배고프지는 않다. 엄청 배부르게 먹으려고 이런 곳 오는 건 아니니까. 외려 여행 다니며 이것저것 먹으려면 식사가 너무 푸짐하지 않은 편이 좋던데.
잘 볶은 마늘은 사이드로 치워 두고,
열 맞춰 야채를 굽는다.
그리고 고기도. 정말 넘나 정성스럽게 구워서 진짜 장인의 기술이 느껴졌달까. 절로 기대감이 상승했다.
샐러드는 정말 너무나 평범해서 실망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재료 하나가 정말 싱싱하고 잘 손질돼 있어서 의외로 맛있게 먹었다.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요건 소스조차 제법 맛있었달까.
초벌 한 고기를 레스팅 하며 보여주신다.
구워놓고 나니 더욱 고베규의 때깔이 좋다. 동행인과 한 점씩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먼저 나눠서 서빙받을 건지 물어보신다. 아마 우리 같은 고객이 제법 있었던 듯. 요렇게 선제적인 서비스 넘나 좋다.
고객 앞에 은박지와 식방을 깔고 야채는 은박지 위에 먼저 덜어주셨다. 야채 하나하나가 다 맛있었지만 당근은 진짜 진미! 고기보다 더 맛있을 정도.
숙주도 볶아서,
함께 서빙해 주셨다. 아삭함이 살아있는 상태라 그냥 먹어도 맛있다.
고기 접시 등장.
초벌한 고기를 다시 구워서,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주신다.
흑우와 고베규 스테이크 완성.
요렇게 반씩 덜어주셨다. 왼쪽이 흑우, 오른쪽이 고베규. 글라스 레드 와인 한 잔 시켜서 함께 마셨는데 정말... 입에서 녹는 느낌. 아니다, 녹는 건 아니고 씹는 맛은 확실하면서도 대단히 편안하게 넘어간다.
흑우와 고베규도 차이가 날까 싶었는데, 먹을수록 확연히 느껴진다. 고베규가 더 크리미 하면서도, 질긴 느낌이 1도 없으면서도 쫄깃하게 씹는 맛이 있다. 그에 비해 흑우는 안쪽을 씹을 때 아주아주아주 약간의 질긴 느낌이 남는다. 그래도 다음에 온다면 둘 다 흑우 코스를 먹을 것 같다. 일단 흑우만 해도 상당히 맛있으니까. 비교하지 않았다면 흑우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흑우 코스 정도가 딱 좋은 듯.
미디엄으로 요청드렸는데 레알 미디엄이다. 고기를 먹으면서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동행인의 마늘밥.
사진을 못 찍었는데 마늘을 별도로 작게 촙 해서 볶은 후 거기에 밥을 볶아주신다.
요렇게 누룽지까지 만들어서 예쁘게 얹어주셨다. 오, 파인 다이닝의 디시 부럽지 않은. 맛도 상당히 좋았는데, 동행인은 맛은 있지만 고기 먹은 후에 먹기는 조금 느끼하다고. 그래서 내 쌀밥과 절반씩 바꿔 먹었다.
마늘밥에만 나온 쯔께모노. 역시, 일본은 돈을 더 내면 뭔가를 더 준다는 개념은 확실한 듯. 별거 아닌 걸로 보이지만 퀄도 맛도 상당히 좋았다. 요것만 사 오고 싶었을 정도랄까.
레몬 셔벗으로 입가심하고,
얼 그레이 티로 마무리.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둘이 합쳐 2만 엔을 훌쩍 넘겼지만, 이런 거 먹으려고 열심히 돈 버는 거 아닌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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