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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16. 워싱턴(Washington) 와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5. 31.

매월 연재하는 와인21 도슨트. 워싱턴은 개인적으로 가성비 와인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저렴한 와인이라도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는 얘기. 그렇다고 프리미엄 와인의 퀄리티가 아쉽냐면 그건 또 아니다. 전반적인 퀄리티와 접근성이 좋은 와인, 게다가 다양성도 갖춘 와인이 바로 워싱턴 와인이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와인21 도슨트] 워싱턴(Washington) 와인

'워싱턴에서 와인을 만든다고? 미국의 수도에서?'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워싱턴은 워싱턴 D.C.가 아니라 50개 주 중 하나인 워싱턴주(Washington State)를 의미한다. 미국 북서부 끝에 위치해 북쪽으로 캐나다, 서쪽으로 태평양과 인접한다. 바로 남쪽에는 피노 누아(Pinot Noir)로 유명한 오리건(Oregon) 주, 더 남쪽에는 미국 최대의 와인 산지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가 있다.  

워싱턴은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미엄 와인 산지다. 포도밭 면적은 24,000헥타르가 넘으며, 1,000개 이상의 와이너리와 400여 포도 재배자가 존재한다. 재배하는 품종은 80여 종에 이른다. 그만큼 다양한 와인을 만든다는 의미다. 북쪽에 자리 잡고 있기에 화이트 와인이나 비교적 가벼운 레드 와인을 생산할 것 같지만 레드 와인 생산 비율이 6:4 정도로 더 높다. 그것도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 등 구조감 있는 와인을 만드는 품종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품질 좋은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특히 리슬링(Riesling)은 초기 워싱턴 와인의 위상을 높인 일등공신이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화이트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는 지역과 생산자별로 다양한 스타일이 나온다. 이외에 피노 그리(Pinot Gris)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또한 최근 각광받는 품종들이다. 워싱턴이 이렇게 다양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동쪽으로 넓게 펼쳐진 다양한 테루아 덕분이다.

[ 워싱턴의 와인 생산지 지도 ]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워싱턴 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올림픽 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이다. 천만여 년 전에 대륙판의 충돌로 이 산맥들이 융기하면서 흘러나온 용암들은 동쪽에 두터운 현무암 대지를 형성했다. 용암이 흐르며 형성한 해발 200-600m의 고원은 포도 재배에 알맞은 지형이다. 다음은 미줄라 대홍수(The Missoula Floods)다. 약 1만 5천 년 전에 발생한 이 엄청난 홍수는 2,000년에 걸쳐 수십 차례나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다양한 지형과 토양을 형성했다. 이 홍수는 아름다운 협곡과 단층을 만든 동시에 포도 재배에 알맞은 토양을 사방에 날라 주었다. 마지막은 바람이다. 퇴적토가 오랜 시간 풍화되며 바람에 날려 쌓인 황토가 워싱턴의 대표 와인 산지 콜롬비아 밸리(Columbia Valley)의 표토를 비옥하게 덮어 주었다. 가볍고 고운 입자인 황토는 배수가 좋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분을 유지하는 양면성이 있다. 미네랄도 풍부해 포도 재배에 매우 적합하다. 

워싱턴의 와인 산지는 북위 46도 위아래로 걸쳐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와 북부 론(Northern Rhone)과 유사하다.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위도라는 이야기다. 일단 일조량이 충분하다. 콜롬비아 밸리의 포도 재배 기간 평균 일조량은 약 14-16시간으로 나파 밸리(Napa Valley)보다 1시간이나 많다. 게다가 포도 성숙기의 일교차는 17~19°C 정도로 매우 크다. 때문에 포도는 생리적으로 완전히 익으면서도 신선한 신맛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수량이다. 콜롬비아 밸리의 연평균 강수량은 150-200mm에 불과하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300일이 넘는다. 이는 올림픽 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의 비 그늘 효과(Rain Shadow Effect) 덕분이다. 태평양의 습한 바람이 산맥을 넘으며 비를 뿌린 후 건조한 상태로 동쪽에 불어오기 때문이다. 물이 너무 부족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콜롬비아 강이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데다, 포도 재배에도 긍정적인 미세 기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 워싱턴 레드 마운틴 AVA의 포도밭 전경 ]

워싱턴의 생산자들은 2015년 와인과학센터(Wine Science Center)라는 첨단 연구 시설을 설립해 지역별 테루아 및 그에 맞는 품종, 클론, 재배법과 양조법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개성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콜롬비아 밸리 내의 하위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들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개성의 워싱턴 와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콜롬비아 밸리를 비롯해 호스 헤븐 힐(Horse Heaven Hills), 레드 마운틴(Red Moutain), 왈라 왈라 밸리(Walla Walla Valley), 야키마 밸리(Yakima Valley) 등 주요 AVA들만 기억해 두자.

흔히 워싱턴 와인을 표현할 때 '신세계 와인의 잘 익은 과일 풍미와 구세계 와인의 우아한 밸런스를 겸비했다'라고 한다. 여기에 '최고의 가성비'라는 엄청난 장점이 더해진다. 와인을 즐기면서도 아직 워싱턴 와인을 접해 보지 못했거나 별 관심이 없다면 크게 실수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워싱턴 와인 대부분은 곁에 두고 즐길 가치가 충분한 와인임이 틀림없다. 

 

포에츠 립, 콜럼비아 밸리 리슬링  Poet's Leap, Columbia Valley Riesling

은은한 흰 꽃 향기와 레몬 같은 시트러스 껍질, 백도 등 다채로운 아로마가 섬세한 미네랄과 함께 기분 좋은 첫인상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상큼한 레몬 신맛이 싱그럽게 느껴지며, 농밀한 핵과 풍미 뒤로 볶지 않은 아몬드 힌트와 쌉쌀한 여운이 깔끔한 피니시를 남긴다. 과일의 순수함과 균형감이 돋보이는 와인으로 한식, 중식 등 다양한 스파이시 푸드는 물론 핑거 푸드, 분식, 과일 같은 가벼운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포에츠 립은 샤토 생 미셸의 CEO 출신 알렌 숲(Allen Shoup)이 2002년 설립한 롱 쉐도우(Long Shadows)가 보유한 브랜드다.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아홉 명과 함께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이 와인은 독일의 리슬링 명가 출신 와인메이커 아민 디엘(Armin Diel)이 담당했다. 콜롬비아 밸리 내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리슬링을 블렌딩해 워싱턴주의 개성을 조화롭게 표현했다. 

 

나인 햇츠, 콜럼비아 밸리 쉬라  Nine Hats, Columbia Valley Syrah

라즈베리,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 완숙한 검은 베리 풍미와 함께 감초, 웜 스파이스, 로스팅한 원두 힌트가 매혹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듯한 촘촘한 타닌의 질감이 인상적이다. 진한 과일 풍미는 적절한 오크 뉘앙스와 균형을 이루며, 크리미한 여운이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탄탄한 구조감과 부담스럽지 않은 바디감, 풍성한 과일 풍미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와인. 시라 95%에 그르나슈(Grenache) 5%를 블렌딩했다. 소고기 스테이크는 물론 갈비찜, 불고기 등 진한 소스를 곁들인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육류를 사용한 다양한 한국 음식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나인 햇츠는 포에츠 립과 함께 롱 쉐도우가 보유한 브랜드로, 최고의 와인메이커 9명이 모인 것에 영감을 받아 붙인 이름이다. 롱 쉐도우의 총괄 와인메이커 질 니코(Gilles Nicault)가 와인 제조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인트린직, 카베르네 소비뇽  Intrinsic, Cabernet Sauvignon

검은 체리, 블루베리, 석류 등 검붉은 과일 풍미와 함께 가죽 힌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벨벳 같은 타닌이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하며, 초콜릿 뉘앙스가 매력적인 피니시를 남긴다.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육류 및 강한 불에 구워낸 야채 등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인다. 한 마디로 바비큐 같은 직화 구이와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 워싱턴을 대표하는 와인메이커 후안 무뇨즈 오카(Juan Muñoz-Oca)가 엄선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카베르네 프랑을 일부 블렌딩해 완성했다. 브루클린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짐머(ZIMER)가 작업한 화려한 레이블 또한 눈길을 끈다. 

 

스프링밸리 빈야드, 유리아 레드 블렌드  Spring Valley Vineyard, URIAH Red Blend

검붉은 체리, 석류, 블루베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등 다양한 베리 아로마가 밀도 높게 피어나며 싱그러운 허브 뉘앙스가 더해져 복합미를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하면서도 우아한 타닌이 신선한 신맛과 하모니를 이루며, 완숙 과일 풍미는 잔잔하게 더해지는 오크 뉘앙스와 함께 긴 여운을 남긴다. 숙성 치즈, 풍미가 깊은 햄, 양고기 스테이크, 버섯 등 풍미가 좋은 음식들과 특히 잘 어울린다. 메를로와 말벡(Malbec) 품종을 중심으로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프티 베르도(Petit Verdot) 등을 블렌딩했으며, 프렌치 오크(50% new)에서 18개월 숙성했다. 스프링밸리 빈야드는 워싱턴주 왈라 왈라 밸리에서 6대를 이어 오는 농부 가문에서 설립한 와이너리로, 1993년부터 포도를 식재해 오직 레드 와인만을 생산한다. 2000 빈티지 와인이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 17위, 2001 빈티지가 13위를 기록하는 등 생산 초기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산하는 와인들의 이름은 와이너리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선조 이름에서 따왔다. 

 

베츠 패밀리, 끌로 드 베츠  Betz Family, Clos de Betz

붉은 체리, 자두, 라즈베리 등 검붉은 베리 풍미가 순수하게 드러나며 가벼운 스파이스와 허브가 적절히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드라이한 미감과 농밀한 과일 풍미, 강건한 구조와 우아하고 편안한 질감이 아이러니한 조화를 이룬다. 신맛과 타닌, 과일 풍미가 입안에서 커다란 정삼각형을 그리는 느낌. 보르도 와인 스타일을 워싱턴의 개성을 담아 해석한 와인으로, 워싱턴의 훌륭한 테루아와 와인메이커의 훌륭한 솜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10년 이상의 숙성을 통해 와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현시키는 쪽을 추천한다. 메를로를 중심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프티 베르도를 함께 사용하며, 블렌딩 비율은 매년 바뀐다. 와인메이커 밥 베츠(Bob Betz)는 28년 동안 샤토 생 미셸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근무했으며, 1988년 미국 와인메이커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MW)이 되었다. 1997년 베츠 패밀리 와이너리를 설립했으며, 2011년 경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에도 와인메이커로 남아있다.

 

 

[와인21 도슨트] 워싱턴(Washington) 와인 - 와인21닷컴

흔히 워싱턴 와인을 표현할 때 '신세계 와인의 잘 익은 과일 풍미와 구세계 와인의 우아한 밸런스를 겸비했다'라고 한다. 여기에 '최고의 가성비'라는 엄청난 장점이 더해진다. 와인을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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