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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28. 키안티 클라시코를 예술의 경지로, 카스텔로 디 아마(Castello di Ama)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9. 27.

예전 카스텔로 디 아마 디너에서 만나고 다시 만난 마르코 팔란티 씨. 만날 때마다 강렬한 눈빛과 잔잔한 말솜씨로 와인과 예술에 대한 애정을 명확히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마지막에 그란 셀레지오네 규정 변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살짝 쓸쓸함이 묻어났던 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란 셀레지오네의 아버지라고 할만한 분인데 자기 친아들은 그란 셀레지오네가 되지 못하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지난 7월 3일, 카스텔로 디 아마(Castello di Ama)의 와인메이커 마르코 팔란티(Marco Pallanti)가 내한해 서울 논현동의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작년 7월 이후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라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그가 매우 반가웠다. 생각해 보니 보관 중인 딸의 생년 빈티지 와인에 서명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스친다. 훗날 딸과 함께 마실 때 하나의 추억을 더할 수 있었을 텐데.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 중인 카스텔로 디 아마의 와인메이커 마르코 팔란티]

그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역사와 품종, 테루아에 대한 이야기로 마스터 클래스를 시작했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카스텔로 디 아마이니, 키안티 클라시코를 알리는 것이 곧 카스텔로 디 아마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될 것이다. '키안티'라는 표현은 이미 1600년대 기록에 등장한다. 주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는 그 이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름 자체가 '주피터의 피(Sangue di Giove)'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니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산지오베제는 크게 산지오베제 피콜로(Sangiovese Picolo)와 브루넬로(Brunello)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산지오베제 그로쏘(Sangiovese Grosso)로 나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몇십 종에 이르는 클론이 존재한다. 마르코 팔란티는 이런 클론들의 개별적인 성격보다는 클론들이 식재된 테루아에 어떻게 적응해서 특성을 드러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카스텔로 디 아마의 포도밭 지도를 보여주었다. 굽이진 키안티 클라시코의 지형에 조각보처럼 산재된 각 구획들은 다양한 경사도와 노출, 일조량과 그에 따른 미세 기후를 보인다. 토질은 주로 석회질 토양이지만 구획별로 다양하다. 또한 해발 고도가 500m 이상으로 키안티 클라시코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때문에 복합적인 풍미와 신선한 신맛을 겸비한 양질의 포도를 얻을 수 있다. 마르코 팔란티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신맛이었다.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알코올 도수는 높고 신맛은 낮으며 과일 풍미가 지나치게 드러나는 와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키안티 클라시코는 아직까지 그런 영향에서는 자유롭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포도밭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욱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르코 팔란티는 1982년 카스텔로 디 아마에 합류했다. 이후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인정받으며 카스텔로 디 아마를 키안티 클라시코 정상에 올려놓았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품질과 국제적 명성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했다. 키안티 클라시코 최고 등급인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규정을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그 스스로 '그란 셀레지오네의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의 와이너리는 여느 미술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예술품이 즐비하다. 다양한 예술가들과 스폰서십을 맺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키안티 클라시코에 대한 애정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어우러져 그의 와인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마르코 팔란티와 함께 다섯 종의 와인을 테이스팅 했다. 아마 키안티 클라시코(Ama Chianti Classico) 2020은 영롱한 작은 붉은 베리 풍미와 은은한 허브 아로마, 바닐라 힌트가 산뜻한 느낌을 선사하는 와인이다. 카스텔로 디 아마가 자랑하는 5개 싱글 빈야드에 식재된 평균 10-12년 수령의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산지오베제 96%, 메를로(Merlot) 4%를 사용한다. 2010년 그란 셀레지오네 등급의 와인들을 생산하며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숙성은 재사용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10-12개월 정도 진행한다. 2020년은 포도가 매우 잘 익은 해라서 완숙 과일 풍미가 일품인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몬테부오니(Chianti Classico Riserva Montebuoni) 2019는 아마보다 조금 더 묵직하다. 고혹한 붉은 꽃잎 향기와 그윽한 향신료 힌트 등 복합적인 풍미가 명쾌한 신맛과 어우러져 편안하게 드러난다. 새 오크통을 일부 포함한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12개월 숙성했다. 마르코 팔란티는 5-6년 정도 추가 숙성하면 몬테부오니의 본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아마의 친근함과 뒤이어 소개할 산 로렌조(San Lorenzo)의 복합적인 풍미를 겸비한 와인으로 2018년이 첫 빈티지다.

 

그란 셀레지오네는 키안티 클라시코 전체 생산량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최상급 와인이다. 첫 번째로 시음한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산 로렌조(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San Lorenzo) 2018은 장미 꽃잎과 세이버리 허브, 다양한 스파이스 풍미가 어우러져 포푸리 같이 화사한 부케를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앵두, 석류 같은 작은 레드 베리의 신맛이 실크 같은 질감을 타고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블랙 올리브 같은 짭조름함과 토양 같은 미네랄 힌트가 가볍게 남아 복합적인 여운을 남긴다. 날렵하면서도 탄탄한 구조감과 힘을 갖춘 와인이다. 각 포도밭에서 최고의 포도만 사용하며, 새 오크 20% 정도를 포함한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12개월 숙성한다. 2018 빈티지의 블렌딩 비율은 산지오베제 80%, 메를로 20%. 

두 번째는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비네토 벨라비스타(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Vigneto Bellavista) 2019. 동명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그윽한 바이올렛 향기와 블루베리, 라즈베리, 검은 체리 등의 아로마가 컬러와 유사한 보랏빛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은 실크처럼 부드러우며 농익은 검붉은 베리 풍미가 발사믹 뉘앙스와 함께 풍성하고 우아하게 드러난다. 은은한 삼나무와 흑연, 감초와 담뱃잎 같은 여운 또한 매력적이다. 비네토 벨라비스타는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14-16개월 숙성하며 뉴 오크 비율이 40-50%까지 올라간다. 2019 빈티지의 블렌딩 비율은 산지오베제 80%, 말바시아 네라(Malvasia Nera) 20%. 

마지막으로 시음한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비네토 라 카수치아(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La Casuccia) 2019는 붉은 꽃향기가 미묘하고 고급스럽게 드러나며, 민트, 감초, 담뱃잎 등 허브 스파이스 힌트가 섬세하게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묵직한 바디와 풍부한 타닌에 기반한 견고한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블랙커런트, 농익은 검붉은 베리 풍미가 짭조름한 미감과 어우러져 긴 여운을 선사한다. 단단한 코어와 풍미의 깊이가 인상적이며, 숙성 후가 기대되는 와인이다. 양조 및 숙성은 비네토 벨라비스타와 유사하다. 블렌딩 비율은 산지오베제 80%, 메를로 20%.

라 카수치아는 카스텔로 디 아마의 최상급 싱글 빈야드로 오직 좋은 해에만 한정 생산한다. 2019 빈티지는 5,600병만 생산했다. 벨라비스타는 돌이 많은 토양으로 프루티한 풍미가 일품이라면, 라 카수치아는 돌이 적고 모래가 섞인 점토 석회질 토양으로 부드럽고 우아하며 짭조름한 미감이 매력적이다. 

 

카스텔로 디 아마는 좋은 와인을 넘어 키안티 클라시코의 테루아를 담은 위대한 와인을 추구한다. 배양 효모를 첨가하지 않고 포도에 있는 본연의 이스트로 발효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30-32°C의 높은 온도로 발효한 후 침용 또한 길게 진행한다. 전체 기간은 대략 3-4주에 이르는데, 이 기간 동안 펌핑 오버(pumping over)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포도의 풍미와 컬러를 온전히 추출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효모가 분해돼 와인에 부드러운 질감을 부여한다. 

그런데 2027 빈티지부터는 그란 셀레지오네의 규정이 바뀌어 산지오베제를 9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10%에도 메를로 등 국제 품종은 사용할 수 없다. “2027년 규정이 시행되면 카스텔로 디 아마의 그란 셀레지오네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마르코 팔란티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신은 복합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를로를 사용하며, 다른 품종으로 메를로를 대체해 현재와 같은 개성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란 셀레지오네 등급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그이기에, 그란 셀레지오네 등급을 표기하지 않겠다는 결정 또한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는 어느 쪽으로든 맞는 결정을 할 것이다. 이제까지 그의 이력이, 그의 와인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은 우선 현재의 카스텔로 디 아마 와인을 즐기고, 앞으로의 변화 또한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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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카스텔로 디 아마의 와인메이커 마르코 팔란티(Marco Pallanti)가 내한해 서울 논현동의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작년 7월 이후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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