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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330. 더운 날에도, 주정 강화 와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12. 31.

매월 연재하는 와인21 도슨트. 역시 여름에 올린 기사. 주정 강화 와인은 도수가 높고 농밀한 경우가 많아 겨울에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물론 겨울에는 더욱 넓게 마실 수 있지만.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와인21 도슨트] 더운 날에도, 주정 강화 와인!

올해 1월 '추운 겨울날 즐기기 좋은 주정 강화 와인'을 주제로 와인21 도슨트를 시작했다. 주정강화 와인은 영어로 'fortified wine'. 말 그대로 주정(酒精)을 넣어 강화했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알코올의 역할은 도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보존성을 강화하거나 와인의 풍미를 밀도 높게 드러내려는 의도가 크다. 그럼에도 높은 도수가 몸을 데워 주기 때문에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에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주정 강화 와인의 맛과 스타일이 너무나 다양하다. 오히려 일부 주정 강화 와인들은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보다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여름 더위를 식혀줄 수 있다.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정 강화 와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기사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주정강화와인 연재 기사]

주정강화와인: (1)누구냐, 너

주정강화와인: (2)마데이라[Madeira]

주정강화와인: (3)포트[Port]

주정강화와인: (4)셰리[Sherry]

주정강화와인: (5)마르살라[Marsala]

주정강화와인: (6)홈파티를 위해, 혼술을 위해

주정강화와인: (7)베르무트(Vermouth)

주정강화와인: (8)모스카텔 드 세투발, 라타피아 드 샹파뉴

여름용 주정 강화 와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는 피노 셰리(Fino Sherry)다. 스펠링에 주의하자. 'Pinot'가 아니라 'Fino'다. 피노 셰리는 드라이한 맛과 청사과 같이 상큼한 과일 풍미, 가볍고 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이는 발효 후 초기 단계에서 와인 표면에 생기는 플로르(flor)라는 효모 막에서 유래한다. 그런데 이 플로르는 알코올 함량이 15%를 넘으면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마시기 편하다. 차갑게 칠링해 작은 화이트 잔이나 위스키용 노징 글라스에 따라 마시면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시원하다. 하몽, 프로슈토, 살라미 같은 각종 생햄과 올리브를 곁들인 샤퀴테리 보드와 정말 잘 어울린다. 오징어튀김이나 새우튀김, 엔초비를 쓴 피자나 샐러드 같은 바다내음 은근한 요리들과도 좋다. 처음엔 생소할 수 있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두 번째는 마데이라(Madeira) 중 가장 드라이한 세르시알(Sercial)이다. 세르시알은 드라이한 맛과 신선한 신맛, 날카로운 미감이 매력적이다. 말린 살구와 오렌지 제스트 같은 풍미가 벌꿀 힌트, 산화 뉘앙스와 어우러져 다양한 풍미를 드러낸다. 풍미의 밀도가 높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시원하게 칠링해 보르도 와인 글라스에 마시는 걸 추천한다. 혹은 온 더 락 글라스에 커다란 얼음을 넣어 즐겨도 괜찮다.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며 생선회나 초밥과도 좋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포트(White Port)다. 포트 와인은 다양한 기준으로 구분하지만, 컬러에 따라서는 토니(Tawny), 루비(Ruby), 화이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토니 포트나 루비 포트도 여름에는 10℃ 정도의 낮은 온도로 마시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바비큐를 즐길 때 곁들이면 고기와 잘 어울리면서도 열기를 씻어 주기 좋다. 하지만 역시 여름에는 화이트 포트다. 화이트 포트는 일반 화이트 와인처럼 시원하게 칠링해 마시면 된다. 가벼운 스낵이나 샐러드, 피자, 파스타, 수육, 순대 등 다양한 요리들과 무난히 어울린다. 

그리고 화이트 포트로 만드는 여름용, 아니 사계절용 칵테일이 있다. 바로 화이트 포트 토닉(White Port Tonic)이다. 만드는 법도 아주 간단하다. 커다란 와인잔, 혹은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화이트 포트와 토닉 워터를 취향에 따라 1:1에서 1:2 비율로 넣으면 된다. 오렌지나 레몬 슬라이스를 한 조각 넣으면 더 좋지만 생략해도 무방하다.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즐기고 싶다면 민트 잎으로 장식해 보자. 휴일 브런치에 곁들이면 그야말로 사진 각 나온다. 물론 화이트 포트 토닉 그 자체만 즐겨도 좋다.

아래는 여름 막바지를 슬기롭게 보내는 데 도움을 줄 화이트 포트 와인 5종을 엄선했다. 휴가를 떠나 어디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RTD 핑크 토닉 캔도 하나 넣었다. 아래 와인들과 함께라면 역대급 더위라는 올여름도 즐겁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치어스!

 

노발, 엑스트라 드라이 화이트 포트  Noval, Extra Dry White Port  
말린 살구, 잘 익은 자두, 달콤한 서양배 풍미와 시트러스의 신맛, 가벼운 단맛이 은은한 흰 꽃 향기, 산화 뉘앙스와 조화롭게 드러난다. 목 넘김 후엔 견과 힌트가 가볍게 남는다. 밸런스가 좋으며 깔끔하고 개운하다. 말바시아 피나(Malvasia Fina), 구베이오(Gouveio), 라비가토(Rabigato), 코데가(Códega) 등 포르투갈 토착 품종으로 양조해 50%는 껍질과 함께 침용 및 발효하고, 나머지는 침용 없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다. 90%는 오래된 나무통에서,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평균 2년 정도 숙성한다. 생산자 킨타 두 노발(Quinta Do Noval)은 가장 뛰어난 포트 생산자 중 하나다. 특히 가장 뛰어난 싱글 빈야드에서 재배해 최고의 빈티지에만 생산하는 나시오날 빈티지 포트(Nacional Vintage Port)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  DOW's Fine White Port
가벼운 산화 뉘앙스와 균형을 이루는 과일 풍미, 편안한 신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 길고 드라이한 피니시가 매력적인 화이트 포트다. 대부분은 오크에서,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해 풍부한 견과류 아로마와 신선한 과일류의 캐릭터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다양한 치즈, 말린 과일, 견과류, 각종 파이 등 가벼운 디저트와 곁들이기 좋다. 말바지아 피나, 비오시뉴(Viosinho), 라비가토, 코데가 등 도우루 토착 품종으로 양조했다. 보통 화이트 포트는 18개월 정도 숙성하는데, 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는 3년 정도 숙성해 완성도를 높였다. 다우 포트(Dow's Port)는 1798년 설립했으며, 전 세계 프리미엄 포트 와인 시장의 30%를 점유한 시밍턴 가문(Symington Family)이 소유하고 있다.

 

테일러, 칩 드라이 엑스트라 드라이 화이트 포트 Taylor's Chip Dry Extra Dry White Port
가벼운 앰버 뉘앙스가 감도는 골드 컬러. 땅콩이나 아몬드 같은 견과 풍미와 짭조름한 미네랄, 상큼한 레몬 아로마에 캐러멜 힌트가 곁들여진다. 입에서는 가벼운 단맛이 느껴지며 은근한 허브 스파이스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식전주로 가볍게 마시거나 온 더 락 또는 칵테일로 즐기길 추천한다. 1934년 실수로 탄생한 와인인데 반응이 좋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말바지아 피나가 메인 품종으로, 2천 리터 오크통에서 4~5년 숙성했다. 테일러는 1692년 설립해 1844년 테일러 플라드게이트 & 이트맨(Taylor, Fladgate & Yeatman)으로 개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훌륭한 빈티지 포트(Vintage Port)와 장기 숙성 토니 포트(Aged Tawny Port)로 명성이 높으며, 모던한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Late Bottled Vintage, LBV) 스타일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로얄 오포르토 화이트 Royal Oporto White
우아한 꽃향기와 시트러스, 핵과 등 신선한 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달콤 짭조름한 미감이 느껴진다. 완벽한 밸런스가 피니시까지 이어지는 맛있는 화이트 포트. 파인애플, 망고 같은 열대 과일이나 각종 디저트와 함께 즐기면 좋겠다. 화이트 포트 토닉을 만들 때는 토닉 워터의 비율을 살짝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 말바시아 피나, 고바이오, 코데가, 아린토, 비오시뉴 등 토착 품종으로 양조해 3~4년 오크 숙성했다. 레알 깜빠니아 벨라(Real Companhia Velha)는 1756년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로얄 오포르토는 레알 깜빠니아 벨라를 대표하는 주력 브랜드다. 

 

오프리, 화이트 포트  Offley, White Porto
향긋한 꽃향기, 살구, 복숭아 등 핵과, 오렌지 마멀레이드 풍미에 견과류 뉘앙스, 숙성에서 유래한 오크 힌트가 더해져 풍부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낸다. 입에서는 적당한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좋으며 피니시가 편안하다. 다양한 견과류나 핑거 푸드, 열대 과일을 사용한 셔벗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상큼하고 달콤하면서 시원한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 코데가, 구베이오, 말바시아 피나, 비오시뉴 등 토착 품종을 사용해 전통적 방식으로 양조하며, 오크통에서 2~5년(평균 3년) 숙성했다. 오프리는 1737년 런던에서 설립했으며, 1996년 소그라페 비뉴(Sogrape Vinhos)에 인수됐다.

 

크로프트, 핑크&토닉 캔  Croft, Pink&Tonic Can
캔 그대로 편하게 마셔도 좋지만, 섬세한 분홍빛 컬러를 감상하려면 얼음을 넣은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걸 추천한다. 체리, 라즈베리, 자몽 등 신선한 붉은 과일 풍미가 가득하며, 조밀한 버블의 상쾌함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카나페, 샐러드, 그린 올리브, 각종 스낵 등과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투리가 프란체사(Touriga Francesa), 틴토 카웅(Tinto Cão), 틴타 로리즈(Tinta Roriz), 틴타 바로카(Tinta Barroca) 등 토착 레드 품종으로 양조한 포트 와인을 사용했다. 1588년 설립한 크로프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포트 하우스다. 뛰어난 프리미엄 포트 와인을 만들지만, 핑크&토닉 RTD 캔은 물론 세계 최초 로제 포트 핑크 포트(Pink Port)를 만드는 등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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