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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주말 음주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10. 1.

청명한 가을날 회사 선배님 댁에서 있었던 와인 모임.

 

요리가 완전 레스토랑급이었다. 

 

아니, 웬만한 레스토랑은 명함도 못 내밀 비주얼과 맛.

 

빵조차 맛있는 곳에서 공수하신 듯. 완전 취저 올리브 치즈 치아바타.

 

녹차도 미리 센스 있게 냉침해 두셨다. 

 

첫 와인은 아드님의 프랑스인 친구네 집에서 직접 운영하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거라고. 와, 와이너리 오너 집안과 친구라니... ㄷㄷ

 

Domaine de Lansac, Franc de Pied 2019. Cinsault, Alicante 같은 품종을 사용한 걸 보니 프랑스 남부에 있는 도멘인 것 같다. Aubun, Aramon 같은 생소한 토착 품종도 사용했다. 유기농 인증도 받았다. 맛 또한 상당히 산뜻하고 가벼웠다. jammy 하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어 이날의 음식과 분위기에 딱 맞는 스타일이랄까. 

 

처음 보는 와인이지만 독특한 보틀 셰잎과 깔끔한 레이블 디자인이 제법 규모감 있는 와이너리가 아닐까 싶다. 와인은 제법 맛있었지만 지역이 마이너 하다 보니 한국에 정식 수입되기는 쉽지 않을 지도. 

 

Despagne, Girolate 2015. WINEY 와인인데 얼마 전 마셨을 때보다 오크 뉘앙스가 더 온화해진 것 같다.

 

내가 가져간 사케, 가메이즈미 준마이긴조 나마겐슈(亀泉 純米 生原酒). 화이트 와인과 유사한 사케라는 평이 많았다. 실제로 그런 뉘앙스가 있긴 한데, 외려 와인보다는 바이주 같은 열대과일 풍미가 훨씬 도드라진다. 당도도 적당하고 맛있는 사케긴 한데,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정미보합이 50%으로 준마이다이긴조급인데 그냥 준마이긴조로 표기한 이유는 뭘까. CEL-24라는 효모를 사용했는데, 이 효모가 바이주 풍미를 내는 게 아닐까 싶다. 고치현(高知県)은 시코쿠 섬 남부에 위치한 현이라고.

 

와인으로 보면 이날의 주인공. Paolo Scavino, Barolo 'Bric del Fiasc' 2004. 정말 잘 익은 바롤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 주는 매력적인 부케를 보여주었다. 가을의 정취와도 넘나 잘 어울리는.

 

Boroli, Barolo 2011은 생생한 과일맛에 이제 막 발현되기 시작한 부케가 예쁘게 어우러졌다. 지난 번 WINEY 모임에서 마셨던 2014 빈은 입에서 좀 아쉬웠는데, 이 녀석은 코와 입이 모두 즐겁다.

 

바롤로와 어울리는 안주 등장. 아드님이 만든 쇠고기 찹 스테이크인데, 굽기도 가니시와의 어울림도 어마무시하다. 식어도 맛있는 스테이크의 전형. 부모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진 예시랄까.

 

감바스에 미리 준비된 파스타를 말아 주셨다. 집에서 감바스 해 먹은 지 좀 됐는데, 우리도 해 먹어야 할 듯.

 

치즈 플레이트도 이렇게나 곱다. 구성도 충실하고. 크래커 위에 올린 크림 치즈는 제품이 아니라 쪽파와 다른 재료들을 넣고 직접 배합하신 거다. 와, 대존맛... 

 

육포도 맛있고.

 

요건 다른 분이 가져온 수제 쿠키. 솜씨들이 참 예사롭지 않다.

 

후반전은 증류주 타임. 화요 53은 생각보다 알코올이 튀지 않고 상당히 부드러웠다.

 

Daniel Bouju Royal. 와, 요거 맛있다. 뭔가 특징적인 인상이 있었는데 왜 기억이 안 나누... 맛있었던 것만 기억;;;

 

1800 Cristalino Anejo. 요건 나도 사 둔 녀석인데 이렇게 맛보네. 깔끔하면서도 아녜호 특유의 복합미가 슬쩍 드러난다. 음용성과 복합미를 모두 잡았다.

 

온더락으로 마시기도 좋고 칵테일 베이스로 쓰면 간지 좔좔 일 듯.

 

Amburana Double Wood Single Malt Whisky. 독특하게도 브라질 위스키라고 한다. 아메리칸 오크와 브라질리안 암부라나(Brazilian Amburana)에 숙성했다는 문구가 보인다.

 

시나몬 같은 스파이스가 독특한 풍미를 선사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Bowmore 10 yo Dark & Intense. 와 이거 생각보다 피트가 예쁘게 묻어난다. 10년 숙성인데도 고숙성 피트 위스키의 뉘앙스가 느껴졌달까. 역시 나에게는 보모어나 벤로막 정도의 피트 레벨이 딱 맞는 듯.

 

먹을 게 넘쳐난다. 사실 Johnny Walker Blue도 마셨는데 사진을 못 찍었...

진짜 낮 1시에 시작해 8시까지 줄기차게 먹고 마시고, 마지막 컵라면으로 저녁 & 해장까지 해결한 엄청난 모임이었다. 체중이 1.5kg 늘었을 정도. 그만큼 즐겁게 먹고 마셨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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