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바이주 두 병과 만났다.
먼저 연분원장 고20(年份原浆 古20). 병에 쓰여 있지는 않지만 고정공주(古井页酒) 라인업이라고 한다. 고정공주는 조조의 고향 안후이성에서 만드는 술로 유명한데, 명나라 때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발효지에서 만드는 술이라고 한다.
코를 대니 농향 스타일인데도 아주 깔끔하다.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 향이 화사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준다. 입에 넣으면 과연 이게 알코올 52%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편안하다. 목 넘김 후 목의 뜨거움만이 도수를 가늠하게 한다. 빈 잔에서는 가벼운 장향 힌트가 살짝 드러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뉘앙스가 명확해지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아주 잘 만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있는 바이주.
병 아래로 용 문양이 양각돼 있다.
병목에는 중국양(中国酿), 세계향(世界香)이라는 문구가 각인돼 있다. 병의 레이블에는 중국향(中国香)이 쓰여 있더니, 중국이 곧 세계인 걸까 ㅋㅋㅋ
두 번째는 몽지람(夢之藍) M9. 양하대곡에서 만드는 하이엔드 백주 몽지람의 최상급이다. 알코올은 역시 52%.
예전에 마셨던 몽지람 M6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서 기대가 많이 됐다. 잔에 따르니 은은한 누룩향이 우아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바로 스파이시한 허브와 톡 쏘는 느낌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명확한 타격감, 그리고 단단한 구조감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화한 느낌이 명확히 드러나는데, 시간이 지나니 구운 배, 잘 익은 사과, 열대과일 등의 단맛이 피니시에 남는다. 강렬한 인상을 지닌 고오급 바이주.
그런데 취향에 따른 호불호는 좀 갈릴 것 같다. 이 자리에서도 모인 5명 중 3명은 명확히 연분원장 고20을 선호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좋은데, 편하게 마시기 좋은 쪽은 역시 연분원장이라는 생각.
몽지람 뚜껑은 미래를 보는 구슬 같...
좋은 후배 덕에 좋은 술을 즐겼다.
대관원의 시그니처 게살삼슬. 계란 흰자로 친 머랭 아래에 게살 듬뿍 유산슬이 들어있다. 바이주를 마시며 속 보호하기 좋은 메뉴.
대관원은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 사이에 있다. 웨이팅 라인이 제법 길게 생기는 맛집이다. 게다가 3-5시 브레이크 타임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술 반입도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병당 5천 원이고, 대관원에서 파는 술은 병당 만 원이라고 한다.
누룽지탕 역시 선해장용으로 굿.
칠리새우. 새우 사이즈가 아주 실하다.
관자 해삼. 이븐하게 익은 청경채가 킥이다.
고추잡채. 이쯤 되니 넘나 배불렀는데,
잘 볶은 볶음밥이 나오니 이게 또 들어간다.
디저트.
해파리냉채를 못 찍었는데, 요리 6가지에 식사까지 해서 인당 5만 원짜리 코스였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서 모임 장소로 괜찮을 듯. 7인 이상이면 예약도 가능하다.
요렇게 좋은 술 가져와서 마시기도 좋고.
근처 카페에서 달달한 커피 한 잔 하고,
밖에 나와 하늘을 보니 참 예쁘다. ㅌㅎ만 가결되었다면 최고의 하루였을 텐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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