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아파트 단지에 탕수육 아저씨가 오시는 날.
그 핑계로 벼르던 술을 오픈했다. 서봉주 그린(西鳳酒 Green). 레이블에는 그냥 서봉주라고만 쓰여 있다.
종이 박스이지만 박스를 훼손해 뜯지 않으면 열리지 않도록 나름 위조 방지 포장이 되어 있다.
박스를 뜯으니 뚜껑에는 QR코드와 함께 중국명주라는 문구.
중국명주라는 문구는 병목에도, 박스에도 붇어 있다.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
서봉주 10년을 사며 받았던 전용잔을 엔트리 급인 서봉주 그린을 마시며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병에 백레이블이 없다?!
깜짝 놀라 박스를 보니 박스에는 한글 표시가 있다. 보통은 박싱을 하기 전에 레이블을 붙이는데, 요건 박싱된 녀석의 외부에만 한글 표시를 붙이고 수입한 것 같다. 원재료는 정제수, 고량, 보리, 밀, 완두. 알코올 55%, 용량 500ml.
마개는 백화수복이 연상되는 트위스트 캡이다.
스크루 캡 안에도 위조방지 장치가 없다. 일반적인 음료와 동일하다.
그래서 바로 잔에 따라 봤더니, 병이 길어 작은 잔에 따르는 게 녹록지 않다.
자꾸 줄줄 흘러서 결국 전용 저그까지 꺼냈다. 오늘은 가볍게 25ml만. 그래도 다섯 잔 정도 나온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맛. 따르는 순간 시원한 청사과 향과 달콤한 열대과일 풍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뒤이어 드러나는 꼬릿한 힌트. 장향형 바이주처럼 진하지는 않고 청량한 풍미 뒤로 복합미를 더하는 수준으로 가볍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55%라는 높은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쓱 넘어간다. 넘어간 후의 뜨거운 느낌만이 높은 도수를 느끼게 해 주는데, 그마저도 부드럽게 쓱 사라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주도적인 과일 풍미의 코어에 은근하게 감도는 동물성 뉘앙스의 밸런스가 아주 좋다. 밝은 느낌에 즉각적인 즐거움이라는 면에서는 상급 서봉주들보다 외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기본급의 경우에 더욱 단순한 농향형보다는 요렇게 살짝 복합미가 있는 술이 덜 물리고 좋은 것 같다. 가성비 아주 좋은 바이주. 데일리로 안성맞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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