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둘과 함께한 와인 모임. 음식 사진은 하나도 못 찍고 보틀들만 간신히 기억용으로... 메모도 제대로 안 하고 술술 마셨기 때문에 떠오르는 인상만 가볍게 남긴다.
Champagne Le Brun de Neuville, Cote Blanche Blanc de Blancs Brut.
2016 빈티지를 기본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통에서 발효했는데, 리저브 와인 비율이 52%나 된다. 데고르주멍도 2021년 7월에 했으니 병입 숙성을 4.5년 이상 진행한 셈. 그래서 구운 빵 같은 토스티 함이 도드라지는 스타일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향긋한 흰 꽃 향기와 시트러스 풍미가 주를 이룬다. 입에서도 크리미 한 질감과 함께 상큼한 청사과와 신선한 핵과 풍미 중심이다. 순수, 섬세, 깔끔한 스타일로 품질도 좋은 편이고 구입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도 좋은데 기대하던 스타일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르 브룬 드 누빌은 1963년 꼬뜨 드 세잔(Cotes de Sezanne) 지역 일곱 마을의 27개 생산자가 모여 설립했다. 누빌(Neuville)은 새로운 마을이라는 뜻인데, 27개 생산자 각자가 보유한 노하우를 모아 새로운 샴페인을 만들려는 마음을 반영한 이름이다. 현재는 170여 생산자가 함께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포도밭 규모 또한 150 헥타르에 이른다. 메인 품종은 전체 포도밭의 88%를 점유하고 있는 샤르도네. 르 브룬 드 누빌은 백악질 토양의 테루아를 고스란히 담은 양질의 포도를 얻기 위해 살충제와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매년 놀라운 품질의 샴페인을 선보이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꼬드 드 세잔에 대한 편견을 깨고 IWSC가 선정한 '최고의 샴페인 생산자'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Joseph Colin, Saint-Aubin Premier Cru Les Combes 2019. 작년 12월 후쿠오카 여행에서 사 온 와인이다. 우아한 흰 꽃, 플로럴 허브, 멜론 같은 열대 과일, 잘 익은 핵과 아로마가 향긋하게 피어난다. 깨 볶는 향이 살짝 스치며, 예전에 마셨던 Chassagne-Montrachet보다는 오크가 살짝 더 두드러지는데 과한 느낌은 1도 없다. 입에서의 질감, 구조감, 목 넘김 후의 여운 모두 훌륭하다. 콜랭 집안의 화이트는 뭐든 믿고 구매해도 될 듯.
함께 사온 동일한 밭의 Marc Colin, Saint-Aubin Premier Cru Les Combes 2022은 과연 어떨지...
Comte Armand, Volnay 2018. 원래 10년 정도는 숙성하려던 녀석인데, 뭔가 오픈할 게 마땅치 않아서... 확실히 아직 어린 느낌이긴 했는데, 그래도 향긋한 붉은 꽃향기와 딸기, 완숙한 붉은 베리, 은은한 허브 스파이스 뉘앙스가 예쁘게 드러난다. 그런데 입에서는 타닌이 제법 쫀쫀하고 구조감 또한 굳건한 것이 볼네 보다는 뽀마르(Pommard) 같은 인상이었달까. 꽁뜨 아르망의 본진이 뽀마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후배 하나는 피노 누아와 딸기가 이렇게 잘 맞는 줄 몰랐다며 감탄에 또 감탄.
어쨌거나 우려했던 것 치고는 맛있게 마셨음. 최근엔 가격이 많이 올라서 이젠 기본급 볼네, 뽀마르도 10만 원대 초중반 정도 되는 듯. 점점 맛있는 부르고뉴 마시기가 어려워진다. Pascal Marchand, Benjamin Leroux 등 대가들이 거쳐갔으며, 2014년부터는 Paul Zinetti가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다.
주종을 변경할까 하다가 추가로 와인 한 병 더 오픈. 피노를 마실까 하다가 적당한 놈이 없어서 고른 것은 바로...
Marchand Tawse, Morgon 2021. 별생각 없이 딸기 마리아주만 생각하며 고른 와인인데, 생각해 보니 꽁뜨 아르망 출신인 파스칼 마샹이 만든 와인이다! 보졸레 크뤼는 잘 고르면 가성비 극강이지만, 유명 생산자라 하더라도 밋밋한 경우가 많아서 요건 어떨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적. 앞서 마신 볼네에 뒤지지 않는 플로럴 아로마와 붉은 과일의 프루티 한 풍미가 매력적이었다. 물론 볼네에 비해서 확실히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이런 품질이라면 엔간한 피노 누아도 찜 쪄 먹을 수 있을 듯. 역시나 딸기와 천상의 마리아주이기도 했고 ㅋㅋㅋㅋ
다음에 비슷한 가격에 보이면 재구매 예정.
연휴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래 준 즐거운 모임이었음... 다음에 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일상의 음주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고, 오브리옹, 라 미숑...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e) 비교 (1) | 2025.02.07 |
---|---|
Champagne Roland Champion, Carte Noire 2013 / 샴페인 롤랑 샹피옹, 카르트 누아르 2013 (3) | 2025.01.29 |
Domaine Gilbert Picq, Chablis 2022 / 도멘 질베흐 삐끄, 샤블리 2022 (4) | 2025.01.28 |
Jip Jip Rocks Chardonnay 2023 / 집집락 샤르도네 2023 (0) | 2025.01.26 |
@보타르가(Bottarga) (2) | 2025.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