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60. 전통과 혁신의 조화, 마르께스 데 리스칼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2. 19.

스페인 리오하의 와인을 추천할 때 빠지지 않는 생산자가 마르께스 드 리스칼이다. 훌륭한 품질과 전통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도 합리적이다.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접근성 또한 좋다. 이날 테이스팅 디너에서는 리스칼의 새로운 와인 두 종을 접할 수 있었다. 이미 디캔터 지를 통해서 소식을 들었던 와인이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반가웠음. 그 품질과 맛 또한 감동적인 수준이었다. 기존의 전통적 라인업 뿐만 아니라 모던한 스타일로 탄생한 핀카 몬티코(Finca Montico)와 핀카 토레아(Finca Torrea)도 한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기사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 마르께스 데 리스칼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1858년 설립된 스페인 리오하(Rioja)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자 스페인 왕실 공식 와인 공급자이다. 리오하 지역에 보르도 양조 기법을 도입한 선도적 와이너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철저히 보르도 스타일을 추구했다. 이는 1895년 비 프랑스 와인 최초로 보르도 전시회에서 최고 영예의 타이틀(Le Diplome d’Honneur de l’Exposition de Bordeaux )을 수상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마르께스 데 리스칼 리제르바(Marques de Riscal Rioja Reserva) 와인 레이블 하단에 부착되어 있는 표식이 바로 이때 받은 인증서이다. 병을 둘러싸고 있는 금실 또한 위조 방지를 위해 고안되었지만 지금은 마르께스 데 리스칼 리제르바의 상징이 되었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명성은 리오하에 그치지 않는다. 1970년대 초반 화이트 와인 생산지역을 물색하던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2년 간의 조사 끝에 당시로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루에다(Rueda) 지역을 선택했다. 당시 루에다는 화이트 와인보다는 쉐리(sherry) 스타일의 주정강화와인(fortified wine)으로 알려졌던 지역. 그러나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루에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당대 최고의 와인 양조가 에밀 뻬노(Emile Peynaud) 교수와 함께 화이트 와인 생산에 착수했다. 1972년 첫 화이트 와인을 출시한 이후 많은 생산자들이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뒤를 따랐고, 1983년 드디어 D.O.루에다(Denominación de Origen Rueda)가 탄생했다. 루에다 와인의 부흥을 이끈 선구자인 셈이다. 현재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루에다 지역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205ha)을 소유하고 있으며 생산량과 품질 양면에서 루에다 와인을 이끌고 있다.

 

[리오하에 위치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본사 건물, 시티 오브 와인]

 

이렇듯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의 레드 와인과 루에다의 화이트 와인 양쪽에서 준거점이 되어 왔다. 그들의 주요 와인들은 해당 지역 스타일의 전형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그들이 옛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2006년 개관하여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본사이자 부티크 호텔로도 사용되는 ‘시티 오브 와인(the City of Wine)’ 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참여한 이 건물은 현대적인 디자인에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키려는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정신을 담고 있다. 플라멩고를 추는 무희의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형태와 티타늄 강판의 유려한 곡선을 타고 미묘하게 변화하는 컬러는 발전적 변화를 추구하는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철학을 그대로 표현한다.

 

2009년 출시된 핀카 몬티코(Finca Montico)와 핀카 토레아(Finca Torrea) 두 와인에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혁신성이 담겨 있다. 각각 루에다와 리오하의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하는 이 와인들은 기존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스타일에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더했다.  핀카 몬티코는 섬세하고 복합적이다. 핀카 토레아는 미묘하며 우아하다. 레이블은 각자의 포도밭을 찍은 항공 사진을 추상화한 것으로 포도밭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품격에 새로운 매력이 어우러진 명작들이다.

 

 

 

전통과 혁신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와인들을 소개한다.

 

 

Marques de Riscal Rueda 2014

파삭한 시트러스와 잘 익은 사과에 풋풋한 허브가 더해진 단순명료한 풍미. ‘simple is the best’라는 명제가 딱 들어맞는 와인이다. 루에다 지역의 와인을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 줄 신선한 산미가 매력적이다.

 

 

Marques de Riscal Finca Montico Rueda 2014

꿀에 절인 견과 뉘앙스와 깔끔한 허브가 어우러진 첫 향기. 뒤이어 살구, 황도, 자두 등 복합적인 핵과 풍미가 드러난다. 한 모금 입에 넣으면 크리미한 질감에 생생한 산미가 곁들여져 우아하면서도 활기찬 인상을 남긴다. 잘 익은 배와 백도 풍미에 스위트 허브 향이 감돌며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하는 쌉쌀한 피니시 또한 훌륭하다. 이렇게 복합적이며 밸런스가 잘 잡힌 루에다 화이트는 처음이다. 

 

몬티코 포도밭의 척박한 모래토양에 심어진 수령 40년 이상의 포도나무에서 손수확한 베르데호(Verdejo) 100%로 양조했다. 파쇄와 줄기 제거를 하지 않은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하여 과즙의 산화를 최소화하고, 이스트 찌꺼기(lees)와 함께 4개월 이상 숙성하여 복합미를 더했다. 루에다 와인 맹주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Marques de Riscal Finca Torrea Rioja 2011

따르는 순간 블랙베리와 커런트 등 진한 베리와 은은한 민트, 삼나무, 볶은 견과 등 다양한 향기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스월링을 하면 정향, 시나몬 등 달콤한 스파이스와 고혹적인 장미 꽃잎의 아로마가 세련되고 우아한 느낌을 더한다. 입에서는 잘 익은 블루베리의 발사믹한 풍미가 은근하다. 담배와 가죽 힌트, 동글동글한 타닌과 정제된 산미. 미디엄풀 바디에 밸런스가 완벽해 바로 마시기도, 장기 숙성에도 적합하다.

 

스테인레스 통에서 섭씨 25도 이하로 발효하며 침용(skin-maceration) 또한 짧은 기간 동안만 진행한다. 이를 통해 과일의 풍미를 최대한 드러내고 와인의 신선함과 섬세함 또한 살릴 수 있다. 프렌치 오크에서 18개월 숙성 후 짧은 병입 안정기간을 거쳐 출시된다.

 

 

Marques de Riscal Rioja Reserva 2011

블랙베리와 프룬 등 농익은 검은 과일의 발사믹함이 인상적이다. 곁들여지는 시원한 허브와 스모키 힌트, 밀크 초컬릿 뉘앙스. 뭉근한 검은 베리 류의 풍미는 부드럽지만 핀카 토레아와는 달리 강건한 타닌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이 지나며 은은한 바닐라와 마카다미아 넛의 크리미하면서도 구수한 풍미가 느껴진다. 

 

 

Marques de Riscal Rioja Reserva 1999 (Magnum)

17년의 시간이 부엽토, 이끼, 나무 뿌리, 버섯, 매콤한 스파이스, 박하 등 복합적인 부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시원한 삼나무 향과 함께 검은 과일의 존재감이 서서히 드러나며 숙성된 발사믹 비네거 같은 농후한 산미가 매력을 더한다. 아직 씩씩함이 남아 있다.

 

레이블 아래 부착된 상장과 병을 감싼 빛나는 금색 실이 인상적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 리제르바는 자타 공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최근 방한한 수출총괄이사 하비에르 이바네즈(Javier Ybanez)씨가 ‘이 와인은 리오하 그 자체’라고 표현할 만큼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자부심을 담고 있다. 연간 400만 병이라는 적지 않은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훌륭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Marques de Riscal Rioja Gran Reserva 2006

처음엔 표고버섯, 나무/오크 향기와 석고, 재 등 미네랄 느낌이 두드러진다. 시간이 지나며 조화롭게 녹아 든 블랙커런트와 검은 베리 풍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마치 블랙베리 무스와 잘 내린 더치 커피를 함께 맛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단단한 탄닌에 기반한 강건한 구조감, 고혹적인 부케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도 아직 넘쳐나는 파워.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 풍미가 살아나는 모양새를 보니 황금기가 올 때까지 몇 년 더 기다리는 것도 좋겠다. 수령 80년 이상의 포도나무에서 손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템프라니요와 함께 블렌딩하는 그라시아노는 신선한 산미를, 마주엘로는 집중도와 힘을 더한다.

 

 


김윤석 기자  wineys@wine21.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