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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62. 몬테스와 카이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부자(父子)의 와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2. 24.

한국 시장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그만큼 한국 시장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몬테스. 아버지와 닮은 아들이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을 훌륭하게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와인, 타이타(Taita). 현재 칠레 최고가 와인이자 그에 결맞는 품격을 지닌 와인이다. 몬테스 부자를 직접 만나고, 타이타를 테이스팅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었던 자리였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몬테스와 카이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부자(父子)의 와인


“몬테스의 이야기가 꿈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꿈으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실현해 왔기 때문이다.”영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이자 저술가인 휴 존슨(Hugh Johnson)의 이 문장은 몬테스(Montes)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988년 시작된 신흥 와이너리 몬테스는 이제 칠레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700만 병을 돌파한 누적 판매량과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말이 몬테스의 인기를 증명한다.

 

몬테스의 설립자이자 수석 와인메이커인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Sr.)가 그의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의 아들 이름도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Jr.). 부자가 모두 현역 와인메이커인 점도 같다. 목소리와 영어 발음 까지도 비슷해 나라셀라의 신성호 이사는 ‘전화 통화를 할 때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이렇듯 아버지를 빼 닮은 아들이지만 와인 양조에서만큼은 치열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다. 아들은 현재 몬테스가 2002년 아르헨티나에 설립한 카이켄(Kaiken) 와이너리를 총괄하고 있다.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10월 7일 진행된 몬테스-카이켄 비교 시음회에서 들어볼 수 있었다. 와인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보다 와이너리와 가족에 대한 소탈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부자]

 

 

몬테스의 시작

설립 초기의 몬테스는 커다란 나무 캐스크를 숙성에 사용하고 병입과 레이블 부착도 직접 손으로 진행했다. 설명하던 아들 몬테스 씨는 ‘칠레 최초의 가라지 와이너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는 칠레에서 가장 현대화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최첨단 설비를 갖추었다. 와인 양조를 위한 장비만이 아니라 와이너리 건물도 새로 지었다. 현대적 인상을 풍기는 와이너리는 사실 풍수와 오행 사상에 따라 지은 것이다. 여기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무엇이든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몬테스의 확고한 신념이기도 하다.

 

몬테스는 칠레 최초로 경사면에 포도나무를 식재한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관리가 용이한 평지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경사면에 나무를 심으면 배수가 잘 되고 햇볕을 더욱 잘 받을 수 있어 풍미가 응집된 포도가 열리지만 그만큼 재배와 수확이 어렵다. 당시 다른 사람들이 몬테스를 ‘아팔타(Apalta)의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놀렸을 정도로 무모해 보이는 시도. 하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었고 그들은 ‘아팔타의 선구자’가 되었다. 현재 아팔타는 칠레에서 가장 주목받는 와인 산지 중 하나다.

 

 

아들도 와인의 길로

아들 몬테스 씨는 14세부터 양조장 일을 도왔다. 그는 항상 수확부터 양조, 병입에 이르는 과정 안에 있었다. 그는 이 시절 몸으로 체득한 와인에 대한 철학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진정으로 와인메이커가 되고 싶었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고 말했다. 항상 와인과 함께 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와인 업계로의 진로를 당연시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고민이었다. 아버지 또한 그런 아들을 다그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아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견문을 넓혀 주었다. 특히 17세 때 부자가 함께 한 나파 밸리 여행은 아들을 와인 메이커의 길로 인도하는 중요한 계기가 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설적 인물인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도 만나고 와인 양조로 유명한 UC Davis(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드 캠퍼스)도 방문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아들이 자연스럽게 와인 업계로의 진로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호주와 미국 등을 여행하며 와인 양조를 경험하고 칠레에서 와인메이커로서의 경력을 쌓은 후 2011년부터 카이켄의 양조를 담당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도전

카이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같은 남미에 속하는 아르헨티나지만 칠레와는 기후, 토양, 와인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칠레를 스위스에 비유한다면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라고 할 정도로 국민성도 다르다. 그런 만큼 위험 요소도 많았지만 몬테스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다. 세계적 관점에서 칠레는 몬테스에게 너무 좁았고, 안데스 산맥을 넘기만 하면 펼쳐지는 신세계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안데스 산맥을 넘나드는 새인 카이켄(Caiquen)처럼, 카이켄(Kaiken) 와이너리도 몬테스의 도전 정신을 안데스 넘어 아르헨티나로 실어 나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젊음으로 무장한 아들 몬테스가 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몬테스와 카이켄의 와인들을 시음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와인은 놀랍게도 몬테스의 플래그십 와인인 타이타(Montes Taita 2009). 뒤이어 몬테스 알파와 카이켄 울트라의 샤르도네(Chardonnay),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말벡(Malbec) 세 가지 품종이 각각 세트로 제공되었다. 몬테스와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 퍼플 앤젤(Montes Puple Angel)과 마이(Kaiken Mai)가 대미를 장식했다.

 

 

 

 

몬테스 타이타(Montes, Taita 2009)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 화사하고 농밀한 과일 풍미가 뿜어져 나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잔에 코를 대면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삼나무, 바닐라 오크, 바이올렛,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등 향긋하고 우아한 아로마. 한 모금 머금으면 매콤한 스파이스가 가볍게 스치며 완숙한 검붉은 베리 풍미가 순수하게 드러난다. 풀 바디에 완벽한 밸런스, 긴 여운을 남기는 스모키 모카와 다크 초컬릿 피니시. 아직 어린 와인임에도 섬세한 터치와 고혹적인 풍미로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확연한 품격을 지녔다.

 

타이타는 칠레어로 멘토, 정신적 스승, 지혜와 경륜이 가득한 아버지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 칠레 와인의 품질과 자부심을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이름이다. 칠레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을 통틀어 최고가 와인이자 명실상부한 몬테스의 정수. 타이타를 양조하는 포도는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의 마르치구에(Marchigue)에 위치한 3 헥타아르(ha)의 포도밭에서 재배한다. 이 포도밭의 석회질 둥근 자갈이 섞여 배수가 용이하며 칼슘, 산화철 등의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붉은 색을 띈다. 몬테스는 철저한 지질 연구를 통해 수백만 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생성된 다른 지역과 완벽히 차별적인 이 토양을 발견했고, 이 밭의 포도를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관개를 하지 않는 드라이 파밍(dry farming)을 실시하며 ha당 수확량은 2~3톤으로 보르도의 1등급 그랑 크뤼 샤토의 절반 수준. 카베르네 소비뇽 85%를 기반으로 나머지 15%는 와인메이커의 재량에 따라 선택한다. 낱알 단위로 선별한 양질의 포도로 양조하여 100% 처음 사용하는 프렌치 오크통에서 24개월 숙성 후 3년의 병 숙성을 거친다.

 

 

     

 

몬테스 알파 샤르도네(Montes Alpha Chardonnay 2013) 몬테스 알파 샤르도네가 생산되는 카사블랑카 밸리는 서늘한 해양성 기후로 아침 안개가 수시 출몰하는 지역이다.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만큼 포도의 산미가 잘 살아있어 이를 살리기 위해 60%는 온도가 조절되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8-10개월 숙성한다. 나머지 40%는 오크 배럴에서 숙성하며 이스트 찌꺼기를 저어 주어 복합적인 풍미를 이끌어낸다.

 

카이켄 울트라 샤르도네(Kaiken Ultra Chardonnay 2013)  아르헨티나는 덥고 건조한 국가이지만 안데스 산맥 부근은 고도가 높아 비교적 서늘한 기후대를 보여 포도의 산미가 적절히 살아있다. 카이켄 울트라 샤르도네는 칼슘이 많이 함유된 충적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하며 미네랄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 몬테스 알파 샤르도네보다 조금 더 프루티하며 버터 스카치 뉘앙스가 드러난다.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Montes Alpha Cabernet Sauvignon 2012)  현재는 비교적 편안하게 음용할 수 있는 와인이 되었지만 출시 당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정성과 기술을 집약한 최고급 와인이었다. 콜차구아 밸리의 아팔타, 마르치구에의 화강암토 기반 포도밭에서 수확한 양질의 포도로 양조한다. 스파이스와 시원한 민트 아로마가 명쾌하게 드러나며 블랙커런트와 검붉은 베리 풍미에 곁들여지는 모카 뉘앙스와 개운한 산미가 매력적이다.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고 우아한 인상을 풍기는 와인이다.

 

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Kaiken Ultra Cabernet Sauvignon 2012)  아르헨티나의 토양은 일반적으로 칠레에 비해 더 바위가 많고 점토는 적다. 또한 대륙성 기후로 기온 또한 높은 편. 따라서 더 완숙되고 덜 스파이시하며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포도를 얻을 수 있다. 카이켄 울트라 카베르네 소비뇽은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농법을 적용해 제초제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풋풋한 식물성 아로마와 함께 베이컨 같은 훈제한 고기 뉘앙스가 검은 베리 풍미에 뭍어난다. 탄닌은 강건하며 구조감 또한 탄탄하다. 도드라지는 미네랄과 적절한 산미가 생동감을 불어넣는 듯 하다. 복합적인 풍미와 우아함을 지향하는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말벡과 보나르다에 이어 아르헨티나 식재 면적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품종이다.

 

 

     

 

몬테스 알파 말벡 Montes Alpha Malbec 2013  아버지 몬테스는 ‘몬테스 알파 말벡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질투 때문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말벡 생산지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만큼이나 칠레도 다른 스타일로 말벡을 잘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몬테스 알파 말벡은 아팔타와 마르치구에의 완만한 경사지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하며 카베르네 소비뇽을 5% 블렌딩했다. 확실히 다르다. 스파이스와 후추 향이 완숙된 과일 풍미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나는 우아하고 진중한 말벡이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Kaiken Ultra Malbec 2013  아들 몬테스 씨는 말벡을 ‘왕성한 식성을 가진 사람’에 비유했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해 잘 자라는 품종이라는 것. 반면에 지나치게 비옥한 토양에서는 알이 커지고 생산량이 증가해 풍미가 응집되기 어렵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을 생산하는 포도밭은 안데스 산맥 안쪽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서늘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다. 때문에 카이켄 울트라 말벡은 응축된 검은 과일 풍미를 중심으로 시원한 허브와 은은한 말린 꽃 향기가 감돈다. 탄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말벡의 와일드한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와인이다.

 

 

     

 

몬테스 퍼플 앤젤 Montes Purple Angel 2013  몬테스 알파 M(Montes Alpha M), 몬테스 폴리(Montes Folly)와 함께 몬테스의 아이콘 와인 중 하나로 2002년 첫 빈티지가 출시되었다. 칠레의 대표 품종이 까르미네르(Carmenere)라면 까르미네르를 대표하는 와인은 퍼플 앤젤이라고 할 수 있다. 몬테스의 대표적인 포도 재배 구역인 마르치구에와 아팔타의 까르미네르를 정확히 절반씩 사용한다. 마르치구에의 까르미네르는 스파이시함과 산미를, 아팔타의 까르미네르는 검은 베리의 농축미를 부여한다. 추가적으로 8% 블렌딩하는 마르치구에의 쁘띠 베르도(Petit Verdot)는 탄닌과 산미의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까르미네르 특유의 매력적인 토양 향에 토바코, 타르 등이 더해지며 다층적인 풍미를 드러낸다. 부드러운 질감과 섬세함으로 어릴 때 마셔도 친근감과 편안함이 느껴지며 숙성 잠재력 또한 뛰어난 와인이다. 쇠고기는 물론 치킨, 파스타, 기름진 생선, 초콜릿까지도 매칭할 수 있어 음식 친화력도 뛰어나다.

 

카이켄 마이 Kaiken Mai 2012  마이는 카이켄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아주 독특한 말벡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시작되었다. 포도밭이 위치한 비스탈바(Vistalba) 지역은 해발고도 1,000미터 이상으로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 포도 나무 수령은 100년이 넘으며 유기농과 비오디나미 원칙에 따라 재배해 풍미가 응집된 포도를 얻는다. 특이한 점은 말벡이 식재된 포도밭이지만 청포도를 포함한 다른 품종들이 듬성듬성 섞여 있다는 것. 이 포도들은 그대로 마이 양조에 쓰인다. 이른바 고전적인 성격의 필드 블렌딩(field blending)으로 아르헨티나의 재배 역사가 담겨 있는 셈이다. 카이켄 마이는 절인 검은 베리의 풍미가 바닐라 아로마와 함께 우아하게 드러나며 매콤한 스파이스와 알싸한 미네랄이 흥미를 더하는 격조 높은 와인이다. 촘촘한 타닌과 탄탄한 구조는 숙성 이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15년 이상의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아버지의 와인인 몬테스가 온화하고 편안하다면 아들의 와인인 카이켄은 쾌활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아버지는 30년 동안 쌓아 온 경험과 지혜을 아들에게 전수하려 하며, 아들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도입해 혁신하려 한다.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것은 최고의 와인을 추구하는 동일한 철학이다.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다르지만 같은 와인을 만들고 있는 몬테스와 카이켄. 부자(父子)의 두 와인을 앞으로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윤석 기자  wineys@w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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