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의 모든 것!
2월 15일 진행되었던 살롱 오(Slaon O) 전시회.
오후부터 참여하여 세미나를 듣자 마자 다음 일정 때문에 떠나야 했던 터라 행사장에 있던 백여 종 이상의 특별한 와인들을 거의 테이스팅할 수 없었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 걸...ㅠㅠ)
안타깝지만 궁금했던 비티스의 와인들만 급하게 테이스팅 후 세미나 장소로 이동. 그래도 비티스의 와인들의 품질이 너무 훌륭하여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음. 특히 도멘 뒤 펠리칸(Domaine du Pelican)은 압권.
급하게 테이스팅했지만 주질의 훌륭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Domaine du Pelican, Arbois Chardonnay 2015
처음에 연기 같은 미네랄과 정향이 강하게 치고 올라와 놀랐다. 하지만 뒤이어 핵과 아로마와 군밤 같은 구수한 오크와 이스티 힌트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입에서는 달콤한 열대 과일 풍미, 하지만 앵두 같이 상큼하지만 균형잡힌 산미가 병행한다. 아직 어리지만 마시기 편안하며 풍미 요소들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알코올 함량 또한 12.5%로 최근 보기 드문 수준이다.
Domaine du Pelican, Arbois Savagnin Ouille 2015
향을 맡은 즉시 은근한 그린 이미지가 떠올랐을 정도로 시원한 허브 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알싸한 미네랄은 청량감을 더한다. 청포도, 라임 류의 시트러스 역시 같은 인상을 강화하며 생동감을 준다. 바디는 무겁지 않은 편으로 산미 또한 잘 살아있다. 뒷맛의 오묘한 목재/원목 같은 뉘앙스와 스파이시함이 여운을 남긴다. 아직 사바냉 품종은 생소하니 더욱 경험이 쌓여야 할 듯.
도멘 뒤 펠리칸(Domaine du Pelican)은 레이블 하단에 씌여 있듯이 부르고뉴 볼네(Volnay)의 맹주 마르퀴스 당제르빌(Marquis d'Angerville)이 쥐라(Jura)에 진출하여 만드는 와인이다. 펠리칸은 도멘이 위치한 아르부아(Arbois) 상징에서 따왔다.
마르퀴스 당제르빌의 기욤 당제르빌(Guillaume d'Angerville)이 쥐라에 도멘을 설립하게 된 것은 파리의 한 소믈리에가 블라인드로 따라준 화이트 와인 한 잔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기욤은 그 와인을 부르고뉴 샤르도네로 확신했지만 결과는 쥐라 지역에서 생산된 샤르도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기욤은 쥐라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5년 동안 쥐라 지역의 포도밭을 물색했다. 결국 그는 2012년 5ha의 포도밭과 셀러를 보유하고 있었던 샤또 드 샤반느(Chateau de Chavanne)를 인수했다. 이후 추가로 쥐라의 명가 장-마크 브리뇨(Jean- Marc Brignot)가 소유하고 있던 5ha 포도밭을 구입하여 마르퀴스 당제르빌의 와인메이커 프랑수아 뒤비비에(Francois Duvivier)와 함께 도멘 뒤 펠리칸을 세웠다.
당시 샤또 드 샤반느의 포도밭 수령은 평균 12년 정도. 장-마끄 브리뇨에게 인수한 포도밭은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30-50년 수령의 포도밭이었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기에 재식재(replanting)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멘 뒤 펠리칸은 이 포도밭들을 부르고뉴에서와 같이 비오디나미(Biodynamie) 농법으로 관리하며 양조 또한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 우선 자신들의 방식으로 도멘의 기초를 세운 후 쥐라의 전통 스타일 와인들도 만들 생각이라고.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포도밭을 매입하는 등의 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목해야 할 도멘이다. 위 화이트 외에도 피노 누아에 토착 품종인 트루소(Troussaeu)와 풀사르(Poulsard)를 블렌딩해 만드는 레드 와인(Arbois Trois Cepages)이 있다. 급 마셔 보고 싶은 욕구가 물씬. 나중에 꼭 만날 기회가 있기를. 샤르도네 살 때 같이 살 껄 그랬어ㅠㅠ
다음은 도멘 피니에(Domaine Pignier).
Domaine Pignier, Cremant du Jura Brut NV
감귤, 특히 귤 껍질 같은 뉘앙스. 가벼운 토스티함과 이스티 힌트가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기포의 느낌이 편안하며 핵과와 시트러스 풍미에 갱엿 같이 들큰한 뉘앙스가 살짝 뭍어난다. 갈수록 산미가 살아나 긴 여운을 남기는 크레망. 샤르도네 100%의 블랑 드 블랑. ha당 수확량은 45hl. 프레스 쥬스는 사용하지 않으며 대형 나무 캐스크와 작은 오크 배럴에서 숙성 후 이듬해 봄 '꽃날(flower day)'에 병입한다. 병입 후 2차 숙성 기간은 15-18개월.
Domaine Pignier, a la Percenette Chardonnay 2014
김 같은 허브(?), 군밤 같이 구수한 견과와 토스티 오크, 부드러운 바닐라. 입에서는 쨍한 산미와 적절히 익은 자두와 복숭아 등의 핵과 풍미, 그리고 오크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구조감과 여운이 매력적인 와인. 사용되는 품종은 고대 샤르도네 품종인 믈롱 아 큐 루즈(Melon
à
Queue
Rouge)다. 포도밭은 석회질 흑쥐라기 이회토(Calcareous
lias
marls), 점토질에 얇은 이판암(paper shales), 고령석(kaolinite)과 황철석(
pyrites)으로 이루어진 남향 슬로프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협곡(Val
de
Vallière)에 위치해 특별한 미세기후(microclimate)까지 보유한 슈퍼 떼루아. ha당 수확량은 35hl. 압착된 즙은 바로 225리터 오크 배럴로 즉시 옮겨져 12개월 동안 숙성된다. 랙킹(racking)은 하지 않으며 정기적으로 바토나쥬(lee-stirring)을 진행한다. 전통 방식처럼 오크통을 조금 비워 산화를 유도하는 방식을 쓰지 않고 오크통을 가득 채워 산화를 방지한다. 배양 이스트나 설탕, 여타의 인공 첨가물 등은 첨가하지 않는다.
Domaine Pignier, Sauvageon 2014
마른 잎과 허브, 감초와 약재 향기, 오래된 목재의 뉘앙스. 조금 생소한 인상이다. 입에 넣으면 처음엔 정제된 산미가 느껴지나 싶더니 피니시에서는 쨍한 시트러스 산미가 공격을 가한다. 졸인 배의 달콤한 풍미에 시트러스, 앵두 같은 새콤함과 영롱한 미네랄이 더해진다. 탄탄한 구조감과 제법 긴 여운이 인상적. 소바종(Sauvageon)은 사바냉(Savagnin)을 지칭하는 지역의 오래된 사투리다. 포도가 재배되는 곳은 클레이 라임스톤과 검푸른 이회토(blue-black marls)에 흑쥐라기 슬레이트(lias slate)가 섞인 남향 슬로프에 조성된 테라스식 포도밭. 소출량은 ha당 25hl로 매우 적다. 부드럽게 압착한 포도즙은 바로 225 오크 배럴로 옮겨지며 18개월 동안 숙성한다. 이 역시 a la Percenett Chardonnay와 마찬가지로 오크통을 가득 채워 산화를 방지하며 배양 이스트나 설탕, 여타의 인공 첨가물 등은 첨가하지 않는다. '플라워 데이'에 병입한다.
Domaine Pignier, Poulsard en Chone 2014
체리, 딸기, 라즈베리 등의 붉은 베리 풍미가 싱그럽다. 가벼운 달콤한 오크 뉘앙스와 시나몬 등 스윗 스파이스 힌트. 가벼운 바디에 상큼한 과일맛이 깔끔한 와인이다. 포도밭은 청색 흑쥐라기 이회토(blue lias marls)로 구성된 클레이 라임스톤 남향 슬로프이다. 소출량은 35hl/ha. 풀사르는 생육이 왕성하기 때문에 버드 프루닝(bud pruning)과 그린 하비스트(green harvest)를 통해 소출량을 줄인다. 가지를 제거한 포도는 vats에서 15일간 마세라시옹(maceration)을 거치며 그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피자주(punching-down)을 실시한다. 오크 배럴에서 8-10개월 정도 숙성하여 최소한의 SO2만을 첨가하여 필터링 없이 병입한다. 신선한 과일맛이 매력적인 와인으로 5년 이내에 마시는 것을 추천.
도멘 피니에(Domaine Pignier)는 1798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승려들이 떠나며 남겨진 포도밭과 도멘을 집안이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포도밭을 2ha 정도만 유지하며 다모작(multiple cropping)을 해 오다가 1970년 폴레뜨와 프랑수아 피니에(Paulette and François Pignier)가 약 5ha의 포도밭에 재식재를 하며 다모작을 그만두었다. 1984년, 장 에띠엔, 앙뚜안, 마리 플로랑스(Jean Etienne, Antoine and Marie Florence) 3남매(?)가 도멘을 인수하면서 15ha까지 재배면적을 확대했다. 1998년 처음 비오디나미를 도입했으며 2002년 전체 포도밭으로 확대하고 2003년 데메테르(demeter) 인증을 획득했다.
도멘 피니에는 몽테규(Montaigu)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도멘 주변의 흑쥐라기(lias)와 트라이아스기(trias) 토양으로 구성된 협곡 경사면은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토양을 제공한다. 또한 협곡(Val
de
Vallière)의 다양한 일조 형태 등으로 인해 미세기후가 형성되어 토양과 함께 지역적 개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도멘 피니에가 비오디나미 농법을 도입한 것은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다. 그들은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손으로 선별 수확하여 으깨지지 않도록 작은 상자에 담아 빠르게 셀러로 옮긴다. 양조과정에서 최소한의 SO2만을 사용하며 배양 이스트 첨가 없이 자연 이스트로 발효한다. 비오디나미 달력(lunar calendar)에 따라 병입하며 내추럴 코르크로 마감한다.
이들의 뱅 존(Vin Jaune)이나 뱅 드 빠이으(Vin de Paille) 등은 아직 수입되지 않는 듯. 궁금하다... 마실 기회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도멘 드 라 까데뜨(Domaine de la Cadette).
La Soeur Cadette, Melon Vin de France
은은한 미네랄, 알싸한 허브티 같은 아로마, 달콤한 배가 가볍게 드러나며 더해지는 쨍한 시트러스 풍미. 미디엄 바디에 질감이 편안하다.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 =Muscadet) 100%.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5개월 숙성 후 병입한다.
Domaine de la Cadette, La Chatelaine Bourgogne Vezelay 2015
은은한 흰 꽃과 가벼운 미네랄, 백도같이 은근하면서도 달콤한 풍미. 요것 역시 둥근 질감이 편안하며 과일 자체의 풍미가 꽃향기와 함께 순수하게 드러난다. 샤르도네 100%. 이 역시 과일 풍미를 잘 드러내기 위해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7-10개월 숙성 후 병입한다.
도멘 드 라 까데뜨(Domaine de la Cadette)는 1987년 베즐레(Vézelay) 남동쪽에 위치한 생 페레(Saint-Père) 마을에 장 몬타네와 카트린 몬타네(Jean and Catherine Montanet)에 의해 설립되었다. 위 지도의 그린 포인트가 바로 도멘 드 라 까데뜨가 위치한 베즐레다. 샤블리(좌측 상단 붉은 원)로부터 남쪽으로 40km, 디종(우측 하단)에서 북서서로 100km 정도 거리에 있는 이 지역은 부르고뉴에 속해 있지만 1980년대까지 생산자가 직접 양조해 병입을 하기 보다는 주로 협동조합을 통해 병입하고 판매해 왔다. 1990년 도멘 드 라 까데뜨는 첫 자체 보틀링을 시작했다. 1997년 INAO가 베즐레에 AOC를 부여한 후 1999년부터 유기농 관리를 시작했고, 2003년엔 AB(Agriculture Biologique) 인증을 획득했다. 2010년 부터는 그들의 아들 발렌틴(Valentin)이 합류하여 도멘을 이끌고 있다.
그들의 포도밭은 꼬뜨 도르(Cote d''Or)에서 서쪽으로 전개되는 모르방(Morvan) 산맥에 위치해 있는데 화강암 단층 지괴로 인해 화석화된 해양 토퇴적물이 섞인 이회토(marl)와 석회석(limestone)이 드러났다. 하지만 샤블리와는 토양이 약간 달라 키메리지안 토양 대신 그레이/블루/레드 컬러의 진흙(clay)이 섞인 라임스톤이나 진흙이 거의 없는 라임스톤만으로 구성된다. 기온 또한 샤블리보다는 조금 시원한 편이지만 노출은 좋아 과일 풍미와 미네랄의 구조감이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생산한다. 도멘 드 라 까데뜨는 지명도가 낮은 베즐레 지역에서 비교적 알려진 선도적 와이너리 중 하나.
세미나는 별도 포스팅으로.
20170215 @ 살롱 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