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마릴리사 여사 아래서 발전해 온 알레그리니. 그녀가 가족과의 불화로 알레그리니를 떠나고 조카들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오랜만에 맛본 알레그리니의 맛은 여전히 훌륭했다. 과연, 다음 세대는 알레그리니의 화려한 역사를 이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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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 새로운 알레그리니

가을의 정취가 깊어지는 10월, 알레그리니의 아시아 지역 매니저 엘리아 아즈토리(Elia Aztori)가 한국을 찾았다. 알레그리니는 아마로네(Amarone)의 고향, 베네토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한국 애호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알레그리니 가문은 16세기부터 베네토 지방에서 포도밭을 일궈 왔고, 1854년 현재의 본거지 푸마네(Fumane)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알레그리니의 부흥을 이끈 것은 지오반니 알레그리니(Giovanni Allegrini). 그는 1960년대부터 발폴리첼라 와인의 양조 방식을 혁신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업적은 아마로네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포도 건조 방식의 개선이다. 발폴리첼라는 겨울에 비가 많이 오고 공기가 습해 포도에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많았다. 건조하는 포도의 절반 가까이가 곰팡이에 오염될 정도였다. 지오반니는 폐공장을 사들여 당시로서는 최첨단 건조 시설인 테레 디 푸마네(Terre di Fumane)를 설립했다. 이후 곰팡이 발생률은 1%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생산량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생산 비용이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지오반니는 싱글 빈야드 개념을 도입해 라 포야(La Poja)와 같은 아이콘 와인을 만들었다. 라 포야는 발폴리첼라의 대표 품종 코르비나(Corvina) 100%로 양조한다. 코르비나는 만생종으로 재배가 까다롭지만 껍질이 두꺼워 페놀 성분을 농축시켜 풍미가 진한 와인을 만들기 적당하다. 지오반니의 코르비나 품종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모든 레드 와인에 코르비나 사용 비중을 높였고, 코르비노네(Corvinone)와 론디넬라(Rondinella), 오셀레타(Oceleta) 등을 블렌딩용으로 적절히 사용했다. 그리고 발폴리첼라에서 널리 사용하던 몰리나라(Molinara) 품종의 사용을 중단했다. 몰리나라는 생산량이 많지만 풍미가 묽고 단조롭다. 또한 최근의 기후 변화와도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지오반니 알레그리니는 양을 줄이고 질을 택하는 결단을 통해 알레그리니의 부흥을 이끌었음은 물론 발폴리첼라 지역 전체의 와인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
최근 알레그리니는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몇 년 전, 지오반니의 딸로 오랫동안 CEO 역할을 맡았던 마릴리사 알레그리니(Marilisa Allegrini)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뒤를 이었다. 마릴리사에게는 프랑코(Franco)와 월터(Walter)라는 남자 형제들이 있는데, 프랑코의 세 아들 프란체스코(Francesco), 마테오(Mateo), 조반니(Giovanni) 그리고 월터의 딸 실비아가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이다. 넷 모두 30대로 젊다. 엘리아 아즈토리 매니저는 “이 새로운 세대가 알레그리니 와인에 새로운 생명과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알레그리니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클라시코로의 복귀'다. 그들의 레드 와인은 이제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한다. 발폴리첼라 지역은 광범위하지만, 전통적으로 인정받던 곳은 서쪽 고지대의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지역이다. 알레그리니의 본거지 푸마네를 비롯해 산 피에트로 인 카리아노(San Pietro in Cariano), 네그라르(Negrar) 같은 마을이 속해 있다. 기존에 생산하던 발폴리첼라와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Valpolicella Superiore) 같은 와인들은 더 이상 생산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한 과거에는 베로네제(Veronese) IGT로 생산하던 라 그롤라(La Grola)도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수페리오레(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로 새롭게 탄생했다. 알레그리니의 플래그십 와인 팔라쪼 델라 토레(Palazzo della Torre)는 여전히 베로네제 IGT이지만 이는 양조 방법 때문일 뿐, 사용하는 포도는 모두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지역에서 재배한 것이다. 엘리아 아즈토리 매니저는 “알레그리니 포도밭은 특히 석회질이 풍부하고 배수가 좋아, 향이 화사하고 신맛이 살아 있으며 미네랄이 또렷한 와인이 나온다”라고 강조했다.

15년 전쯤 프랑코 알레그리니의 주도로 시작한 화이트 와인 생산에도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원래 알레그리니에서 생산하던 소아베(Soave)는 토착 품종인 가르가네가(Garganega)에 국제 품종 샤르도네(Chardonnay)를 일부 블렌딩했다. 하지만 최근 샤르도네 품종을 모두 뽑아내고 100% 가르가네가만 사용해 소아베를 양조하고 있다. 지역 품종에 집중하려는 새 경영진의 철학을 보여준다. 또한 2018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또 다른 화이트 와인 루가나(Lugana) DOC에도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도 조만간 알레그리니의 루가나 와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알레그리니는 수십 년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왔지만 과거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베네토의 지역성과 품질이라는 알레그리니의 본질은 그대로다. 전통 위에 쌓아 올리는 진화, 그것이 알레그리니다.
알레그리니의 와인들은 현재 금양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알레그리니, 소아베 Allegrini, Soave
화사한 노란 꽃 향기와 영롱한 미네랄, 깔끔한 흰 자두 풍미. 상큼한 레몬 산미와 자몽 같은 가벼운 쌉싸름함이 인상적이다. 드라이한 미감이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하며 아몬드 튀일 힌트가 가볍게 더해진다. 신선한 화이트 와인의 전형으로 와인만 즐겨도, 다양한 음식에 곁들여도 좋다. 화산토에서 재배한 가르가네가 품종을 부드럽게 압착하고 저온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8시간 침용해 향과 풍미를 충분히 추출한다.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8-10일 발효한 다음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4개월, 병입 후 2개월 숙성한다.

알레그리니,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Allegrini, Valpolicella Classico
향긋한 바이올렛 향기에 라즈베리, 검은 체리, 자두 풍미가 싱그럽게 피어난다. 입에서는 드라이 미감에 가벼운 타닌과 깔끔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허브 뉘앙스가 신선한 여운을 남긴다. 언제 어디서나 즐기기 편한 친근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 점토와 석회암이 풍부한 토양에 식재한 평균 20년 수령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코르비나와 론디넬라 품종을 가볍게 압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9일 동안 침용 및 발효한다. 이듬해 2월까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 후 병입해 2개월 숙성한다.

알레그리니, 팔라쪼 델라 토레 Allegrini, Palazzo della Torre
향긋한 장미, 바이올렛 등의 꽃향기, 자두,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등 완숙 과일 풍미, 정향, 시나몬 등 스위트 스파이스와 감초 같은 약재 뉘앙스가 복합적인 풍미를 형성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과 경쾌한 산미가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 부드러운 질감과 밀도 높은 과일 풍미, 긴 여운까지 흠잡을 데 없이 빼어난 레드 와인이다. 팔라쪼 델라 토레는 알레그리니 생산량의 5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중요한 와인이다. 점토와 석회암이 풍부한 토양에서 재배한 코르비나에 코르비노네와 론디넬라를 블렌딩한다. 포도의 70%는 줄기를 제거한 후 일반 와인처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침용 및 발효하며, 나머지 30%는 12월까지 건조한 후 발효한다. 이후 두 와인을 블렌딩 해 오크 바리크에서 최소 15개월, 병입 후 7개월 숙성한다.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Allegrin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향긋한 바이올렛과 말린 장미 향기, 프룬, 절인 체리, 블랙커런트 풍미에 시나몬, 정향, 담뱃잎, 가벼운 토양 뉘앙스가 감돈다. 입에 넣으면 풀바디에 벨벳 같은 타닌이 부드러운 미감을 선사하며, 의외의 명확한 산미가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깨끗한 과일 풍미가 진하게 드러나며, 드라이한 미감과 다크 초콜릿 뉘앙스가 고급스러운 여운을 선사하는 고품질 아마로네. 배수가 잘 되는 고지대 석회암과 점토질 토양에서 재배한 코르비나에 코르비노네, 론디넬라, 오셀레타를 블렌딩한다. 최상급 포도만 꼼꼼히 선별하고 4개월 동안 건조한 후 부드럽게 압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펌핑 오버(pumping over)를 진행하며 25일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새 오크 바리크에서 18개월, 커다란 배럴에서 7개월, 병입 후 14개월 숙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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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알레그리니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클라시코로의 복귀'다. 그들의 레드 와인은 이제 발폴리첼라 클라시코(Valpolicella Classico) 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만 사용한다. 화이트 와인 생산에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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