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전한 직접적인 사유가 된 와인21 기고 기사 스크랩.
원저자가 자신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하는 것이
저품질 블로그(=포털 검색에 걸리지 않는 블로그)가 되는 불합리한 현실에 광분하여.
어쨌거나 이리로 오니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와 같은 홀가분함이 있다.
어짜피 내 블로그의 목적은 개인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
그리고 몇몇 지인이나 정보나 감상을 찾아 우연히 들어온 지인들과 가볍게 소통하는 것.
네이버 블로그에 남기고 온, 대부분은 검색조차 되지 않을 기사 149개가 아쉽지만,
네이버에 올린 것을 제외한 나머지만 여기다 스크랩 하는 걸로.
150번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 12월 취재했던 테일러스 포트.
LBV를 처음 만들었고 장기숙성 토니나 빈티지 포트 또한 명성이 높다.
언제나 명가들을 취재하다보면 그들의 철학에 감탄하게 되는데 테일러스 또한 마찬가지.
기회가 된다면 테일러스와 시밍턴 패밀리가 함께 운영한다는 빈티지 포트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싶다.
대단히 죄송하게도 시작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앞 부분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놓쳐 아쉬웠던 테이스팅 디너.
자리도 멀어서 하시는 말씀이 얼마나 안 들리던지;;;
그래도 테일러 포트의 위상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의미있었던 자리였다.
또한 서면으로 요청한 인터뷰에도 얼마나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 주셨는지...
서면 인터뷰 요청을 하면 간략하게 답변이 오거나 안 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정말 감동이다.
담당자인 닉 히쓰 씨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성우나 배우 하셔도 될 것 같았다는.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겨울, 포트 와인(Port wine)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발효 중인 와인에 포도주를 증류해 얻은 순도 높은 알코올을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가벼운 달콤함을 남긴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인 포트는 추위로 움츠러든 몸에 따뜻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식후,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시는 포트 한 잔은 힘든 하루의 마무리로 안성맞춤.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바에서 잔술로 즐기기도 좋다. ‘명상을 위한 와인(meditation wine)’이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뜨고 있는 '혼술(혼자 마시는 술)'에도 알맞다.
포트의 계절을 맞아 대표적인 포트 와인 생산자 테일러스(Taylor’s)의 마케팅 총괄 닉 히쓰(Nick Heath) 씨가 한국을 찾았다. 테일러스는 가장 오래된 포트 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4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훌륭한 빈티지 포트(Vintage Port)는 물론 장기 숙성 토니 포트(Aged Tawny Port)로도 명성이 높은 생산자다. 특히 비교적 단기간에 즐길 수 있는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Late Bottled Vintage, LBV) 스타일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1986년부터 30년 간 테일러스의 마케팅을 담당해 온 닉 히쓰 씨에게 테일러스 포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는 1985년 보르도 대학에서 양조학(Oenology)를 공부하고 10년 간 포트 와인 협회의 테이스팅 패널을 역임한 포트 와인 전문가이다.
테일러스의 빈티지 포트는 항상 병에 새겨진 문양이 위로 오도록 눕혀서 숙성한다.
때문에 디캔팅할 때도 문양이 위로 오도록 들고 디캔팅하면 찌꺼기를 걸러내기 용이하다.
[빈티지 포트의 디캔팅 시범을 보이고 있는 닉 히쓰 씨]
먼저 테일러스 포트의 철학과 스타일에 대해 소개해 달라. 특히 다른 생산자와 구별되는 테일러만의 특징이 있다면?
테일러스는 언제나 전통과 혁신 사이에 균형을 이루려 노력한다. 여전히 유효한 전통 기술과 방식을 존중하고 지켜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935년 업계에서 첫 번째로 드라이 화이트 포트(Chip Dry)를 선보였고, 퀸타 드 바르젤라스 1958년 빈티지(Quinta de Vargellas 1958)로 싱글 퀸타 카테고리의 장을 열었다. LBV 콘셉트 또한 테일러가 개발하여 현재까지 선도적인 생산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 부문을 통틀어 많은 기술적 혁신을 이루어냈다. 이런 테일러스의 철학은 3세기 넘게 이어진 가족 경영에 힘입은 바 크다. 가족 경영이기에 언제나 멀리 내다본다. 포도밭에는 수십 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 의한 숙성 재고의 대규모 보유는 숙성 토니(aged tawnies) 수요의 성장으로 인해 테일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가족 경영의 전통은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전달됨을 뜻하며, 이는 품질과 스타일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빈티지 포트의 예를 들어 테일러스의 스타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아함과 힘의 조화로 유명하다. 애호가들과 수집가들에게는 병 속에서 몇십 년 동안 발전할 수 있는 전설적인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테일러의 대표적인 포도밭, 퀸타 드 바르젤라스에서 유래한 특징적인 꽃향기 또한 대표적인 특징이다.
테일러스의 중요한 운영 철학 중 '지속가능한 농법(sustainable viticulture)'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 역시 테일러스의 철학과 연계하여 생각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농법은 장기적 생존력을 보장하고 포도밭의 잠재력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포도밭의 생존력을 보장하고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은 최소화한다. 테일러스의 농업 모델은 화학물질의 사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을 최소화하며 포도밭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호한다. 이는 테일러의 차별적인 조경방식과 식재기술의 뒷받침으로 인해 가능하다. 포도밭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면 당연히 와인 품질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주요 포트 생산자와의 유대 관계는 어떤지? 포트 와인의 리더로서 테일러스의 역할과 포트를 알리기 위한 협업 등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포트 업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지만 테일러스는 (특히 신흥 시장에서) 프리미엄 포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수준급 포트 생산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6년 전부터 주요 경쟁업체인 시밍턴 패밀리(Symington Family Estate)와 함께 빈티지 포트 아카데미(VPA)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VPA의 주요 활동은 중국 및 홍통, 마카오에서 와인업계 및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포트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이다. 참여자 중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VPA 학위(VPA Diploma)를 수여한다. 또한 VPA는 고객 이벤트, 업계 시음회, 언론 대상 워크샵 등도 운영한다. 모두 프리미엄 포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 주력하고 있는 프리미엄 포트 카테고리 형성 활동은 비슷한 수준의 생산자들끼리의 협력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포트 와인은 주로 식사 후반 혹은 식사를 마치고 음용하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근래들어 다양한 음용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테일러 포트의 스타일 별 음용법을 추천해 달라.
포트 와인은 다양한 상황에서 폭넓게 음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양 전통에서는 보통 식사 후에 포트를 마신다. 그러나 전 세계 포트 애호가들은 포트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고 있다. 포트는 다양한 풍미와 스타일을 지녀 여러 음식들과 두루 매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리고 과일 맛이 풍부한 포트는 다크 초컬릿 풍미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숙성 토니 스타일은 최고의 디저트 와인으로 크림 브륄레나 아몬드 타르트와 궁합이 좋다. 포트는 리큐어 와인(liqueur wines, 브랜디를 첨가해 풍미가 강한 스위트한 스타일의 주정 강화 와인)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푸아 그라와 조화를 이루는 소테른(Sauternes)을 대체할 수 있다. 어린 빈티지 포트는 스파이시한 음식이나 맛이 진한 바베큐, 새콤달콤한 소스 등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포트를 꼭 식사와 함께 즐길 필요는 없다. 포트는 그 자체로 '명상 와인',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와인이다. 포트는 남녀를 가리지 않으며 친구들과 편안한 사교모임을 위한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포트 스타일(토니, LBV, 빈티지 등등)과 그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 또한 풍부하고 매끄러우며 부드러운 숙성 토니 포트를 선호하는 사람과 집중적인 과일 풍미를 지닌 LBV나 빈티지 포트를 선호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 같다. 초심자에 대한 나의 추천은 아래와 같다. 당신이 레드 와인 러버라면 LBV나 빈티지 포트를 시도해 보라. 당신이 코냑이나 몰트 위스키 같은 숙성 증류주를 즐긴다면 숙성 토니 포트로 시작하라. 하지만 오직 한 가지 스타일에만 천착하지 않는 게 좋다. 스타일의 다양성은 포트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이니까.
한국의 와인 애호가 중에는 소위 ‘단 맛이 나는 와인’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달콤함과 질척이는 들큰함(sugary)은 완전히 다르다. 포트 와인은 복합적인 풍미와 함께 산뜻한 산미를 지니고 있어 깔끔한 단맛을 선사한다. 포트의 달콤함은 단순히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것과는 별개로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달콤한 맛이 싫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달콤함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테일러 빈티지 포트 중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빈티지가 있다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빈티지 포트의 성격은 제각기 다르고 어떤 빈티지에 대한 선호는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일러스의 2011년은 최근 빈티지 중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다. 사실 2011년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빈티지였다. 베르젤라스 포도원의 가장 오래된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극소량만 생산하는 희귀한 빈티지 포트인 테일러스의 바르젤라스 비냐 벨랴 2011년(Taylor’s Vargellas Vinha Velha 2011)은 영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으로부터 '2011년에 만들어진 와인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숙성된 빈티지들 중에서는 1985년을 추천한다. 아직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이 와인은 지금 바로 마셔도 우아하고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한국에는 마데이라, 쉐리 등 다양한 스타일의 주정강화 와인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포트 와인 메이커인 테일러스의 담당자로서 다른 주정강화 와인과 비교하여 포트의 차별점과 강점을 말씀해 달라.
포트의 가장 흥미로운 면 중 하나인 다양한 스타일과 풍미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다른 강점은 어떤 상황이나 예산에도 잘 맞는다는 것이다. 테일러스 셀렉트 리저브(Taylor’s Select Reserve) 같이 편안한 상황에서 적절히 즐길 만한 어린 포트도 있다. 스케일의 반대쪽에는 클래식 빈티지 포트나 매우 오래된 나무통 숙성 포트인 테일러스 싱글 하비스트 1863년(Taylor’s Single Harvest 1863)과 같이 수집가들이 눈독들이는 희귀한 와인들도 있다. 포트는 단지 주정강화 와인 카테고리 뿐만 아니라 전체 와인을 통틀어 높은 평가를 받는 와인이다. 오직 보르도(Bordeaux)나 부르고뉴(Burgundy) 같이 위대한 아펠라시옹(Appellation) 만이 세계의 저명한 평론가들로부터 포트와 유사한 평가를 받는다.
대형 사이즈 선호 추세에 따라 '더블 매그넘(double magnums)과 임페리알(imperials) 사이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해당 사이즈의 와인이 출시되는지? 어떤 스타일의 포트인지도 궁금하다.
그렇다. 빈티지 포트를 출시할 때 일부는 더블 매그넘 병으로 출시한다. 더블 매그넘 보틀은 수집가나 투자가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아서 가장 먼저 팔려나간다. 빈티지 포트 2011년 매그넘 보틀은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끝으로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위대한 유럽의 클래식 와인들 중에서 포트 와인은 아마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와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매 해 포르투갈의 테일러스 하우스에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행복하다. 바라건데 그들이 집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테일러스 포트 와인을 소개하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즐거운 와인인 포트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한다.
테일러스 포트의 다양한 스타일은 여러 디저트와 두루 매칭하기 알맞다.
김윤석 기자 wineys@wine21.com
'술 공부 > 와인21 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article 154. 지옥을 맛보다, 인페리 버티컬 테이스팅 (0) | 2016.10.03 |
---|---|
article 153. 스페인의 전설, 마스 라 플라나 그리고 미구엘 토레스 (0) | 2016.10.03 |
article 152. 꼬르나스에 우아함을 더하다, 장-뤽 콜롬보 (0) | 2016.03.05 |
article 151. 천사의 핑크 빛 속삭임, 샤토 데스끌랑 (0) | 2016.03.05 |
새로운 둥지를 찾아서 (0) | 2016.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