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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66. 희소하고 특별한 보르도 와인,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5. 2.

처음 만나는 보르도 와인,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Chateau de la Vieille Chapelle). 부샬레(Bouchales)라는 희소한 품종도 처음 맛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깊고 복합적인 풍미. 마주치면 꼭 마셔볼 만한 와인이다. 문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 와인을 수입하는 피에르 코엔-아크닌(Pierre Cohen-Aknine) 씨가 운영하는 '피에르 시가 바'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희소하고 특별한 보르도 와인,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


 

특별한 보르도(Bordeaux) 와인이 나타났다.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e)는 아니다. 저명한 와인메이커에게 컨설팅을 받은 값비싼 가라지 와인도 아니다. 이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포도와 그 포도를 생산하는 나무, 그리고 친환경적인 생산법이다.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Chateau de la Vieille Chapelle). 12세기부터 역사가 시작된 이 샤토는 보르도의 포도밭을 황폐화시킨 필록세라로부터 살아남은 부샬레(Bouchales) 품종의 고목(vieilles vignes)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 수령은 130년에서 150년에 이르며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로 손꼽힌다. 이 고목들이 필록세라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포도밭이 위치한 리부른 부근(Libournais)에서 시행하던 고전적인 농법에 기인한다. 겨울철에 포도밭을 침수시키는(flooding the vineyards) 이 농법은 필록세라 유충이 살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여 필록세라를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포도나무들은 25-40m 에 이르는 긴 뿌리를 포도밭 깊숙이 뻗어내렸다. 떼루아를 그대로 반영하는 복합적 풍미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부샬레 품종은 주로 보르도와 프랑스 남서부에서 재배되던 품종이지만 곰팡이 등 질병에 취약하고 재배가 까다로워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 2008년 기준 전체 재배 면적이 100 헥타아르(ha) 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 ‘레어템’인 셈이다.

 

샤토 드 라 비에이의 샤펠의 포도밭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첫째는 40년 이상 수령의 세미용(Semillon), 둘째는 30-70년 수령의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셋째는 30-70년 수령의 메를로(Merlot),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샬레를 포함한 메를로, 프티 베르도(Petit Verdot) 등 필록세라로부터 살아남은 고목들이다. 부샬레 외에 다른 품종들도 최소 30년 이상의 고목인 셈이다. 오랜 수령의 포도나무로부터 수확한 포도는 복합적이고 깊은 풍미를 낸다. 이런 포도의 특성을 더욱 잘 살리기 위해 2008년부터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으며 2013년에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포도는 100% 손으로 수확하며 최소한의 이산화황만을 첨가한다.

 

1월 초 와인21 기자단이 모여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의 와인들을 시음했다. 모두 일정 품질을 갖춘 개성 넘치는 와인들이라는 데 동의했다. 희소하고 특별한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의 여섯 종의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Les Grands Blancs 2012

레 그랑 블랑 2012

 

*원산지: AOC 보르도(Bordeaux)

*포도 품종: 세미용(Semillon) 100%

*양조 및 숙성: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양조 및 6개월 숙성

*연간 생산량: 3,000병

*알코올 도수: 12%

*수입사 추천매칭: 치즈, 가금류, 해산물, 푸아그라

 

[김윤석] 반짝이는 골드 컬러. 첫 향에서 조약돌, 밀납 같은 미네랄과 함께 잘 익은 자두 과육 같은 핵과와 감귤 풍미, 벌꿀 뉘앙스가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며 파인애플 같은 열대 과일 풍미와 프레시 치즈 힌트도 더해진다. 미디엄 바디에 단정한 구조감, 세련된 질감. 생생한 산미는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김수희] 가벼운 아세톤 향과 함께 오렌지 자몽 향이 감돈다. 한 모금 머금으면 살구 풍미와 함께 드러나는 감칠맛, 그리고 약간 오일리한 질감. 산미가 느껴지지만 강하지 않으며 잘 숙성된 화이트를 마시는 듯 전체적으로 훌륭한 인상을 남긴다.

 

 

Château de la Vieille Chapelle Tradition 2014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 트래디션 2014

 

*원산지: AOC 보르도 쉬페리외(Bordeaux Superieur)

*포도 품종: 메를로(Merlot) 80%,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20%

*양조 및 숙성: 효모 첨가 없이 콘크리트 탱크에서 양조, 긴 침용(maceration), 오크 사용 안함

*연간 생산량: 15,000병

*알코올 도수: 14%

*수입사 추천매칭: 지중해풍 샐러드, 하몽, 테린

 

[김수희] 전체적으로 모나지 않은 점잖은 아로마에 더해지는 오크 향이 인상적이다. 자두와 붉은 과일 등의 신선한 느낌이 적당한 산미와 함께 기분 좋게 드러난다. 약간 거친 탄닌에 피니시가 길지는 않지만 가벼운 커피 뉘앙스가 잔잔하게 남는다.

 

[양진원] (뒤에 소개할) 리저브에 비해 조금 더 프루티한 느낌이 있지만 역시나 동물적 아로마, 흙내음이 많이 느껴진다.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매력적인 내추럴한 와인. 피니쉬에서 느껴지는 우엉 같은 뿌리 채소의 쌉쌀한 맛이 인상적이다.

 

 

Château de la Vieille Chapelle Reserve 2012

샤토 드 라 비에이으 샤펠 리저브 2012

 

*원산지: AOC 보르도 쉬페리외

*포도 품종: 메를로 80%, 카베르네 프랑 20%

*양조 및 숙성: 트래디션과 같은 방식으로 양조 후 새 프렌치 오크에서 6-10개월 숙성

*연간 생산량: 15,000병

*알코올 도수: 14%

*수입사 추천매칭: 초콜릿 케이크, 한국식 바베큐, 오리 가슴살

 

[윤철중] 콘크리트 저장고에서 숙성이 이루어진 트레디션과 달리 리저브는 프렌치 오크 배럴 숙성이 이루어졌다. 때문인지 검붉은 과일향과 더불어 초콜릿, 연필심, 바닐라 부케 등 오크 풍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구조감이 좋고 마시기 편해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와인이다.

 

[김윤석] 검은 빛 감도는 체리 컬러에 페일 림이 제법 드러난다. 바이올렛, 장미 꽃잎 등 꽃 향기에 곁들여지는 가벼운 민트 아로마. 입에서는 블랙커런트, 자두, 라즈베리 등 풍성한 과일 풍미에 붉은 피망이 살짝 거칠게 포인트를 준다. 미디엄풀 바디에 드라이한 미감, 촘촘한 타닌과 짝을 이루는 산미, 깔끔한 유산 향과 감초 피니시. 깔끔한 스타일로 중장기 숙성 이후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었다.

 

 

Les Merlot de Baudet 2012

메를로 드 보데 2012

 

*원산지: AOC 보르도 쉬페리외

*포도 품종: 메를로 100%

*양조 및 숙성: 효모 첨가 없이 콘크리트 탱크 양조, 긴 침용. 새 프렌치 오크에서 6-10개월 숙성

*연간 생산량: 10,000병

*알코올 도수: 14%

*수입사 추천매칭: 초콜릿 케이크, 직화 구이 쇠고기, 오리 가슴살

 

[윤철중] 검붉은 체리 아로마와 함께 절제된 오크 향기가 좋다. 강한 타닌과 함께 풍성한 바디감이 느껴지며, 산도, 타닌, 알코올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대중적인 느낌의 샷또 드 라 비에이으 샤펠 트래디션/리저브와 달리 세련된 스타일의 와인이다.

 

[김수희] 기분 좋게 느껴지는 가벼운 먼지 힌트와 함께 복합적인 아로마을 느낄 수 있다. 입에서는 검은 과일 풍미와 함께 약간의 커피 맛이 드러나며 부드럽게 녹아 있는 타닌이 다크 초콜릿을 연상시킨다. 마시기 편하지만 복합미를 가진 와인.

 

 

Bouchalès Merlots 2014

부샬레스 메를로 2014

 

*원산지: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

*포도 품종: 부샬레(Bouchales) 65%, 메를로 25%, 기타 올드 바인 10%

*양조 및 숙성: 효모 첨가 없이 콘크리트 탱크 양조, 짧은 침용. 400L 재사용 프렌치 오크에서 6-9개월 숙성 후 필터링 없이 병입.

*연간 생산량: 1,000병

*알코올 도수: 13%

*수입사 추천매칭: 지중해풍 샐러드, 랍스터

 

[양진원] 동물적인 독특한 아로마, 쿰쿰한 느낌. 하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프레쉬한 향과 맛이 느껴진다. 붉은 과일의 신선함이 잘 담겨 있다. 부샬레스 품종을 단독으로 시음해 본 적은 없지만 돌직구 스타일의 명쾌한 품종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도도 대단히 좋아 레드 와인임에도 추천 매칭으로 지중해풍 샐러드나 랍스터를 추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음식 친화적 와인.

 

[김윤석] 바닥이 살짝 비치는 중간 밀도의 가넷 컬러에 오렌지 림이 살짝. 향긋한 꽃다발이 확 폈다가 묵직하게 가라앉는 듯한 첫 향이 인상적이다. 매콤한 스파이스와 바닐라 오크, 가벼운 토양과 동물성 뉘앙스도 드러난다. 전반적으로는 독특하지만 세련된 느낌. 드라이한 미감에 영롱한 미네랄이 느껴지며 촘촘하고 우아한 벨벳 같은 탄닌이 매력적인 질감을 선사한다. 처음엔 자두, 블랙베리, 블루베리 풍미에 프룬 힌트가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붉은 베리 풍미에 스윗 스파이스를 뿌린 듯 방순한 풍미로 변화한다. 미디엄풀 바디에 단정한 구조, 밸런스도 훌륭하다.

 

 

C’est Bon Le Vin 2008

세 봉 르 뱅 2008

 

*원산지: AOC 보르도 쉬페리외

*포도 품종: 부샬레 65%, 메를로 25%, 기타 올드 바인 10%

*양조 및 숙성: 효모 첨가 없이 콘크리트 탱크 양조, 긴 침용. 새 프렌치 오크에서 6-10개월 숙성

*연간 생산량: 1,000병

*알코올 도수: 14%

*수입사 추천매칭: 초콜릿 케익, 직화로 구운 육류, 오리 가슴살, 쿠바산 시가

 

[윤철중] 필록세라로부터 살아남은 130년 이상의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를 중심으로 양조했다. 그 깊은 뿌리 만큼 잘게 퍼지는 미네랄 풍미가 뛰어나다. 진하고 검은 과일 향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산도와 타닌, 그리고 내추럴한 농법에서 느낄 수 있는 야생적인 풍미가 잘 어우러진다. 부샬레 품종의 스토리에 어울리는 긴 여운이 와인의 매력을 한껏 높여 준다. 인상적인 와인.

 

[양진원] 편안하고 신선한 아로마. 14%의 알코올 도수에 풍부한 탄닌감, 매우 진하지만 잼 같은(jammy) 느낌이 아닌 클래식한 와인이다. 드라이한 미감이지만 후미에 오크가 주는 버터리한 향이 남는다. 남프랑스 와인처럼 첫 이미지는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클래식한 면모를 보여준다.

 

 


김윤석 기자  wineys@wine21.com
수입사_(주)카보드(Kavod) 02-790-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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