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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68. 맛있는 음식에 금상첨화, 부티노 와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4. 5.

와인도 와인이지만 마스터 소믈리에의 솜씨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어 인상깊었던 디너. 시원시원한 서비스로 와인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느낌이랄까. 한국 와인시장이 좀 더 확대되려면 이런 와인이 기반이 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양극화로 치닫는 듯. 심지어 업계분들조차 이런 와인에는 관심이 없다. 하긴, 현재 한국의 메인스트림 음주문화는 와인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으니까.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맛있는 음식에 금상첨화, 부티노 와인

불금. 불타는 금요일 저녁에 걸맞은 와인을 만났다. 그것도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의 특급 서비스를 통해서. 여덟 명의 참석자에게 정확히 떨어지도록 신속하게 와인을 제공하는 마스터 소믈리에의 움직임은 명필이 큰 붓을 들어 일필휘지(一筆揮之) 하듯 거침이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은 와인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청량하고 깔끔한 화이트 알라시아 가비(Alasia Gavi), 붉은 꽃과 검붉은 베리 향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알라시아 바롤로 바르바레스코(Alasia Barolo & Alasia Barbaresco), 시원한 허브 아로마와 밀도 높은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아크 뒤 론 지공다스 샤토네프 뒤 파프(Arc du Rhone Gigondas & Arc du Rhone Chateauneuf du Pape). 친근하고 편안하면서도 품종과 지역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이 와인들은 함께한 음식들과 특히 잘 어우러졌다. 좋은 사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코르크를 ‘퐁-’따서 편안하게 즐기는 것이 와인이라면 이 와인들은 가히 최적이라고 할 만했다.

[와인 서비스 중인 마스터 소믈리에 나이즐 윌킨슨]

6월의 첫 번째 금요일 저녁, 유러피안 레스토랑 서울다이닝에서 부티노(Boutinot) 와인 디너가 열렸다. 부티노는 아랄디카(Araldica), 알라시아(Alasia), 아크 뒤 론(Arc du Rhone) 등 150개 브랜드를 보유한 영국의 와인 전문 기업이다. 영국의 소믈리에 와인 어워드(Sommelier Wine Award)에서 5년 연속 올해의 네고시앙(Merchant of the Year)에 선정된 저력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15개국에서 연간 5천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여 42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에서는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직접 와인을 만든다.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지역의 경우는 협동조합과의 상호출자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소개된 다섯 종의 와인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와인 3종과 프랑스 남부 론(southern Rhone) 지역의 와인 2종. 부티노의 수출 담당자 데이비드 렌티 베로스피(David Lenti Berrospi) 씨와 마스터 소믈리에이자 부티노의 수석 교육 담당자인 나이즐 윌킨슨(Nigel Wilkinson) 씨가 참석하여 직접 와인을 소개했다.

부티노 와인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첫째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합리적인 와인을 누구나 좋아할 품질로 만드는 것. 둘째는 와인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토착 품종을 주로 활용하며 해당 지역의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미가 살아있고 풍미의 여유가 있어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구한다. 이는 창립자의 출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부티노를 창립한 폴 부티노(Paul Boutinot)는 부모님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을 하며 일을 시작했다. 독특한 성격이었던 그는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와인을 중간상인을 통해 사기보다는 직접 고르고 싶었다. 또한 파인 와인(fine wine), 그러니까 고급 와인이라는 개념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주말이면 트럭을 빌려 프랑스로 건너가 전국을 돌며 와인을 고른 후 트럭에 가득 싣고 돌아오곤 했다. 당시 영국은 보르도 와인에 편중된 시장이었지만 그는 다양한 지역의 밸류 와인들을 편견 없이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주변 레스토랑에서도 폴 부티노가 들여온 와인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수입하는 와인들이 인기를 끌자 그는 와인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한 보졸레(Beaujolais) 지역에서 성공을 거두자 마꼬네(Maconnais), 랑그독(Languedoc), 꼬드 드 가스코뉴(Cote de Gascogne) 등 프랑스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에서도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사들여 와인을 만들고 있다. 레스토랑 소믈리에 출신으로 레스토랑을 위한 와인을 선별해 왔던 그였기에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고 음식 친화적인 와인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재 부티노에는 나이즐 윌킨슨 마스터 소믈리에 외에도 2명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이 함께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 236명만 존재하는 마스터 소믈리에와 365명뿐인 마스터 오브 와인을 직원으로 채용하여 와인 품질을 관리하고 브랜드 교육을 진행하는 것만 보아도 부티노의 와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가정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친근하게 즐길 만한 부티노의 와인들을 마스터 소믈리에 나이즐 윌킨슨 씨의 소개로 만나 보자. 와인 리스트를 정비 중인 레스토랑이라면, 저녁 식탁에 올릴 와인을 찾는 와인 애호가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알라시아(Alasia): 피에몬테

알라시아는 피에몬테의 핵심 지역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포함해 피에몬테 전역에서 와인을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그들의 생산 철학은 ‘매일 마실 수 있는 양질의 와인을 좋은 가격에 생산하는 것’. 약 230곳의 포도 생산자들이 690ha에 이르는 포도밭에서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Alasia, Gavi 2016 
코르테제(Cortese) 품종 100%로 만드는 이 와인은 드라이하고 산미가 살아있는 프레시한 스타일이다. 각종 해산물은 물론 토마토 요리나 스파이시한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알라시아 가비는 그린 애플과 레몬, 라임, 자몽 등 과일 풍미를 강조하고 미네랄이 살아 있는 모던한 스타일이다. 미디엄 이하의 가벼운 바디에 편안한 구조감이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

Alasia Barbaresco 2013
영롱한 루비 컬러의 아직 어린 와인이지만 브라운 토니 컬러가 비친다. 붉은 꽃과 체리, 딸기, 크랜베리 등 방순한 레드 베리 아로마에 토양 힌트가 살짝 얹어진다. 싱그러운 산미와 촘촘한 탄닌, 가죽, 가벼운 나무 풍미. 미디엄풀 바디에 우아한 피니시가 매력적이다. 4-6년 된 대형 슬라보니아 오크에서 2년 숙성한다.

 

Alasia Barolo 2012
약간 짙은 루비 컬러에 토니 휴가 가볍게 드러난다. 바이올렛, 감초, 가죽, 허브 향이 은은하게 감돌며 타르 같은 미네랄과 검붉은 베리, 자두, 블랙 체리 등의 과실 코어는 비교적 단단한 편. 구조감이 좋고 묵직한 느낌의 미디엄풀 바디 와인. 역시 4-6년된 대형 슬라보니아 오크에서 3년 숙성 후 출시한다.

 

아크 뒤 론(Arc du Rhone): 남부 론

아크 뒤 론은 남부 론 지역의 캐랑(Cairanne) 마을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부근 계곡의 모양이 마치 아치(Arc)와 닮은 것에서 따온 이름이다. 푸딩 스톤(pudding stone)으로 대표되는 완만한 경사지에 심어진 그르나슈(Grenache) 품종을 중심으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Arc du Rhone, Gigondas 2014
확연한 남불 허브와 가벼운 스파이스, 달콤한 자두와 레드 베리 아로마, 은근한 유산향과 스모키 오크 뉘앙스. 블루베리, 블랙베리의 농밀한 풍미가 실키한 질감을 타고 편안하게 전해진다. 미디엄풀 바디에 밸런스가 좋은 레드 와인. 아직 어린 편임에도 기분 좋은 풍미를 유감없이 발산한다. 그르나슈,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edre) 품종을 블렌딩하며 2-3년 사용한 알리에 산 225리터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한다.

 

Arc du Rhone, Chateauneuf du Pape 2014 
커런트, 레드 체리 아로마에 은근한 미네랄, 토스티 오크 뉘앙스. 정향과 시나몬 등 스위트 스파이스와 감초 같은 약재 풍미가 가볍게 드러나며 과일 풍미는 아직 닫힌 느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지공다스에 비해 산미가 좀 더 영롱하며 날렵한 구조감이 느껴진다. 그르나슈, 시라, 생소(Cinsault) 품종을 블렌딩하며 2-3년 사용한 알리에산 225리터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한다.

 

윌킨슨 씨는 지공다스가 과일 중심의 이해하기 쉬운 와인이라면 샤토네프 뒤 파프는 토양 뉘앙스가 드러나는 복합적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부티노의 수출 담당자 데이빗 렌티 베로스피(좌), 수석 에듀케이터 나이즐 윌킨슨 마스터 소믈리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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