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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맥주

Oude Geuze Boon a l'Ancienne / 오우드 괴즈 분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5. 29.


2013-2014 양조 시즌에 만들어진 맥주. 만들어진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일반적인 맥주(특히 라거나 호피한 에일)는 신선할 수록 좋겠지만 이 맥주는 예외다.





상미기한(best before)이 자그마치 2035년! 20년 이상 묵힐 수 있는 맥주인 셈이다. 엔간한 화이트 와인은 물론 레드 와인을 능가하는 에이징 포텐셜. 뭔 맥주기에 이런가.





오드 괴즈 분 라 랑시엔느(Oude Geuze Boon a l'Ancienne).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Brussels) 남서부에서만 생산되는 람빅(Lambic)이다. 일단 람빅에 대해 소개하면 그 지역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효모인 브레타노미세스 브뤼셀렌시스(Brettanomyces Bruxullensis, Brettanomyces Lambicus)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개방형 발효조를 사용해 대기중에 부유하는 야생 효모나 박테리아 등을 받아들여 맥주를 발효한다. 브레타노미세스 외에도 시큼한 맛을 내는 젖산균 등 80여 가지의 미생물이 람빅 맥주에 관여하여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잡균이 활발하게 증식하는 여름(6-9월)에는 보통 람빅을 양조하지 않는다. 또한 홉의 방부적 성질만을 활용하고 풍미나 쓴맛은 최소화하기 위해 말린 홉 만을 사용한다. 홉의 신선함을 중요시하는 최근 크래프트비어 씬의 아메리칸 IPA와는 대조적이다.





이 맥주는 람빅 중에서도 괴즈(Geuze). 괴즈는 보통 연식이 다른 2-3가지의 람빅을 블렌딩한 후 병입 2차발효 하여 만든다. 발효가 거의 완료되어 당분이 별로 없는 올드 람빅과 아직 당분이 남아 있는 어린 람빅을 섞어 병입 후 밀봉하면 효모가 남은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발생해 괴즈에 기포가 녹아들게 된다. 괴즈는 대부분의 람빅 양조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크릭(Kriek) 등 과일을 넣어 만든 과일 람빅과 얼음 설탕(candi sugar)을 첨가한 파로(faro) 등도 있다. 설탕이나 쥬스 등을 첨가해 대중적인 스타일로 달게 만들기도 한다.



요 괴즈의 경우 1,2,3년 숙성한 람빅을 블렌딩하여 평균 18개월 숙성된 람빅을 병입하여 2차 발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보당이나 여과, 살균 등은 하지 않는다(unsweetened, unfiltered, unpasteurized). 





Bottle conditioned라는 표현이 바로 병입 2차 발효를 의미한다.




Non Filtree, Non Pasteurisee 또한 비여과, 비살균의 의미. Lambic Moelleux라면 '부드러운(달콤한) 람빅'이라는 의미인데 실제 그리 달지는 않았다. 아마도 soft에 방점을 찍은 표현인 듯.





재료는 정제수, 몰트, 밀, 홉. 알코올 7%. 눕히지 말고 세워서 보관해야 하며 잔은 의외로 텀블러를 추천하고 있다. 적정온도는 섭씨 12도.





이 맥주를 생산하는 분 브루어리(Brouwerij Boon)는 1975년 설립된 양조장으로 람빅 양조에만 집중하고 있다.





Brouwerij Boon, Oude Geuze Boon a l'Ancienne / 오우드 괴즈 분


탁한 오렌지-자몽 컬러에 성글게 형성되는 헤드는 금새 사그러든다. 탄산이 강해 보이지 않는데 역시나 입에서도 마찬가지. 컬러나 기포보다도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은 따를 때 부터 느껴지는 완숙(아니 과숙) 핵과의 시큼한 풍미다. 이 시큼함은 가볍게 감도는 오묘한 농가 힌트와 함께 입으로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곡물의 풍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과실주 같은 느낌. 하지만 시큼하다고는 해도 산미 자체가 그렇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며 단맛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깔끔하며 개운한 스타일의 모나지 않은 괴즈. 물론 라거와 비교하면 안됨;;; 


꿉꿉하거나 꼬릿한 느낌은 기대했던 것 만큼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2038년까지가 상미기한이니 한참 더 묵혔다가 마셨어야 했을까... 이 녀석도 매 년 2병씩 사서 1병은 바로 마시고 나머지 1병은 셀러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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