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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시음회·전시회·세미나

Thorn-Clarke Wine dinner / 쏜 클락 와인 디너 @와인북카페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6. 25.


호주 바로싸의 대표적 와이너리 중 하나인 쏜 클락(Thorn-Clarke).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Jr.)가 '가장 밸류 있는 레드 와인'이라고 극찬했으며 제임스 홀리데이(James Halliday)가 그의 저서 와인 컴패니언(Wine Companion)에서 9년 연속 5스타 와이너리로 선정한 저력있는 와이너리다.



한국에서는 숏파이어 쉬라즈(Shotfire Shiraz)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도 상당히 자주 마셨던 숏파이어 쉬라즈.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호주 쉬라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쏜 클락의 의자맨회장 샘 클락(Sam Clarke) 방한 기념 디너가 논현동 와인북카페에서 열렸다. 샘 클락 씨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인 신사.





쏜 클락 와이너리는 1987년 샘의 아버지 데이빗(David Clarke)이 바로사의 캐비니지 빈야드(Kabininge Vineyard)를 구매하면서 시작됐다. 1870년대부터 바로싸의 금광 개발업자로 유명했던 클락 집안은 금광 개발로 축적한 바로싸 지역 및 토양에 대한 이해를 와인 생산에 활용했다. 또한 샘의 모계인 쏜(Thone)은 1870년대부터 지금까지 6대에 걸쳐 포도를 재배해 온 가문이었다. 현재도 클립톤(Clifton)이라는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1854년 식재한 바로사에서 가장 오래된 쉬라즈 포도밭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쏜-클락은 바로사에 대한 이해가 깊은 두 토박이 집안이 만나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현재도 부모와 아들(Sam), 딸(Nicola)이 함께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으며 바로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족경영 와이너리라고 한다.




쏜 클락 와이너리의 근거지인 바로사의 지형을 한 눈에 보여주는 지도. 바로싸는 남 호주 아들레이드(Adelaide)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으로 뻗은 바로사 산맥(Barossa Ranges)이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바로사 밸리와 이든 밸리의 특징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표. 인접한 와인 생산지이지만 특징은 완연히 다르다. 바로사 산맥 오른 편에 위치한 이든 밸리는 380미터에서 600미터에 이르는 비교적 높은 해발 고도로 서늘하고 일교차가 크다. 천천히 익어 산미가 좋은 포도가 생산된다. 반면 바로사 밸리는 250-370미터 정도의 해발 고도에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일조량 또한 많아 레드 품종 재배에 최적이다. 





바로사 산맥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오른쪽에는 이든 밸리(Eden Valley)가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다. 녹색으로 표시된 곳이 쏜 클락이 보유한 포도밭. 와이너리는 바로사 중심부 밀튼 파크 빈야드(Milton Park Vineyard)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산맥 너머 남쪽엔 쏜 클락 와이너리가 최초로 구매했던 캐비니지 빈야드가 위치한다. 이외에 이든 밸리 남부에 화이트 품종을 재배하는 마운트 크로포트 빈야드(Mount Crawford Vineyard), 바로사 북부에는 쉬라즈를 재배하는 생 키츠(St Kitts Vineyard)를 보유하고 있다.





쏜-클락 와이너리는 좋은 포도가 좋은 와인으로 연결된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바로사의 개성을 드러내는 뛰어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와인을 맛볼 차례. 



우선 밀튼 팍 와인들부터 시작.



Milton Park Chardonnay 2016 South Australia / 밀튼 파크 샤르도네 2016

백도 같은 핵과와 자두 향이 제법 진하게 실려 온다. 잘 익은 멜론의 달콤한 풍미와 신선한 그린 애플의 풋풋한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도 흥미롭다. 편안하고 적당한 산미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수확 후 빠른 압착과 신속한 발효를 통해 신선함을 유지했다. 편안하게 빨리 마실 수 있는 와인이지만 숙성되면 토스티 & 꿀 뉘앙스가 드러난다고. 샤르도네 95%에 리슬링(Riesling)이 5% 정도 블렌딩되었다. (Sauvignon도 미세하게 첨가된 듯)





Milton Park Shiraz 2015 South Australia / 밀튼 파크 쉬라즈 2016

진득한 라즈베리 잼 뉘앙스에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등 캔디드된 검붉은 베리 풍미가 드러난다. 흑연과 그린 허브, 매콤한 스파이스 힌트에 철분 뉘앙스. 미디엄 정도의 바디에 두껍지 않은 캐주얼한 스타일로 달콤한 뉘앙스 덕분에 초심자의 경우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을 듯 하다. 함께 참석한 지인이 '딸기잼 끓일 때의 달콤한 향기'라고 표현했는데 동의한다. 바로 마시기에 적합하다. 쁘띠 베르도(Petit Verdot)를 2% 정도 블렌딩.


밀튼 팍 샤르도네와 쉬라즈는 2002년 쏜 클락의 품질과 함께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남호주의 믿을만한 지인들로부터 포도를 구매하여 양조한다. (나머지 쏜 클락 이름이 붙은 와인들은 모두 자가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 레이블에 새를 사용하고 싶어서 와이너리 근처에 서식하면서 포도는 먹지 않고 해충만 잡아 먹는 새를 활용했는데 새의 이름은 정확히 모른다고... 불쌍한 새ㅎㅎㅎ 




Thorn-Clarke, Mount Crawford Chardonnay 2016 Eden Valley / 쏜 클락 마운트 크로포드 샤르도네 2016 이든 밸리

삼나무, 군밤, 구운 빵 등 토스티한 오크 뉘앙스. 입에 넣으면 완숙 핵과와 열대과일 풍미에 시트러스 산미가 날카롭게 살아있다. 미디엄풀 바디에 훌륭한 구조감, 아름다운 밸런스.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한 샤르도네의 느낌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어리지만 지금 바로 맛있게 마실 수 있고 몇 년의 숙성 이후도 기대되는 와인이다. 처음 접해 보는 쏜 클락의 화이트 와인인데 이날의 와인 중 가장 취향 저격.


이든 밸리(Eden Valley) 중에서도 고도가 높은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라고. 쏜 클락 유일의 싱글빈야드 시리즈로 숙성에 뉴 프렌치 오크(20%)을 사용하고 리 스티어링(Pigeage)를 진행했다. 구세계적 느낌이 강한 샤르도네로 알코올도 12.5% 정도로 다소 낮은 편. 쌤 클락 씨는 에이징 포텐셜을 묻는 질문에 3-5년 정도라고 대답했는데, 신선한 맛과 빠른 소비를 강조한 겸손한 발언인 것 같다. 내 생각엔 추천보다 조금 더 묵혀도 피크를 지나진 않을 것 같다. 리슬링으로 유명한 이든 밸리답게 리슬링을 미세하게 블렌딩했다. (그런데 이런 미세 블렌딩에 재미를 붙인 듯 이날 시음한 모든 와인에 약간의 다른 품종들이 블렌딩되어 있다. 복합적이고 미묘한 뉘앙스를 위해서인 듯.) 




Thorn-Clarke, Terra Barossa Shiraz 2015 / 쏜 클락 테라 바로사 쉬라즈 2015

풋풋한 그린 허브 아로마가 스친 후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랙 체리, 흑연 등 검은 뉘앙스의 향기들이 두텁게 피어난다. 가볍게 토핑되는 후추와 알싸한 스윗 스파이스. 입에서도 진한 검은 과일 풍미가 이어지며 감초, 태운 설탕이나 진득한 캬라멜 힌트가 더해진다. 지향점이 명확한, 전형적인 미디엄풀 바디의 바로사 쉬라즈.




Thorn-Clarke, Shotfire Quartage 2013 Barossa /  쏜 클락 숏파이어 쿼티지 2013

농익은 자두, 블랙 커런트, 블랙배리, 블루베리 등 농밀한 검붉은 과일의 발사믹한 풍미. 둥글고 풍만한 질감에 드라이하지만 진하고 달콤한 과일 풍미가 긴 여운을 선사한다. 쫀쫀하고 입안 전체를 코팅하는 탄닌, 흑연 뉘앙스와 후추 등 검고 톡 쏘는 스파이스. 음식과 함께 마시면 붉은 베리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미디엄풀 바디에 비교적 밸런스가 좋은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 와인.

보르도를 의식하며 숙성 잠재력에 신경을 쓴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35%,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25%,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22%, 메를로(Merlot) 18% 블렌딩했다. 카베르네 프랑과 쁘띠베르도의 비율이 20%가 넘는 것이 특이하다. 숏파이어는 쿼티지 외에도 쉬라즈(Shiraz), 카베르네-쉬라즈(Cabernet-Shiraz) 등 세 가지 제품이 있다. 특히 숏파이어 쉬라즈는 몇 년 전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녀석으로 호주 쉬라즈 스타일을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must-have item.



그리고 특별한 주정강화 와인이 대미를 장식했다.



Thorn-Clarke, 18 Year Old Rare Tawny South Australia / 쏜 클락 18년 숙성 레어 토니 
국제 와인규정에 의해 '포트'라고 표시할 수 없는 토니 포트 스타일 주정 강화 와인. 호주 와인 초기에는 이런 주정강화 스타일의 와인을 많이 양조했었다. 특유의 에스테르와 너티/산화 뉘앙스가 아직도 잘 살아있는 붉은 과일 아로마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토피/스카치 캔디 같은 버터리한 단 맛에 과일 풍미 또한 중심을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20년 숙성 토니가 과일과 숙성 뉘앙스의 밸런스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와인 또한 그 경계에 있다. 알콜이 사알짝 강하게 드러나는 느낌인데 그래서 좋아하시는 분도, 조금 아쉬운 분도 있을 듯. 어쨌거나 식사의 마무리로 제격. 연간 1,200병 정도 생산한다. 보틀 쉐입이 일반적인 토니 포트 보다는 아이스와인 등에 가깝고 용량이 500ml인 것도 특이한 점. 



원래 초기 호주 와인은 영국 등 과거 '본토'로의 수출 중 와인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정 강화 위주로  발달했다. 이런 와인들은 그 때의 역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요 와인처럼 품질이 좋은 경우도 많고. 디너의 마지막으로 안성마춤. 사과/배 콤포트 등 익힌 과일이나 말린 과일,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어도 좋을 듯.




그리고 언제나처럼 훌륭했던 와인북카페의 음식들.



버팔로 모짜렐라를 곁들인 싱싱한 토마토 냉 주빠(Zuppa fredda ai Pomodorini freschi). 처음 입에 넣었을 때 시원함과 오묘한 신맛에 깜짝 놀랐는데 먹을 수록 좋다. 본격 드링킹 사전 해장용으로 좋을 듯.





제노바식 바질페스토와 감자로 소를 채운 또르뗄리(Tortelli di Patate con Pesto alla Genovese). 비주얼부터 앙증맞고 귀여운 것이 매력 만점♡





참치, 빵가루로 소를 채운 피에몬떼식 미니 파프리카 그라탕(Peperoni  ripieni alla Piemontese al Grantin). 와인북카페의 스테디 셀러. 언제 먹어도 참 좋다. 





베이컨, 블랙올리브 라구 소스의 타야린(Tajarin al Ragu d'Olive nere e Bacon). 짭짜름하니 입맛을 살려 준다. 진한 호주 쉬라즈 와인에도 밀리지 않고 용쟁호투.





한우 채끝 스테이크(Bistecca di sotto filetto di Hanwoo[manzo]). 잘익은 과일 풍미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에 어울리는 메인.





토니 포트로 만든 자바이오네를 곁들인 생우유 젤라또(Fior di Latte con Zabaione allo Porto). 마지막 와인(토니)를 염두에 둔 훌륭한 페어링. 






시종 일관 유쾌했던 샘 클락 회장님 덕분에 즐거웠던 디너였음. 끝나고 소맥체험(?!)은 잘 하셨으려나ㅋㅋㅋㅋ






20170613 @ 와인북카페(논현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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