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쇠고기를 굵음 소금과 후추 설설 뿌려서 더욱 예쁘게.
버터 한 조각 얹어서 프라이팬에 태닝.
그리고 와인 한 잔. 소스를 곁들이지 않은 쇠고기 구이와 매칭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품종, 산지오베제(Sangiovese)로 준비했다.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제법 드러나는 탄닌과 생생한 산미로 좋은 구조를 형성하는 산지오베제는 쇠고기의 맛을 누르지 않고 잘 살려주면서도 단단한 육질과 잘 어울리며 특유의 지방 풍미로 인한 부담감도 줄여 준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레이블. 어느 것이 생산자고 어느 것이 와인 이름인가-_-
맨 위의 이 페라찌(I Perazzi)가 와인 이름, 중간의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는 DOCG명, 맨 아래 라 모짜(La Mozza)가 와이너리 이름이다. 라 모짜 와이너리의 설립자는 조 바스티아니치(Joe Bastianich).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이탈리아 와인가이드(Vino italiano : the regional wines of Italy)>의 저자다. 조 바스티아니치는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Friuli-Venezia Giulia) 지역에 바스티아니치(Basticnich)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날씨가 더워 냉장고에 넣어놓았는데 살짝 오버칠링되었다. 고기를 굽기 전 미리 글라스에 따라서 온도를 올렸음. 2012면 딱 마시기 좋을 상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컬러가 조금 과숙된 뉘앙스라 살짝 두려웠다. 레이블의 프레임 가운데 그려진 과일은 라 모짜 농장에서 재배하는 서양배와 비슷한 과일이라고. 와인 이름인 '이 페라찌'를 이 과일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사용한 품종은 85% 모렐리노(Morellino, 산지오베제의 지역 명칭), 시라(Syrah) 5%, 알리칸테(Alicante) 5%, 콜로리노(Colorino) 2%, 칠리에졸로(Ciliegiolo) 3%. 일반적인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와인보다 긴 마세라시옹 기간(15-20일)을 거쳐 30%의 와인만 재사용 프렌치 오크에 6개월 숙성했다.
La Mozza(Bastianich) I Perazzi Morellino di Scansano 2012 / 라 모짜(바스티아니치) 이 페라찌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 2012
가넷 빛 감돌기 시작하는 약간은 탁하고 옅은 루비 컬러. 코를 대면 시나몬과 말린 무화과, 감초 향이 들큰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물씬 풍기는 검은 체리, 검붉은 베리 풍미. 미디엄 정도의 바디에 쥬시한 질감, 그리고 특징적인 완숙 과일의 달콤한 뉘앙스. 산미는 낮은 편이며 탄닌 또한 매우 둥글게 다듬어져 있다. 마른 허브와 부엽토 힌트 등 약간의 숙성 뉘앙스가 드러난다.
생각했던 것 처럼 마시기는 딱 좋은 상태. 하지만 기대했던 스타일은 아니다. 붉은 과일이 도드라지고 탄닌은 살짝 거친 듯 풍성하며 산미가 살아있는 와인을 원했던 것인데... 하지만 쇠고기 구이와 다른 방향으로 제법 잘 어울렸다. 마치 발사믹 소스를 곁들이는 느낌이랄까. 기본적으로는 피자나 햄버거, 핫도그 등 달콤한 소스와 다양한 재료를 왕창 때려 넣은 미국식 정크와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와는 거리가 있는 개성적인 스타일일 듯.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의 와인이 다른 산지오베제 베이스 와인들에 비해 산미가 낮고 좀 더 완숙한 과일 풍미를 드러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와인은 좀 많이 다르다. 찾아보니 예전 시음기에서도 풍미의 경향성에 대해서는 비슷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군;;; 영할 때는 초콜릿과 모카 같은 뉘앙스를 풍겼던 듯 싶다.
어쨌거나 할인 행사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다시 보이면 또 구매할 예정. 가격 대비 품질도 매우 좋고, 무엇보다 집에서 반주용으로 쉽게 오픈할 만한 스타일이니.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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