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춘장을 사며 바이주도 한 병.
춘장은 아빠표 간짜장으로 장렬히 산화하시고,
나는 고량주 한 잔 곁들여서. 처음 마셔 보는 바이주는 언제나처럼 리델 비늄 스피릿 글라스로.
노주노교 이곡(루저우 라오지아오 얼취) / 瀘州老窖 二曲酒(LUZHOU LAOJIAO ERQU JIU)
따르기 전, 아니 뚜껑을 열기 전부터 달콤한 열대과일 같은 농향형 바이주 특유의 향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잔에 따르니 확연한 파인애플 향. 심지어 아이가 '파인애플 향이 강하게 난다'고 얘기할 정도다. 코를 대면 알콜 느낌이 살짝 올라오지만 도수에 비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 입에 넣어도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물론 목넘김 후 가볍게 타는 느낌은 있음). 확실히 고급 바이주에 비해 풍미의 밀도가 낮은 편이며 단순하고 알싸하다. 깔끔함이 좀 아쉽고 다소 들뜨는 느낌도 있지만 6천원대 백주 치고는 마실만 하다. 꽐라 후에 마시면 수정방 부럽지 않을 것 같다ㅋㅋㅋ
For Overseas Market인데 왜 안내사항은 다 한자, 그것도 간체자로 써 있는 것이냐;;;; ...바이주를 마시려면 중국어를 배우라는 대인의 풍모? ㅎㄷㄷㄷㄷ 게다가 아래 QR코드를 찍어보니 '웹페이지를 사용할 수 없음'이 똭!
어쨌거나 요 녀석은 농향형 백주(浓香型 白酒). 알코올은 38%. 원재료는 정제수, 고량, 그리고 밀(소맥). 생산지는 사천성노주(四川泸州).
노주노교는 1952년부터 1989년까지 딱 다섯 차례만 열린 전국 평주회에서 마오타이, 분주 등과 함께 5번 모두 명주의 반열에 오른 노주노교 특곡(瀘州老窖特曲)를 만드는 곳이다. 지난 번 상해 출장 때 마트/백화점 등의 주류코너를 둘러보니 유명한 바이주들 중에는 (하위 레벨을 포함한) 마오타이 시리즈, 몽지람/천지람/해지람 시리즈와 함께 가장 많이 보이던 바이주가 바로 노주노교 시리즈였다.
노주노교에서 노교(老窖)는 '오래된 구덩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구덩이는 백주를 숙성하는 저장소를 의미한다. 실제로 노주노교는 1996년 중국국무원으로부터 가장 오래된 발효지(中國第1窖)로 공식 인정을 받았는데, 명나라 시절인 1573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 노주노교의 최상급 백주는 전국평주회 수상작인 노주노교특곡이 아니라 이를 기념해서 생산한 국교(國窖) 1573이라고.
참고로 이곡(二曲)은 양조할 때 사용한 누룩과 저장기간에 따른 표기다. 곡(曲)은 '누룩 국(麴)'자를 간체로 쓴 것. 일반적으로 바이주를 양조할 때는 밀, 보리, 콩 등 곡물을 갈아 벽돌 크기로 만든 후 자연적으로 미생물을 배양해 만든 대곡(大曲)을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밀기울에 누룩을 인공적으로 배양해 만드는 부곡(麸曲)으로 빚는 백주가 전체 백주의 70% 이상이다. 부곡은 대곡에 비해 재료비도 적게 들고 만들기도 쉽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로 보급형 바이주 생산에 활용되는데 이 방법을 1950년대에 처음 고안한 곳이 바로 최근 '연태고량주(사실은 엔타이구냥[烟台古酿])'를 만드는 산동연태양조유한공사(山东烟台酿酒有限公司)다. 어쨌거나, 이렇게 부곡으로 만든 바이주는 다시 두곡(头曲), 이곡(二曲), 삼곡(三曲) 등으로 구분하는데 두곡은 증류 후 1년, 이곡은 6개월 숙성한 후 출시한다. (그럼 삼곡은 3개월??) 이곡주는 대표적인 보급형 중에서도 서민주인 셈. 노주노교 이곡주는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맛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희석식 소주 3-4병 먹느니 요거 한 병 먹는 쪽을 택하겠음. 어짜피 알코올 양도 비슷하구만.
대곡주는 당연히 대곡을 이용해 만든 술이고 특곡(特曲)은 대곡 중에 특히 좋은 술을 일컫는다. 대곡주 부터는 프리미엄 레인지로 들어갈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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