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이 강렬히 땡기는 금요일 저녁. 지난 주에 이마트에서 사 두었던 와인을 열었다.
이마트 창립 25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빅 세일 행사인 '블랙이오'용 리미티드 에디션 와인.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자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의 서브 와이너리 중 하나인 코노 수르(Cono Sur)의 싱글 빈야드 시리즈다.
원래는 이런 레이블이었는데, 블랙 이오 컨셉에 맞게 레이블만 블랙으로 바꿨다. 일반적으로 이런 행사용으로는 가성비를 생각해서 별도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는 원래 존재하는 와인의 레이블만 바꾼 것이라고 한다. 평상시에 팔리던 가격은 3만원대 중반인데, 이번 행사에서는 19,8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건 얼른 마셔야 한다. 나는야 데일리 와인 드링커이니까.
블록 이름인 라 팔마(La Palma)는 레이블에 추가된 'Limited Edition'이라는 문구에 밀려 백레이블에 자리잡았다. 그렇다. 블록명까지도 정확히 일치하는 동일한 와인 맞다.
싱글 빈야드 시리즈는 떼루아에 맞는 포도를 식재해 고도, 토양, 기후를 담으려는 시도라고 한다. 물론 이 '빈야드'의 개념이나 사이즈는 유럽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최근 칠레를 비롯한 남미의 떼루아에 대한 관심은 어떤 식으로든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듯.
Cono Sur, Single Vineyard Limited Edition No. 25 Syrah 2017 Valle de San Antonio
코노 수르 싱글 빈야드 리미티드 에디션 넘버 25 시라 2017 발레 드 산 안토니오
보라빛이 제법 짙게 감도는 루비 컬러. 향긋한 오크 뉘앙스가 가볍게 스친 후 붉은 꽃과 바이올렛, 풋풋한 허브, 라즈베리 등 레드 베리, 그리고 특징적인 후추 향이 풍부하게 피어난다. 입에서는 붉은 베리 풍미가 드러나나 싶더니 본격적으로는 블루베리와 블랙베리, 프룬 같은 검은 과일이 주도한다. 거기에 더해지는 장작같은 스파이시한 나무 뉘앙스, 그리고 초컬릿 피니시. 잔에 레그가 길게 형성되는 것이 제법 높은 도수인 듯 한데(14.5%) 질감이 좋고 밸런스가 훌륭해 술술 넘어간다. 중간에 정신 안 차렸다면 한 병 다 마실 뻔. 온도를 살짝 낮춰서 마시니 토스티 힌트와 검은 베리 풍미, 탄닌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온도가 살짝 낮은 상태에도 여전히 만족스럽다.
요건 행사 끝나기 전 몇 병 사 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데일리로서는 최적의 가격, 극강의 품질이다. 게다가 엔간한 육류 베이스의 음식이나 치즈 등과 전반적으로 찰떡궁합일 듯. 프렌치 오크에서 15개월 숙성 후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1개월을 추가로 안정했다.
고기는 거들 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