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과의 송년회에 들고갔다가 깜놀해서 다시 쳐다본 게불. 13년 묵은 게불이 날 놀라게 할 줄이야.
Reichsrat von Buhl, Rupppertsberger Gewurztraminer Spatlese 2005 Pfalz
라이히스랏 폰 불 루퍼츠베르거 게뷔르츠트라미너 스패트레제 2005 팔츠
바래가는 옅은 옐로 컬러에서 처음엔 조청이나 몇 년 묵은 과일청 같은 은근한 단향이 뛰쳐나온다. 잔을 슬슬 돌려보니 자두사탕이나 잘 익은 리찌, 백도 깡통, 그 옛날 잉어사탕 뽑던 기억까지 떠오르는데 중요한 점은 인공적이거나 과한 들큰함은 모두 배제되었다는 것. 은은하게 드러나는 단맛은 사그러질 듯 말 듯한 과일 풍미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진저 같은 스윗 스파이스와 화-한 힌트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산미는 게부르츠트라미너 답게 잔잔하며 미디엄+ 정도의 바디 또한 편안하다. 말린 국화나 카모마일 같은 은은한 뉘앙스가 감도는 것이 특유의 화사함은 사라졌으되 편안함은 남았다.
묵은 게불도 괜찮구나... 음식과의 궁합이 좋았던 것도 한 몫 했고, 생산자와 지역의 힘인 것 같기도 하고. 게부르츠트라미너는 종종 빨리 마셔야 하는 품종으로 언급되지만, 이정도라면 10년 정도는 묵혀볼 만 한 듯 싶다. 하긴, 나 스위트 비오니에도 한 병 묵히고 있...
라이히스랏 폰 불은 1849년 팔츠에 설립된 와이너리로, 비스마르크와 멘델스존의 사랑을 받았을 정도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VDP(독일우수와인생산자협회)멤버이며, 65ha 포도밭에서 리슬링(87%)과 스패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쇼이레베(Scheurebe) 등을 재배한다. 요 와인이 생산된 루퍼츠베르그(Rupppertsberg)는 그로스라게(Grosse Lage)로 석회질을 중심으로 다양한 토양이 믹스되어 있다. 아침과 저녁으로 충분한 햇살을 받는 남향의 비교적 평평한 포도밭으로, 팔츠에서 가장 따뜻한 포도밭 중 하나라고. 그런데 현재는 주로 리슬링을 재배하는 것으로 소개되고, 와이너리 사이트 에도 게뷔르츠트라미너에 대한 언급은 없는 걸로 봐서 현재는 게불을 뽑아내로 리슬링 등 다른 품종을 식재한 듯 싶다. 그렇다면, 이제 이 와인은 다시 못 만나는 것인가...ㅠㅠ 아쉽네.
20191226 @ 천미미(신사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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