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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스파클링부터 화이트까지, 보졸레(Beaujolais) 몰아마시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8. 11.

 

보졸레(Beaujolais)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로 꼽히는 장 폴 브륀(Jean-Paul Brun)의 와인들.

 

 

장 폴 브륀은1974년 보졸레 남부의 샤르네(Charnay) 주변 4ha의 포도밭으로 테레 도레(Terres Dorees)를 시작했다. 유명한 보졸레의 10 크뤼들은 주로 화강암(granite) 기반의 토양임에 비해, 보졸레/보졸레 빌라주 중심의 남부는 석회석(limestone) 중심이다. 테레 도레는 골든 랜드(Golden Lands)라는 의미인데, 도멘 주변 석회질 토양의 빛깔에서 따온 이름이다. 최근 샤르네의 포도밭은 12ha까지 확장되었고, 크뤼 포도밭도 15ha 확보했다. 샤르네의 포도밭은 유기농으로, 크뤼 포도밭은 지속가능한(sustainable) 농법으로 관리한다. 완숙하되 과숙하지 않은 수준의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여 양조한다. 

 

보졸레에서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보당(chaptalisation)과 탄산침용(carbonic maceration)을 하지 않으며, 전통적인 부르고뉴 양조 방식을 선호한다. 그는 다양한 테루아와 가메 품종의 특성이 줄기채 발효하는 방식(whole-bunch fermentation)과 배양된 이스트(commercial yeasts), 황(sulfur) 첨가로 인해 모호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이스트 첨가 없이 발효해 몇 주 동안의 긴 침용을 거쳐 양조한다. 주기적으로 피자주(pigeage)를 진행하고 빈티지 특성에 따라 콘크리트와 오래된 오크통을 적절히 조합하여 숙성하며, 이산화황은 병입 시 소량을 첨가할 뿐 양조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장 폴 브륀은 내추럴 와인 신봉자는 아니지만 포도와 포도밭의 개성을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어한다. 이런 그의 마음은 와인마다 각기 다른 레이블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고. 와인에 대한 평론가 및 와인 매체의 평가도 상당히 후한 편이다.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디캔터(Decanter)>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등 미국과 유럽을 총 망라한 전문가들이 장 폴 브륀의 와인에 고르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흔히 보던 보졸레의 레드 와인, 그러니까 가메(Gamay) 품종으로 만든 보졸레 루즈와 크뤼급인 모르공(Morgon) 말고도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Cremant)과 화이트인 샤르도네(Chardonnay)도 있다.

 

 

 

특히 보졸레에서 만든 샤르도네는 처음 본다. 크레망은 보졸레에서 만들어졌어도 '크레망 드 부르고뉴(Cremant de Bourgogne) AOC'인데, 이 녀석은 AOC까지 '보졸레 블랑(Beaujolais Blanc)'이다. 사실 장 폴 브륀의 와인들을 구매하게 된 이유가 이 보졸레 화이트가 너무 궁금해서... 사는 김에 다른 와인들도 같이 산 거랄까.

 

<부르고뉴 와인>에 의하면 보졸레 블랑 혹은 보졸레 빌라주 블랑(Beaujolais-Villages Blanc)의 생산량은 1999-2002년 평균 3천 hl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동 기간 보졸레/보졸레 빌라주 루즈는 35만 hl 수준) 그만큼 희소한 와인이라는 이야기. 샤르도네 외에 알리고떼(Aligote)도 사용할 수 있는데, 2024년 이후에는 알리고떼 사용이 금지된다고 한다.

 

 

 

그리고 장 폴 브륀의 와인들 사이에 슬쩍 끼어든 이 녀석. 부르고뉴의 유명한 모노뽈 그랑 크뤼 클로 드 타(Clos de Tart)를 소유했던 것으로 유명한 몽메상(Mommessin)의 꼬뜨 뒤 피(Cote du Py)다. (클로 드 타는 2017년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를 소유한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에게 매각되었지만...)

 

몽메상은 1865년 부르고뉴 남부에 설립된 도멘 겸 네고시앙으로 보졸레를 비롯해 부르고뉴, 론 지역까지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만드는 영향력있는 생산자다. 현재 본사는 보졸레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양질의 보졸레 와인 생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모르공은 물랭 아 방(Moulin-A-Vent)과 함께 보졸레 10개 크뤼 중에서도 특히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꼽힌다. 특히 모르공 마을(Ville-Morgon) 바로 아래 언덕에 위치한 꼬뜨 뒤 피(Cote du Py)는 자타공인 모르공 최고의 포도밭이다. 편암과 변성암으로 구성된 경사면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고 엄격한 느낌의 와인이 된다고. 잘 숙성된 모르공은 왠만한 피노 누아 이상의 퍼포먼스를 낸다고 한다.  

 

 

 

모르공, 그 중에서도 같은 꼬뜨 뒤 피 구획이길래 비교해 볼 겸 선택해 봤다. 보졸레를 대표하는 두 생산자를 비교하며 마셔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빈티지까지 같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모메상이 2016빈티지로 한 해 빠르다.

 

 

 

Mommessin, Morgon Cote du Py 2016 / 모메상 모르공 꼬뜨 뒤 피 2016 

 

영롱한 루비 레드 컬러. 붉은 꽃과 체리,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잘 익은 붉은 과일 아로마에 스윗 스파이스와 칡, 인삼 같은 뉘앙스가 더해진다. 입에서는 붉은 베리와 붉은 자두 풍미에 아이스티 혹은 탄산 음료 같은 달싹한 느낌이 더해지는데, 실제로 단맛이 있지는 않고 개운하게 넘어간다. 산미, 타닌, 알코올의 밸런스가 좋고 가볍고 신선한 인상이지만 복합적인 풍미의 뉘앙스가 인상적인 와인. 

 

90% 가지를 제거한 가메를 장기간 침용하여 12개월간 오크 배럴에서 숙성했다. 연도마다 침용 기간은 달라지는 듯 한데 콘크리트 배트를 사용하는 듯 하다. 2014년 빈티지를 보니 보통 피자주와 르몽타주(remontage)를 진행하는 듯.

 

 

 

Jean-Paul Brun, Morgon Cote du Py - Javenieres 2017 / 장 폴 브륀 모르공 꼬뜨 뒤 피 자브니에르 2017 

 

제법 짙은 검은 루비 레드 컬러.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라즈베리 등 검붉은 베리 아로마에 시나몬 힌트가 더해진다. 입에서는 완숙한 과일의 풍미와 함께 쫀쫀한 타닌과 적절한 산미, 제법 높은 알코올(14%)가 형성하는 단단한 구조감이 느껴진다. 미디엄풀 바디에 시라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스파이시함과 허브 뉘앙스. 아직 많이 어린 느낌이라 4-5년은 지나서 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모르공, 특히 꼬뜨 뒤 피의 숙성 잠재력을 제대로 표현한 와인. 요건 재구매 의사 100%다.

 

백레이블을 구글 번역으로 돌려 보니 양조와 보관에 대한 조언 외에 '디캔팅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위에서 소개한 전통 부르고뉴 방식으로 양조했으며, 숙성은 시멘트 뱃에서 진행한 듯. 

 

 

그리고 나머지 장 폴 브륀의 와인들.

 

 

Jean-Paul Brun, "Charme" Cremant de Bourgogne Extra Brut Blanc de Blancs NV

샤름 드 장 폴 브륀 크레망 드 부르고뉴 익스트라 브뤼 블랑 드 블랑 NV 

 

페일 옐로 컬러에 버블은 조금 거칠고 금방 사라지는 편이라 아쉬웠다. 무른 듯 푹 익은 자두 과육과 살구 등의 핵과, 서양배 등 완숙 과일의 풍미에 적절하게 감도는 이스티 뉘앙스. 과일의 들큰한 향이 얼마나 강렬한지 이 와인이 익스트라 브뤼라는 사실을 가려 버릴 정도였다.  입에서는 크리미한 인상에 산미는 도드라지지 않지만 제법 있다. 향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입에서는 과일 풍미의 코어가 좀 약하다는 인상이었고 워터리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좀 아쉬웠던 크레망. 가격을 생각하면 쉽게 손이 갈 것 같지는 않다.

 

모래가 섞인 점토-석회질(sandy clay-limestone) 토양에 식재한 샤르도네 100%를 샴페인 방식으로 양조한 블랑 드 블랑. 병입 숙성기간은 어떤 사이트는 18개월, 다른 곳은 3년 등 제각각으로 소개하고 있어 정확하지 않다. 마셔 본 입장에서는 18개월이 맞지 않나 싶은데.

 

 

Jean-Paul Brun, Terres Dorees Chardonnay Classic Beaujolais 2017

장 폴 브륀 테레스 도레스 샤르도네 클래식 보졸레 2017 

 

스모키한 미네랄과 사과, 핵과, 모과 아로마. 입에 넣으면 자두 캔디, 완숙한 노란 과일, 열대 과일 풍미에 바닐라 힌트 등 달콤함이 뿜뿜이다. 심지어 함께 마신 지인은 미국 샤르도네 같다고 했으니까. 미디엄풀 바디에 적절한 산미 그리고 쌉쌀한 여운이 와인이 그저 들큰하게만 기억되는 것을 막아준다. 희소한 만큼 한 번쯤 마셔 볼 만한 와인이다.

 

모래가 섞인 점토-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로 양조했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발효 후 버건디 배럴(5% new)에서 정기적으로 lee stirring을 진행하며 1년간 숙성. 

 

 

Jean-Paul Brun, Terres Dorees L'Ancien Beaujolais 2017 / 장 폴 브륀 테레스 도레스 랑시엉 보졸레 2017 

 

검은빛 감도는 밝은 루비 레드 컬러. 플로럴한 아로마에 스모키 미네랄이 살짝 섞여 있다. 붉은 자두 껍질, 검붉은 베리와 체리 등 붉지만 스파이시한 여운의 과일 풍미. 보졸레 답게 가볍고 신선한 인상의 미디엄(라이트) 바디 와인이며, 특유의 풍선껌 같은 향이 없고 지나치게 들뜨지 않아 마음에 든다.  

 

랑시엉은 오래된 것(The Old)이라는 뜻. 그 말 대로 모래가 섞인 점토-석회질 토양에 식재된 40-60년 수령의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했다. 콘트리트 뱃에서 발효 및 숙성.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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