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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샤푸티에(M. Chapoutier)의 손길이 닿은 와인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8. 11.

 

M. 샤푸티에(M. Chapoutier)는 E.기갈(E. Guigal)과 함께 론 밸리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생산자. 둘 다 매우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며 프리미엄 와인은 물론 엔트리급 와인도 아주 잘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최고. 1808년 시작된 와이너리에 1897년 샤푸티에 가문이 참여했고, 1989년 현재의 미셀 샤푸티에(Michel Chapoutier)가 가업을 이으면서 그야말로 '품질 및 와인 생산 철학의 급격한 수직 상승'이 일어났다. 그의 와인들은 로버트 파커, 와인 스펙테이터 90점 이상의 단골 손님이고, 100점 만점을 받은 와인도 수십 가지에 달한다. 1990년대부터 보유한 모든 포도밭에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했다.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으며, 세계 최초로 레이블에 맹인을 위한 점자를 적용했다.

 

 

 

에르미타주의 거인, 엠 샤푸티에(M. Chapoutier)

북부 론(Northern Rhone)의 남단 땡-에르미타쥬(Tain-Hermitage) 마을의 기차역 뒤로 솟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론 밸리의 풍경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굽이쳐 흐르는 강 줄기 사이로 깎아지른 경사지에는 포도나무들이 위태롭게 심어져 있고, 그 아래 형성된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지만 그 강렬했던 풍광은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다.

www.wine21.com

2012년 탱 에르미타주(Tain-Hermitage)에 위치한 엠 샤푸티에를 방문했을 때 쓴 아티클. 이때 로버트 파커 100점을 받은 르 파비용 에르미타주 2009(LE PAVILLON Ermitage  Rouge 2009)도 시음했었다. 그리고 98-100점을 받은던 드 로레 에르미타주 2009(DE L’OREE Ermitage Blanc 2009)를 구매해서 지금 셀러 안에 들어있고.

 

 

 

오늘의 두 와인은 바로 그 샤푸티에의 손길과 입김이 닿은 와인들. 

 

 

 

첫 번째는 샤푸티에가 호주에 진출해 만드는 와인이다. 북부 론을 대표하는 품종인 시라는 남반구인 호주로 건너가 쉬라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개성을 꽃피웠다. 샤푸티에는 충만한 도전정신으로 1997년 호주 빅토리아(Victoria) 지역의 포도밭을 매입했으며, 오늘 소개하는 세이즈 플랫 빈야드(Shays Flat Vineyard) 등을 기반으로 도멘 투르농(Domaine Tournon)을 설립했다.

 

 

세이즈 플랫 빈야드는 10 ha 크기로,  해발 350m 동향 언덕에 위치한 반원형극장 형태의 포도밭이다. 붉은 빛의 토질은 편암(schist), 석영(quartz), 점토질(rich clay)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배수가 용이하면서도 적당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고, 과일이 잘 익기 위한 충분한 열과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 포도가 과숙하지 않고 정확히 완숙한 시기를 확인하여 서늘한 밤에 수확한다.

 

수확한 포도는 줄기를 제거해 콘크리트  혹은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3-5주간 길게 침용(maceration)을 거친다. 섬세하고 고운 타닌을 추출하기 위해 젠틀 워크(gentle work)를 한다는데, 펀칭 다운과 펌핑 오버를 함께 사용하는 듯.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하며, 일부는 과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한 후 블렌딩한다.

 

 

 

두 번째 와인은 미셀 샤푸티에가 야닉 알레노(Yannick Alleno)와 함께 만드는 와인. 야닉 알레노는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유명 프렌치 쉐프.  롯데 시그니엘 서울의 1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도 그의 이름을 걸고 있다. 미셀 샤푸티에와 야닉 알레노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뜻이 통했다고 하는데, 의기투합한 그들은 2010년 투르농(Tournon) 지역에서 재배한 시라로 첫 와인을 출시했다. 이후 생 조셉(Saint Joseph)과 크로즈 에르미타주(Crozes-Hermitage)를 중심으로 파인 다이닝(haute gastronomie)를 위한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다. 

 

이 크로즈 에르미타주는 빙하로 인해 퇴적된 자갈 섞인 충적토양이 덮인 높은 테라스에서 재배한 시라로 양조하며, 큰 오크통에서 12-15개월 정도 숙성 후 출시한다. 

 

 

그러고 보니 투르농(Tournon)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그렇다. 호주에 설립한 도멘 투르농(Domaine Tournon)의 이름은 이 북부 론의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 론 강을 사이에 두고 탱 에르미타주 바로 건너편이 바로 투르농-쉬르-론(Tournon Sur-Rhone)이다.

 

 

야닉 알레노 셰프는 이 와인의 푸드 페어링으로 송아지 고기(Veal chops)를 제안한다. 한번 시도해 보시라...^^;;

 

 

Veal chop

Veal chop Foyot SERVES 4 PEOPLE CHOPS 2 double veal chops (½ per person), 5 cl groundnut oil, 10 g butter, 1 garlic clove, 1 sprig thyme LE GRATIN 100 g marrow, 100 g grated hard cheese, 100 g breadcrumbs, 1 carrot, 1 celery stalk FRENCH FRIES AND ONIONS 1

www.alleno-chapoutier.com

 

 

Tournon(M. Chapoutier), Pyrenees Shiraz Shays Flat Vineyard 2013 Victoria

투르농(M. 샤푸티에) 피레네 쉬라즈 셰이즈 플랫 빈야드 2013 빅토리아

 

바닥이 거의 투영되지 않을 정도로 진한 검붉은색.  시원한 유칼립투스, 청량한 삼나무 아로마에 매콤한 스파이스와 흑연 힌트가 살짝 더해졌다.  프룬,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 잘 익은 검은 과일의 풍미가 매끈한 질감을 타고 전해지며, 진한 다크 초컬릿 뉘앙스가 피니시에 남는다. 14.5%의 알코올에 묵직한 과일 풍미가 강조되는 전형적인 호주 쉬라즈.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jammy하지 않고 밸런스가 좋아 제법 맛있게 마셨다.

 

 

Yannick Alleno & Michel Chapoutier, Crozes Hermitage 2014

야닉 알레노 & 미셀 샤푸티에 크로즈 에르미타주 2014

 

토스티 오크에 특징적인 후추 향이 토핑된다. 검은 베리류의 풍미는 다소 뭉근한 느낌이 있고 산미 또한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  미디엄 바디에 드라이한 미감, 둥글둥글한 타닌. 미티한 뉘앙스에 피니시에 남겨지는 초콜릿 힌트.  전반적으로 두 인물의 명성에 비하면 훌륭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한, 그저 먹을 만한 와인이었다. (보관) 상태가 조금 안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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