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몽투스(Chateau Montus) 와인메이커스 디너가 비노쿠스 테이블에서 열렸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비노쿠스와 몽투스의 인연을 기념하기 위한 홈파티 스타일의 디너였다. 디너 컨셉에 맞게 이날은 나도 생각 없이 편하게 와인과 음식을 즐겼음. 몽투스에게 한국은 10위권 내에 드는 제법 큰 규모의 중요한 시장이라고. 당연하게도 비노쿠스와의 관계가 각별할 수밖에 없을 듯.
디너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샤토 몽투스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 알랭 브루몽(Alain Brumont) 씨가 직접 하몽을 썰고 있었다. 오른쪽은 비노쿠스 최신덕 대표님.
정말 정성스럽게 집도하는 모습.
한 점 한 점 정성스럽게 자르는 모습이 마치 예술가 같았다.
알고 보니 샤토 몽투스에서 직접 하몽을 만들고 있을 정도로 하몽에 관심이 많단다. 심지어 마디랑(Madiran) 지역에서 생산하는 하몽이 생산지 통제 명칭을 받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고. 역시.. '와인사랑=고기사랑' 인가ㅋㅋㅋ
덕분에 알랭 브루몽 씨가 직접 자른 하몽을 맛보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정말 맛있었는데 알고 보니 스페인 3대 메이커 중 하나의 상급 하몽이라고.
도열한 와인들. 몽투스의 모든 라인업이 출동했다(몽투스 블랑은 칠링 중). 아이콘 와인 라 티르(La Tyre)는 미리 디캔팅을 해 두셨다. (Banfi는 뭐지...)
천재 와인메이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알랭 브루몽 씨. 사실 그가 천재일 수 있었던 것은 와인에 대한 끝없는 열정 때문 아니었을까. 첫 인터뷰 때 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wine21.com에 기고한 알랭 브루몽 인터뷰.
올해 여름 비노쿠스 테이블에서 열렸던 몽투스 바비큐 파티 포스팅.
디너가 시작된 후 브루몽 씨는 와인이 나올 때마다 각각의 와인들을 정성스럽게 소개해 주셨다. 투머치 토커 브루몽 옹ㅋㅋㅋㅋ 몽투스 브랜드 앰버서더 오동환(Dainel.Oh)님이 통역으로 수고해 주심.
Chateau Montus Blanc 2013 Pacherenc du Vic-Bilh
몽투스 블랑은 600리터 오크통에서 리(lees)와 함께 14-15개월 숙성하는데, 바토나주(batonnage)도 하지 않고 우야주(Oillage, 숙성 중 증발한 와인을 다시 채워주는 것)도 하지 않는단다. 따라서 숙성 중인 오크통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피노 셰리와 같은 오묘한 뉘앙스가 생긴다고. 몽투스 블랑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산화 뉘앙스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어!!
Chateau Montus Rouge 2014 Madiran
검붉은 과일 풍미와 촘촘한 타닌이 깊이있게 드러나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럽게 다듬어진 느낌.
Chateau Montus Cuvee Prestige 1998 Madiran
과일 풍미가 누그러진 대신 부엽토와 동물성 같은 숙성 뉘앙스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Chateau Montus XL 1998 Madiran
퀴베 프레스티지와 같은 빈티지의 XL. 두 와인은 같은 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지만 숙성 기간이 다르다. 퀴베 프레스티지는 새 오크통에서 14-16개월 숙성하는 반면, XL은 600리터 오크통에서 40개월 숙성한다. 그래서 로마 표기법으로 '숫자 40'을 의미하는 XL라는 이름을 붙인 것. XL의 진가는 빈티지로부터 15년 정도 지난 후에야 발현된다고 하며, 퀴베 프레스피지보다 부드럽고 깊이가 있으며 숙성 잠재력 또한 뛰어나다. 실제 이날도 XL은 고혹적인 붉은 과일 풍미가 은은한 나무와 스파이스 향과 어우러지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정 매력적인 와인.
원래 1948년 이전 마디랑의 와인 생산자 조합은 거친 타닌을 부드럽게 하고 빈티지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600리터 오크통에서 40개월간 숙성할 것을 권장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권고(전통)는 품질보다는 비용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잊혀져 갔다. 알랭 부르몽은 따나(Tannat) 품종의 품질 향상을 위해 연구하던 중 이 전통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양한 실험을 거친 후 1989년 XL을 출시했다. 이후 뛰어난 빈티지에만 출시하고 있으며, 숙성할수록 좋아진다는 판단이 들어 2018년부터는 3000리터 대형 푸드르에 60개월 숙성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이름을 'LX(60)'으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ㅎㅎㅎ
Chateau Montus La Tyre 2006 Madiran
타나 품종 최고의 싱글 빈야드, 라 띠르는 마디랑 아뻴라시옹에서 가장 높은 지대의 서향 경사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조량을 충분히 받으면서도 피레네로부터 서늘한 공기를 유입받아 신선한 산미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깊이 15m에 이르는 자갈 토양과 해당 지역에 형성되는 미세기후가 와인의 표현력을 극대화한다. 이 밭은 알랭 브루몽이 뛰어난 떼루아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원래는 포도밭이 아니었고 1990년에 따나 품종을 식재했다. 이제 막 30년이 된 밭인 셈. 라 띠르는 처음 코를 댈 때부터, 한 모금 입에 머금을 때부터 최상급 와인임을 직감할 수 있는 격조를 지녔다. 고혹적인 유산향과 바닐라, 바이올렛, 잘 익은 검은 베리의 응축된 풍미가 너무나도 조화롭게 드러난다. 과일 풍미와 더없이 실키한 타닌, 적절한 신맛의 밸런스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와인. 진정 어마어마한 와인이 아닐 수 없다. 100% 따나 품종을 100% 새 오크에서 3년 간 숙성한다고. (홈페이지에는 14-16개월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브루몽 씨는 3년이라고 소개했다.)
부르몽 씨는 XL을 카톨릭 수도사 같이 경험 많은 소믈리에들이 좋아할 타입의 와인으로, 라 띠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참고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13년째 몽투스 와인을 즐기고 있는데, 그의 할머니가 마디랑 부근 출신이라는 인연이 있다고.
마디랑을 대표하는 레드 품종인 따나는 충분한 일조량과 열이 필요하면서도 저녁에는 서늘해야 하기 때문에 재배가 어렵지만 뿌리가 깊이 파고드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올드 바인으로 키우기 적당하다고 한다. 그 따나 품종의 개성과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낸 와인이 바로 '라 띠르'일 듯.
테이블 기본 세팅.
먹기 전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ㅠㅠ 이날 요리들은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먹었지만 맛은 모두 괜찮았음.
부라타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 샐러드.
굵은 아스파라거스가 인상적이었던 스테이크.
요리를 해 주신 분은 청담동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의 셰프님이라고. 알랭 브루몽이 사인한 비노쿠스 와인 증정식^^
하몽 진짜 좋아하신다ㅋㅋㅋ 아예 본인 테이블 앞에 테이블로 가져다 두었음.
그래서 XL과 함께 한 컷 ^^
치즈 & 체리와 함께 마지막 디저트 와인. 배부른 와중에도 꽁테 치즈 2조각 정도는 흡입해 주심. 꽁테 치즈에서 꽁치 냄새가 나는 것 같던뎈ㅋㅋㅋㅋㅋ
Brumont, LA Gascogne d'Alain Brumont Gros Manseng 2015
디저트 와인이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아 스위트 디저트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좋을 것 같다. 열대과일 풍미에 꿀/벌집 뉘앙스. 알코올 함량 13%.
갈길이 멀다 보니 급하게 자리를 떠야 해서 아쉬웠지만 즐거운 자리였다. 언젠가 마디랑의 샤토 몽투스에서 다시 만난다면 참 좋겠다. 조만간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20191211 @ 비노쿠스 테이블(궁내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