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와인

aster, Ribera del Duero Crianza 2013 / 아스터 리베라 델 두에로 크리안사 2013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1. 19.

오랜만에 스페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

 

 

같은 날 회사 와인 모임에 참석하지 아쉬움을 달랠 와인을 찾고 있는데, 모임 와인 리스트에 있던 한 와인과 생산자가 같은 와인이 있길래. 물론 모임에 나온 와인은 이 와인보다 상급이었...

 

 

리베라 델 두에로는 잘 알려진 대로 리오하와 함께 대표적인 퀄리티 템프라니요 생산 지역이다. 크리안사-리제르바-그랑 리제르바(Crianza-Reserva-Gran Reserva)로 표현되는 장기 숙성 생산 방식으로 강건하고 구조감 있는 와인들을 생산하는 것도 유사하다. 병입 숙성도 상당히 잘 되는 타입. 템프라니요는 스페인 내에서도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데,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는 틴타 델 파이스(Tinta del País)라고 부른다. 

 

그런데 2013년 빈티지는 보르도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요 근래 평가 중엔 단연 안 좋은 편이다.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이 그나마 90점이라는 높은 점수('Irregular'라는 단서를 달아서;;)를 주었고,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 와인 앤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는 '지금 마시라'는 가이드와 함께 각각 84점과 86점을 주었다.

 

네네, 시키는 대로 바로 마시겠습니다.

 

 

캡슐 위에 새겨진 독특한 모양의 'a'.  프랑스어의 accent aigu 같기도 하고, 그냥 공작 벼슬 같기도;; 

 

 

어라, 그런데 코르크가 살짝 올라와 있다. 혹시 끓은 건가...

 

 

오픈해 보니 1~2mm 정도 솟아 있긴 해도 넘쳐서 옆으로 흐른 흔적은 없다. 깨끗하긴 한데...

 

 

접촉면도 멀쩡허니 깔끔해 보이고...  뭐, 맛을 보면 알겠지.

 

 

aster, Ribera del Duero Crianza 2013 / 아스터 리베라 델 두에로 크리안사 2013

 

제법 짙은 검붉은 루비 컬러. 확연히 드러나는 가넷 림이 숙성의 기운을 드러낸다. 코를 대면 완숙한 블랙베리와 프룬 등 검은 과일의 아로마가 먼저 드러난다. 뒤이어 톡 쏘는 스파이스와 허브, 토스티 & 스위트한 오크 뉘앙스. 그런데 입에 넣으면 오묘한 신맛, 촘촘한 타닌과 함께 붉은 자두, 라즈베리, 딸기 크림 같은 붉은 계열 과일 풍미가 먼저 드러난다. 느껴지는 무게감 또한 향에서 예상한 것보다 묵직하지 않은 편이고.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블루베리와 블랙베리 같은 검은 베리 풍미가 디벨롭되며 민트 허브와 정향, 스윗 스파이스, 모카 등이 어우러진다. 오호라, 이 녀석 의외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 복잡 다양함이 미묘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통합되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랄까. 뭔가 구조감과 밸런스가 애매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3일 동안 제법 만족스럽게 마신 와인. 알코올 14%, 미디엄 바디. 13 빈티지 평가는 찾기 어렵지만 11, 12, 14 빈티지는 디캔터(Decanter), 와인 스펙테이터, 와인 애드버킷,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등으로부터 꾸준히 90점을 받았다.

 

사용한 포도는 와이너리 소유의 침적 양토(Silt loam) 토양의 해발 780m 포도밭에서 재배했다. 좋은 상태로 수확하기 위해 서늘한 아침에 손으로 수확했으며, 이후 양질의 포도만 꼼꼼히 선별해 사용했다. 2013년 9월 수확 시기의 기온은 낮에는 28-30도, 밤에는 10도 정도로 일교차가 심해 표현력이 좋은 양질의 포도가 생산됐다고. 줄기 제거 및 파쇄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8도 이하의 온도로 16일간 침용 및 발효했다. 와인의 80%만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매주 바토나주(bâttonages)를 하며 2달 동안 유산 발효했는데, 이 점이 아마 미묘한 산미와 다양한 풍미 스펙트럼을 내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후 프렌치 오크(70% new)에서 3번의 통갈이(racking)와 함께 22개월 동안 숙성, 2016년 3월 병입.  

 

 

아스터는 리오하에서 이미 높은 명성을 쌓은 라 리오하 알타(La Rioja Alta)가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템프라니오 재배에 최적인 80ha의 포도밭을 구매해 1990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역시, 명가의 손길을 끼얹은 와인이었어. 야잘잘, 와잘잘아스터 크리안자는 2001년 처음 생산되었다고. 

 

 

돼지 등갈비 오븐구이와 함께 즐겼는데 매우 잘 어울렸다. 

 

 

2013년 빈티지는 보르도를 중심으로 세계적 망빈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들 탄생 빈티지다 보니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나마 이태리 토스카나/피에몬테 등 좋은 평가를 받은 지역이 있어서 다행이랄까. 스페인의 강건한 와인들도 편하게 즐기기엔 외려 괜찮은 것 같다.

 

 

다음에 만나면 또 사야겠다. 왠지 더욱 발전해 있을 것 같은 느낌.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