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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Domaine Joel Remy, Savigny-les-Beaune Les Fourneaux 2016 / 도멘 조엘 레미 사비니 레 본 레 푸르노 2016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1. 24.

오랜만에 LA갈비. 요즘 왜 이리 라갈비가 땡기던지. 세 근 사서 양념에 하루 재워 두었다.

 

 

불 위에서 지글지글. 

 

 

양념갈비이니 조금 더 강건한 스타일이 어울리겠지만 왠지 와인은 또 피노 누아(Pinot Noir)가 땡겨서.

 

 

도멘 조엘 레미(Domaine Joel Remy)는 1853년 설립한(홈페이지 기준, 백 레이블에는 1837년으로 표기되어 있다;;) 도멘이다. 근거지는 생뜨 마리 라 블랑슈(Sainte Marie La Blanche)인데, 본(Beaune)의 동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본과 메르소(Meursault)를 다른 두 꼭짓점으로 선을 이으면 거의 정삼각형 모양이 되는 위치다. 1988년 조엘 레미가 이어받으며 현대화/혁신을 시작했다. 1991년 새로운 파셀을 구입한 후 1994년엔 소팅 테이블(sorting table),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등을 마련했으며, 숙성용 캐스크를 개선하고 셀러 등 저장공간을 확충했다. 1997년에는 콘크리트 발효조(concrete vat), 온도 조절 장치, 그래비티 플로(gravity flow)와 인체 공학적 설비 등을 도입해 양조시설을 개선했고, 다음 해에는  에어 컨디셔닝 시설도 갖췄다. 이후에도 환경 보호 및 효율화를 위한 빗물 저장 장치나 수확 장비, 줄기 제거기, 프레스,  레이블 부착 장비 등을 갖추고 2010년엔 새로운 패키지와 레이블 등 변화된 비주얼을 선보였다. 아마 현재 레이블이 이때 만든 것인 듯.

 

포도밭에는 화학비료나 농약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뤼뜨 레조네(lutte raisonnée)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포도밭에는 풀들이 덮여 있다고 한다. 손수확한 포도는 전통 방식으로 양조해 캐스크에서 숙성하여 도멘에서 직접 병입.

 

 

백 레이블에 포도밭과 양조방법, 시음 노트와 푸드 페어링 등 제법 다양한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설명은 사비니 레 본의 '1급 밭(1er Cru)인 레 프르노(Les Fourneaux)의 아랫단에 위치한 동향 밭의 포도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 레이블에는 분명 '1er Cru' 표기가 없었기에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지도를 살펴보니,

 

출처: 휴 존슨,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아틀라스>

북쪽 경계를 페르낭 베르줄레스(Pernand-Vergelesses)와 면하고 있는 오 푸르노(Aux Fourneaux)라는 '동향 밭'이 있다. 그런데 오묘하게도 가운데가 반으로 갈려 있고 윗부분은 프르미에 크뤼(1er Cru), 아랫부분은 빌라주(Village) 등급으로 표기되어 있다. 붉은 점을 찍어 놓은 곳이 해당 밭인데, 위 백 레이블의 설명과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

 

혹시나 싶어 다른 책도 찾아보니,

출처: 실뱅 피티오 <부르고뉴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밭인데 위에는 1급 밭, 아래는 마을 밭... 몇 발자국 차이로 떼루아의 운명이 갈리는 부르고뉴이니 당연하겠지만 굳이 같은 이름을 붙여 놓은 밭의 등급이 다르다니 뭔가 애잔(?)하다ㅎㅎㅎ

 

토양은 붉은 이회토(red marls)와 거친 표면의 충적토(coarse surface alluvia)이며 평균 포도나무 수령은 30-35년 정도(평균 식재 연도 1985년). 손 수확한 포도를 선별해 스템을 제거하고 압착한 후 천연 이스트로 발효한다. 온도가 조절되는 탱크에서 15-20일 정도 펀칭 다운(punching down)을 실시하며 알코올 발효한 후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한 후 필터링 없이 병입. 특별한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가벼운 청징(fining)은 하는 것 같다.

 

 

Domaine Joel Remy, Savigny-les-Beaune Les Fourneaux 2016 / 도멘 조엘 레미 사비니 레 본 레 푸르노 2016

 

검자주빛이 살짝 감도는 체리 교자상 같은 컬러. 코를 대면 향긋한 꽃향기와 레드 베리, 라즈베리, 딸기와 체리 풍미가 은은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상큼한 산미와 함께 많지는 않아도 비교적 촘촘하게 느껴지는 타닌이 드러나며, 붉은 베리류의 풍미가 크리미한 뉘앙스와 함께 드러났다가 아스라이 사라진다. 생각보다 투박하지 않게 잘 다듬어진, 부드럽고 편안하며 친근한 스타일. 다만 복잡 미묘한 뉘앙스나 과일의 방순함은 조금 부족한 느낌.

 

2016년 빈티지는 겨울 서리로 인해 수확량에서 60% 정도 피해를 봤지만, 그로 인해 작고 완숙한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알코올 함량 13%.

 

 

와인 앤 모어 1월 세일 때 산 와인 중 하나인데 부르고뉴의 마을 단위, 1er Cru 치고는 가격이 괜찮다. 품질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으니 몇 병 더 사놓을까. 할인기간이 2월 4일까지이니 일단 화이트도 마셔 보고 결정하는 걸로.

 

 

할인은 '20년 2월 4일까지 진행된다. 다른 와인이나 주류 할인 리스트는 신세계L&B 사이트 참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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