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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70. 화두 2017년(2) – 와인과 온라인 판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4. 5.

2017년에 썼던 설익은 글. 그래도 업계인들과 고객의 입장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최근 온라인/모바일 결제가 허용되어 온라인 거래의 단초가 열린 듯싶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온라인 거래는 꼭 허용되어야 한다. 주류 소비가 불법이 아닌 이상. 고객의 입장에서건 업계의 입장에서건.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화두 2017년(2) – 와인과 온라인 판매

9대1. 주류의 온라인 판매 찬반을 묻는 와인21닷컴의 설문조사 중간 결과다. 참여자 243명 중 216명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9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비율이다. 단편적인 설문조사 결과라고는 해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꽤나 오래전부터 주류의 온라인 판매 허용에 대한 요구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일부 전통주 등은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8일부터 제조자와 공적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해서만 허용되던 전통주 판매가 일반 온라인 몰까지 확대되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전통주 제조업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이기 때문에 주류 전체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주류업계에서 당연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무엇을 전통주로 볼 것인지 판단 기준도 모호한 데다 다른 주류에 대한 차별 또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전통주를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면 와인을 사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전통주 제조업 활성화라는 논리는 산업 진흥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편의나 주류 문화에 끼치는 영향 등은 시쳇말로 ‘아웃 오브 안중’이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선 자신이 원하는 주종을 선택할 권리도 없는 것일까.

특히 와인은 생산지역과 품종, 맛과 스타일, 가격 등이 다른 주류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마트에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중적 테이블 와인이 있는 반면,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거나 컬트적 신봉자를 거느린 프리미엄 와인도 존재한다. 대형 양조장에서 몇 백만 병씩 대량 생산하는 와인도 있고, 조그만 농가에서 겨우 오크통 몇 개 분량만 소량 생산하는 와인도 있다.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온라인 판매는 특히 소량 생산되어 수입량이 많지 않은 와인들에게도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더불어 온라인은 역사와 전통, 다양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와인의 디테일을 판매 시점에 고객에게 전달하기에도 대단히 유리하다. 고객이 와인의 배경과 스펙,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충분히 검토한 후 와인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러 모로 와인 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주류 판매 허용 문제에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당사자들은 온라인 주류(특히 와인) 판매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수입사, 소매상/소믈리에, 와인 교육기관, 언론, 소비자 등 와인업계 관계자들에게 서면으로 간단히 의견을 물었다.

 

압도적 찬성! 온라인 와인 판매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답변을 보내 온 열한 명 중 열 명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여기엔 '온라인 거래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며 주류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었다. 수입사 관계자 A 씨는 “고객 편의성과 시장 확대라는 대의명분이 이제는 반대의 이유와 명분보다 앞선다”며 “온라인 주류 판매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의견을 밝혔다. 미디어 관계자 B 씨 또한 “(한국에서도 이미 와인의) 온라인 판매가 암암리에 성행 중”이라며 오히려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장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부분 온라인 주류 판매가 ‘와인 시장 확대’와 ‘소비자의 선택 기회 확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점도 유사했다.

물론 “(온라인 판매로 주류 구매가 쉬워지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거나 “청소년의 주류 구입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법규와 IT기술 등으로 풀어야 할 이슈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 또한 존재했다. 이는 와인 뿐 아니라 현재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있는 전통주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다. 현재 시행 중인 전통주 온라인 판매에서 이런 문제들이 실제로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고쳐서 적용하면 된다. 온라인 주류 판매의 부작용을 충분히 파악한 후 방지책을 마련하고 와인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시장경제 하에서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 문제의 소지는 법적, 행정적 장치로 보완하고 조절하는 게 맞다”는 와인 업계 관계자 C 씨의 주장이 와 닿는 대목이다.

 

중소 수입사의 판매 채널 확보 vs 대형 유통사들의 독과점 심화

와인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와인 교육 관계자 E씨는 “대형 할인마트, 대형 수입사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쉽게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는 루트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중소 수입업체에게 활로를 열어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다. “(대형 할인점은 취급 와인이 한정적이므로) 소규모 와인 수입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특화된 와인들을 소개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 소셜커머스 등 유통 헤게모니를 쥔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막대한 자금력과 유통 노하우를 쥐고 있는 기업들이 결국 온라인 주류판매까지 좌지우지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입사 관계자 H 씨는 “대기업의 유통 독점으로 수많은 중소 수입사들이 생성과 몰락을 반복하며 시장구조를 개편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 또한 적절한 규제로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입사 관계자 A 씨는 “백화점이나 할인점과 같이 모든 물건을 소매하면서 주류도 소매하는 의제 면허 보유자들의 통신판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앞으로도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가격 투명성 증대, 진흙탕 싸움이 아닌 시장 확대로 이어져야

와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통신 판매로 와인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위해서는 가격 공개가 필수적이므로, 와인 가격이 투명해지고 소비자들의 가격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고객 신뢰 확보는 전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온라인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와인 시장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박리다매 시장이 펼쳐저 최저가 경쟁과 같은 진흙탕 싸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중소 수입사는 자신만의 제품 라인업과 판매 전략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새로운 마케팅/홍보의 필요성 대두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가격을 포함한 와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와인과 관련된 정보들을 고객이 구매를 고려하는 시점에 구매 채널에서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수입사 관계자 J씨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단순 정보가 아닌 구매 동기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며 “와인 큐레이팅의 중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사 관계자 A 씨는 “와인 홍보 기사나 블로그 포스팅 등 온라인 콘텐츠들이 판매 채널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류 홍보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와인 지식과 구매 정보에 대한 욕구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와인 미디어와 교육기관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기본적으로 온라인 와인 판매를 찬성하는 입장의 중심에는 판매 채널의 다변화와 시장 확대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가 프리미엄 와인의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 또한 높다. 하지만 와인의 온라인 판매 허용으로 발생할 변화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전문 샵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며 도매상 등 중간상의 입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과 적절한 규제로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규제는 이렇게 써야 한다. 무조건 와인의 온라인 판매를 막는 것이 적절한 규제는 아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결국 새로운 시대는 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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