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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76. ‘맥주 리뷰 사이트’ 리뷰 - 우리는 어떤 맥주를 마시는가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9. 27.

맥주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대표적인 맥주 리뷰 사이트, 레이트비어와 비어애드버킷. 그런데 레이트비어가 2019년 거대 주류기업인 AB인베브에 완전히 인수되면서 일부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과 맥주 애호가들로부터 호된 비판과 외면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구글에서 맥주를 검색하면 예전에는 상위에 뜨던 레이트비어의 평가가 보이지 않는다. 기사와 같은 올드 라스푸틴을 검색하면 비어애드버킷은 여전히 상위에 뜨지만, 레이트비어는 두 번째 페이지에 가야 등장한다. 대신 언탭트(Untappd)라는 사이트가 상위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는데, 여긴 평가 사이트보다는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어쨌거나 모르는 맥주를 발견했을 때 참고하기 좋은 사이트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우리는 어떤 맥주를 마시는가, ‘맥주 리뷰 사이트’ 리뷰

맥주 춘추전국시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국내 맥주 시장은 (카스/OB, 하이트, 클라우드 등) 국내 대형 맥주 브랜드들의 삼국지였다. 지금은 다양한 맥주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춘추전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소위 ‘4캔 만원’ 행사로 다양한 수입맥주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전 세계적인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열풍 덕에 라거 일색이던 국내 맥주 시장에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들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주문화 및 여가생활의 변화 또한 다양한 맥주를 찾는 배경이 되고 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밸런스)이 열풍으로 일찍 귀가하여 가볍게 혼술을 즐기거나 저녁 식탁에서 간단히 반주로 곁들이는 용도로 맥주를 소비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입맛이나 호기심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선택할 수 있다. 소맥으로 파도를 타고 소주를 강권하는 회식 문화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원하는 술을 원하는 만큼 마시는 회식 문화로의 변화 또한 이런 기조에 한몫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맥주’를 넣고 검색하면 수입맥주의 맥주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했다는 기사부터 국내 소규모 양조장들의 맥주 출시, 맥주 축제 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주 관련 뉴스들도 쉽게 눈에 띈다. 이미 다양한 맥주를 섭렵한 맥덕들이 올린 포스팅들도 제법 많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와인21닷컴도 5월 1일부터 국내에서 유통되는 1천여 종 이상의 맥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마트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맥주들은 물론 보틀샵과 펍 등에서 볼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들도 포함된다. 신규 출시되는 맥주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예정이다. 해당 정보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도 제공하기 때문에 네이버 검색창에 맥주 이름을 입력하거나 네이버 앱으로 레이블 사진을 찍으면 궁금한 맥주의 스타일과 소비자가 등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매대 앞에서 궁금한 맥주가 있다면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검색하면 된다. 궁금한 맥주의 스타일은 물론 소비자 가격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맥주를 살 때 참고할 만하다.

해외에도 알아 두면 좋을 만한 사이트가 있다. ‘레이트 비어(www.ratebeer.com)’와 ‘비어 애드버킷(www.beeradvocate.com)’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이트들은 맥주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평점까지 제공하고 있어 특히 유용하다. 와인으로 치자면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나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에 비견할 수 있을까. 물론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나 의미가 다르긴 하다. 맥주답게 특정 평론가들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좀 더 민주적인 방식이다. 어쨌거나 처음 보는 맥주의 평가가 궁금하다면 해당 평점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사이트에서 부여하는 점수의 성격과 특징을 이해한다면 새로운 맥주를 구매할 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두 사이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레이트비어(www.ratebeer.com)
레이트비어는 2000년에 설립된 맥주 리뷰 사이트다.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궁금한 맥주나 생산자의 이름을 넣으면 된다. 좀 더 정확한 검색을 위해 어드밴스드 서치(advanced search)도 제공한다. 검색 결과로 해당 맥주의 점수 및 리뷰 개수와 함께 알코올 볼륨(%), 쓴 맛의 정도(IBU,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 칼로리 및 맥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함께 제공된다. 그런데 부여되는 점수가 세 가지다. 종합(overall), 스타일(style), 그리고 5점 척도. 실제 검색 결과를 보자.

[ratebeer의 ‘old rasputine’ 검색 결과]

 

최근 ‘최순실 맥주’로 이슈가 되었던 노스코스트브루잉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올드 라스푸틴(Old Rasputin)’의 검색 결과이다. 맥주 이름과 생산자, 스타일 아래로 세 가지 점수가 나와있다. 종합 100점, 스타일 98점, 그리고 5점 척도는 4.10점. 일단 상당히 양호한 점수로 보이는데, 각각의 점수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단 5점 척도는 레이트비어를 방문한 고객(회원)들이 아로마, 외관, 맛, 미감, 총점 등을 기준으로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 것의 평균이다. 당연히 5점에 가까울수록 좋은 점수이다. 따라서 올드 라스푸틴이 받은 4.10점은 상당히 높은 점수인 셈. 그런데 이렇게만 점수를 매기면 리뷰 숫자가 적을 때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예컨대 다섯 명이 평균 4.1을 매겼다고 해서 그 맥주를 좋은 맥주라고 평가하기엔 표본이 너무 작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레이트비어는 베이지안 모델(Bayesian Formula)이라는 가중 평균을 사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리뷰의 숫자가 많을수록 실제 고객들이 매긴 점수의 산술 평균에 가까워지며, 리뷰 개수가 일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는 중간점(레이트비어의 경우 2.75점)의 영향을 받아 조정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하면서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리뷰 숫자가 늘어나야 실제 평균에 가까운 점수가 노출되는 것이다. 위에 예시로 든 올드 라스푸틴의 경우 리뷰 개수가 4,046개이므로 4.10이란 점수는 실제 고객들이 매긴 평균 점수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종합과 스타일 점수는 뭘까? 맥주가 획득한 점수대로 순위를 매긴 후 100분위를 기준으로 환산한 것이 바로 해당 점수이다. 예를 들어 상위 1%에 든 맥주는 100점, 상위 2% 맥주는 99점, 하위 100% 맥주는 1점이 된다. 따라서 올드 라스푸틴의 경우 전체 맥주 중에서는 상위 1%에, 해당 맥주가 포함된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카테고리에서는 상위 3%에 드는 맥주라는 의미다.

너무나 확연한 상대평가라서 조금 민망한 생각도 든다. 맥주를 마시면서까지 꼭 이렇게 줄을 세워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고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한 병의 맥주를 마셔도 좋은 맥주, 특별한 맥주를 안전하게 고르고 싶은 애호가들에겐 좋은 참고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처음 맥주의 세계에 입문한 초보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하고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과 다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라거보다는 에일 계열의 맥주에, 그리고 독특하고 희귀한 맥주에 점수가 후한 경향이 높다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타인의 평가에 자신의 입맛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회원 가입을 하면 내가 마신 맥주에 대한 평가를 등록할 수도 있다. 한국 맥주들의 평점을 검색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외에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전 세계 국가의 바, 레스토랑, 보틀샵, 브루어리 등 맥주를 사거나 마실 수 있는 곳에 대한 평점도 제공한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갈만한 샵이나 바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

비어애드버킷(www.beeradvocate.com)
비어애드버킷은 1996년 맥주 매니아인 알스트룀 형제(Jason & Todd Alström)가 설립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같은 이름의 오프라인 잡지(월간지에서 계간지로 변경)도 발행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맥주의 역사나 음식 매칭, 뉴스 등 읽을 만한 아티클들도 많이 있다. 고객 사이의 거래(물론 미국 내에서)나 포럼 등도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 각지의 맥주 관련 축제 정보와 레이트비어처럼 세계 맥주 판매장소에 대한 평점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비어애드버킷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맥주 매니아에 좀 더 특화된 사이트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맥주 평점. 비어애드버킷은 어떻게 평점을 매길까.

[beeradvocate의 ‘old rasputine’ 검색 결과]

 

동일하게 올드 라스푸틴을 검색해 보았다. 노출되는 점수는 5점 척도 한 가지. 그리고 점수 아래에 ‘outstanding’이라는 평가와 평가 숫자를 덧붙여 놓았다. 5점 척도는 단순하게 고객 평가의 산술평균이다. 레이트비어처럼 가중평균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어 애드버킷도 레이트비어와 같은 가중평균을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100분위 기준으로 환산점수도 제공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사이트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설립 초기 사용하던 단순 산술평균으로 회귀했다고 한다. 쉽다. 평가자 수가 많든 적든 고객의 평가가 바로 그 맥주의 평가다. 비어애드버킷도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평가를 등록할 수 있다.

비어애드버킷 평점의 특별함은 다른 부분에 있다. 점수 하단에 작게 표시되어 있는 퍼센트 편차(percent deviation, pDEV)가 바로 그것이다. 이 수치는 평균과 각 평점의 차이의 평균인 평균편차(average deviation)를 백분위로 나타낸 것으로 평점의 분포가 얼마나 넓은지를 드러낸다. 수치가 작으면 평점이 평균 근처에 몰려 있어 편차가 좁고 반대로 수치가 크면 평점의 편차가 넓다. 한마디로 맥주의 호불호가 얼마나 갈리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올드 라스푸틴의 경우 pDEV가 10.23%이므로 비교적 호불호가 작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설립자인 알스트룀 형제의 평점인 브로스 스코어(Bros Score)를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데 전문가 평가로써 참고할 만 하다.

레이트비어와 비어애드버킷은 맥주를 구매할 때, 혹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를 찾을 때 유용하게 이용할 만한 대표적인 사이트들이다. 하지만 점수를 너무 맹신하진 말자.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입맛이다. 게다가 새로움, 독특함에 대한 도전이야말로 다양한 맥주를 즐기는 중요한 이유가 아니던가. 궁금했던 맥주라면, 좋아하는 지역이나 생산자의 맥주라면 평가와 상관 없이 도전해 보는 것도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이 아닐까.

 

 

우리는 어떤 맥주를 마시는가, ‘맥주 리뷰 사이트’ 리뷰

맥주 춘추전국시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국내 맥주 시장은 (카스/OB, 하이트, 클라우드 등) 국내 대형 맥주 브랜드들의 삼국지였다. 지금은 다양한 맥주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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