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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78. 주세제도, 이젠 바꿔야 할 때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9. 27.

이미 맥주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되었다. 이제 와인과 다른 술 차례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주세제도, 이젠 바꿔야 할 때다

얼마 전 주세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6월 17일 현재 1,8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사람이 참여해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가 답변해야 하는 20만 명 기준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주류업 및 요식업 종사자와 주류 애호가들에게는 제법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청원의 요지는 주류의 세금 부과 방식을 현재의 가격 기준인 ‘종가제’에서 알코올 함량 기준인 ‘종량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에 따라 원가(출고가)의 5%에서 72%의 주세가 붙는다. 막걸리 등 탁주가 5%로 가장 낮고, 와인을 포함한 과실주/약주/청주 등이 30%, 맥주/소주/위스키 등은 72%로 가장 높다. 여기에 주세 기준 30%(주세율 70% 이하는 10%)의 교육세가 부과되고 다시 원가와 주세, 교육세 합산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부과된다. 전통주는 위 세율에서 50%를 감한다. 일단 전통주 진흥을 위한 세금 감면은 정책적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각 주종에 대한 세금 비율은 어떻게 책정한 걸까. 알코올 함량으로 따져 보면 기준이 뒤죽박죽이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함량이 6% 전후인 막걸리의 세율은 5%인 반면, 그와 유사하거나 도수가 더 낮은 맥주는 72%로 열 배도 넘는다. 그나마 1997년까지 150%였던 세율이 72%로 낮아진 것인데, 맥주가 고급 주류로 인식되던 당시의 세율이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는 탓이 크다. 또한 최근 알코올 함량이 낮아져 16%대까지 내려온 희석식 소주와 알코올 함량이 최소 40% 이상인 위스키의 세율이 72%로 같다. 알코올 함량과 세율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보인다. 법적으로 알코올을 1% 이상 함유하고 있어야 주류다. 알코올이 없으면 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류의 근간인 알코올 함량을 기준으로 세제를 개편하자는 주장은 이런 면에서 적절해 보인다. 게다가 알코올 소비는 국민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에 더욱 그렇다. 알코올 함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아무래도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종량세 지지에는 또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 현재의 주세제는 출고가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제이므로 출고가가 저렴할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제조자는 부가가치를 높이려 하기보다 출고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 이는 양질의 원료나 고급 포장재 등 원가 상승 요소의 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고가 장비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조 및 숙성 방법의 도입 또한 마찬가지다. 원료도, 장비도 시간도 결국 원가와 직결되는데, 원가를 줄여야 세금이 줄기 때문이다. 또한 종가세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생산자, 즉 대기업에 유리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생산자, 혹은 좋은 재료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싶은 생산자는 그럴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소규모 생산자 보호하고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관점에서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현재 주세제도는 대기업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저렴한 술에 유리한 구조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술이 나올 수는 있어도 정말 좋은 술, 프리미엄 주류가 탄생하기는 어렵다. 현재 대한민국 주류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맥주와 소주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청와대에 주세제도 개편을 청원한 사람의 논리도 여기에 있다. ‘주류 제조자는 종가세의 덫에 걸려 원가 낮추기에만 골몰하다 보니 고급주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저급한 싸구려 위주로 만든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도 있다. 단순히 종량제로 주세를 부과되면 동일 카테고리 내 비슷한 알코올 함량의 제품에 대해 동일한 세금이 부과될 것이다. 그런 경우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저렴한 제품의 세금이 같아져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예컨대 마트에서 한 병에 7,900원에 파는 데일리 와인과 한 병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로마네 꽁띠 같은 와인의 세금이 같다면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조세 부담의 역진성이 커지고, 심리적인 위화감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꼭 종량세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세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거나 일부 항목에 대해 세제 감면 혜택 등을 줌으로써 제조자가 양질의 술을 만드는 데 투자하도록 촉진할 수도 있다. 주세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국세의 규모와 구성 비율, 국내 주류 산업 전반의 상황과 국제 경쟁력, 국민 경제의 수준과 음주 문화, 조세형평성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큰 틀에서 종량세 성격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적정 세수 규모, 주류 소비문화, 국제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주류 정책과 세율 결정이 우선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낡고 비논리적인 주세제도는 이제 개선할 때가 되었다. 제조자들이 경쟁력을 갖춘 개성 있고 높은 품질의 술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이 양질의 술을 적절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서도 주세제도 개편은 꼭 필요하다. 이 청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주세제도, 이젠 바꿔야 할 때다

현재의 주세제는 출고가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제이므로 출고가가 저렴할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제조자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보다는 출고가를 최대한 낮추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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