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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article 179. 4캔 만원? 뭣이 중헌디?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9. 27.

역시 맥주 종량제 논의가 활발하던 시절에 쓴 글. 이제 맥주는 풀렸으니 와인도 풀릴 때가 되었지만, 수입 비율이 월등히 높은 와인에 종량세를 적용해 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소비자와 업계를 생각한다면, 세금 총액은 맞추는 방향으로라도 종가세 전환을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의 블로그 스크랩입니다.


4캔 만원? 뭣이 중헌디?

 

 

맥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주세의 종량세 전환 논의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당초엔 원가에 일정 비율(맥주의 경우 72%)의 세금을 적용하는 현재의 종가세에서 알코올 혹은 술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변경하는 방안이 ‘2019년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어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었다. 종량세 전환 논의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한 것은 대형 맥주 제조사이다. 종가세제 하에서는 제조원가는 물론 판관비와 예상 이윤 등을 포함해 출고원가에 세금을 부과하는 국산 맥주와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판관비와 이윤이 포함되지 않는 수입맥주 사이의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작은 업체가 모여 있는 크래프트 비어 업계 또한 종량세 전환을 일찌감치 지지해 왔기는 마찬가지다.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기가 힘든 데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도입하는 크래프트 비어 업계의 특성상 생산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가세 하에서는 원가가 상승한 만큼  세금도 올라가고 소비자가 또한 그만큼 상승하게 된다. 새롭고 좋은 맥주를 만들어도 가격경쟁에서는 그만큼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논의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세제가 변경되면 ‘수입맥주 4캔 만원’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반대 의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종량세 개편 관련 기사에는 4캔 만원을 지켜야 한다는 댓글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관련 글이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종량세 개편 논의를 ‘맛없는 국산 맥주 생산자들이 세금으로 수입 맥주 가격을 올려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려는 작당’ 정도로 치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부정적 여론을 감지한 정부는 종량세 전환 논의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정말 종량세로 전환되면 수입맥주 가격이 올라 4캔 만원은 사라지고, 국내 맥주 제조업자들만 어부지리를 누리게 되는 걸까?

 

종량세로 전환 시 유력한 세율은 리터 당 850원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종량세로 전환하더라도 거두게 되는 전체 주세 총액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 방향인데, 현재 4.5% 알코올 기준 리터당 평균 세액이 850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4캔 만원 행사에 포함되는 맥주의 세금은 큰 변화가 없거나, 심지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말 기준 일본 맥주의 리터당 평균 주세는 1천 원 수준이다. 종량제가 적용된다면 오히려 500ml 캔 기준 세금이 50원 이상 낮아질 수 있다. 일본 맥주들이 4캔 만원에서 사라질 이유를 세제 개편에서 찾기는 어렵다. 혹시 다른 맥주는 세금이 올라 4캔 만원 리스트에서 빠지게 될 지라도 그 자리를 채울 만한 맥주는 차고 넘친다. 종량세 때문에 맥주 구성이 바뀔 수는 있어도, 4캔 만원이 사라질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종량세는 원칙적으로 동일 알코올 함량을 지닌 동일 주종이라면 같은 양에 대해 같은 세금을 매긴다. 원가가 백 원이든 만원이든 1리터당 세금은 같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는 바와 같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 저렴한 술은 세금이 오르고, 비싼 술은 세금이 떨어지는 효과를 얻는다. 한국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같은 주종이라면 대체로 비싼 술이 좋은 술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종량세 전환은 소비자에게 좋은 술을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조자들 또한 더 비싼 재료와 공법을 써도 세금이 더 오르지 않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적어진다. 더 좋은 술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중에 좋은 술은 더 늘어나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당연하게도 소비자에게 이익이다. 애주가들은 이래 저래 나쁠 게 없다.

 

그렇다고 4캔 만원이 없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사람은 보통 자신의 이익 앞에서 보수적이 된다. 없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손이 이미 쥐어져 있는 작은 행복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바쁜 세상을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유가 없다. 어떤 술을 마실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종량세로 바뀌면 맥주 가격과 주류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따위에 대한 관심은 1도 없을지 모른다. 단지 눈앞에 제시된 현실은 4캔 만원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협뿐.

 

와인은 어떨까? 현재 종량세 변경 논의는 맥주에 국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내년 적용은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어쨌거나 와인도 맥주처럼 거두는 주세 총액을 동등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종량세 전환을 가정해 볼 수 있다. 2017년 수입량과 수입 가격을 기준으로 종량세를 대략적으로 추정하면 리터당 2천 원 전후가 된다. 일본의 주세 체계를 참고하면 리터당 1천원에서 1천2백원 수준이다. 결국 와인의 주세를 종가제로 전환하면 대략 1천원에서 2천원 사이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대형 마트나 주류전문점에서 1~2만 원 이상에 판매되는 와인들의 세금은 낮아지게 된다. 낮아진 세금만큼 가격 또한 떨어질 테니 소비자의 반응이나 여론은 이번 맥주 종량세 전환 논의에 비해 우호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핑크빛 전망을 내놓기엔 현실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소주와 맥주 중심의 주류 소비문화를 가진 데다 와인 생산 수준 또한 열악한 한국에서 이 문제에 얼마나 민감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과 소비도 활발한 데다 몇 년 새 100여 개 이상의 크래프트 비어 생산자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맥주 업계도 개정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종량세 적용 논의는 맥주와 와인 등에만 한정 지어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엔 소주와 증류주 등을 포함한 모든 주류로 확산될 것이다. 이번 맥주 종량세 적용 논의가 공전된 이면에는 아마도 서민 주류로 인식되는 소주의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변경되는 주세 체계 하에서 주류 간 형평성을 갖추고 현 수준의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주류별 적정 세율 등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고 공론화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였을 것이다.

 

 소비자는 소매가 천 원 남짓한 소주의 맛과 가격에 길들여져 있고, 그 소주의 가격 인상에 민감하다. 민감한 소비자에게 무엇이 더 이득이고, 그 이익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손해는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오해로 인한 반대와 불필요한 부정 여론 형성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큰 틀에서 주류 업계의 연대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대를 소비자에게까지 넓혀야 한다. 고객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모일 수록 쉬워질 것이고 그 결실은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주세제도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4캔 만원? 뭣이 중헌디?

종량세로 전환 시 4캔 만원 행사에 포함되는 맥주의 세금은 큰 변화가 없거나, 심지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말 기준 일본 맥주의 리터당 평균 주세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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