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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Roberto Voerzio, Dolcetto d'Alba Priavino 2018 /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 2018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11. 21.

빨리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와이프가 숏 파스타를 볶아(?) 놓았다. 토마토소스의 밸런스가 레알 환상적.

 

 

애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모자란다며 LA갈비 스타일 돼지고기도 추가로 굽고. 넘나 좋은 것.

 

 

와인은 뭘 마실까 하다가,

판화같은 레이블의 와인이 떠올랐다.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Roberto Voerzio, Dolcetto d'Alba Priavino).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바롤로의 명가다. 저 특징적인 레이블만으로도 절로 이목을 잡아 끈달까.

 

레이블을 그린 작가는 토리노 출신 리카르도 아쏨(Ricardo Assom). 포도밭에서 일하는 목가적인 풍경을 담았는데, 각 와인 레인지마다 각기 다른 그림이 실려 있다. 비슷한 스타일로 로베르토 보에르지오의 와인임을 한눈에 알 수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그림으로 개성까지 살렸다.

 

 

로베르토 비에르조는 1986년 우아한 바롤로를 대표하는 라 모라(La Morra) 지역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2 ha의 작을 크기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브루나테(Brunate), 체레퀴오(Cerequio), 라 세라(La Serra), 로케 델라눈치아타(Rocche dell'Annunziata) 등 대표적인 크뤼들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

 

바롤로(및 피에몬테)의 모던 vs. 전통 논쟁에서 엘리오 알타레(Elio Altare), 안젤로 가야(Angelo Gaja) 등과 함께 모던 쪽으로 분류되는 와이너리였지만, 현재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독자적인 길을 확립했다. 무엇보다 그는 와인의 품질은 포도밭에서의 작업을 중시한다. 고품질의 응집력 있는 포도를 얻기 위해 극단적인 그린 하비스트와 철저한 선별을 하는 편. 일례로 고품질의 네비올로 수확 시 포도송이에서 가장 당도와 풍미가 응집되는 상단의 '귀 부분'만 사용하고 하단의 5~60%의 포도는 잘라낼 정도.

 

백 레이블의 설명도 이와 연계되어 있다. 빈티지의 성격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와인을 만들지만 '언제나 풍부한 뉘앙스와 개성을 지닌' 와인을 만든다고. 제초제, 살충제 등 자연스러운 포도나무의 생체 사이클을 방해하는 일체의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식재밀도는 ha 당 6천에서 8천 그루, 생산량은 프리미엄 와인의 경우 그루 당 500-800g(!), 일반적인 와인도 1.5kg을 넘지 않는다.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며, 말로락틱 발효도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여과 없이 병입하며, 어떤 인위적인 조정도 하지 않는다. 하단에 로베르토의 아들인 다비드의 이름이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연스럽게 세대가 넘어가고 있다는 방증. 

 

 

이 와인은 보에르지오의 와인 중 말석에 자리하고 있는 와인으로,

 

 

대가의 손길이 닿은 와인 치고는 참으로 저렴한 편이다. 나 같은 외벌이 직장인이 저녁 식탁에서 딸 수 있을 정도니까. 셀러에 들어있는 네비올로(Nebbiolo)와 바르베라(Barbera)들은 좋은 사람들과 열어야지.

 

 

Roberto Voerzio, Dolcetto d'Alba Priavino 2018 /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돌체토 달바 프리아비노 2018

 

붉은 루비 컬러와 어울리는 붉은 작은 베리, 석류 등의 향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뒤이어 바이올렛과 붉은 꽃잎 같은 향긋하고 싱그러운 아로마가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붉은 베리, 딸기, 라즈베리 풍미가 가벼운 미감을 타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신맛은 강하지 않고 알코올 또한 튀지 않아 풍미와 함께 작은 정삼각형을 그리는 느낌으로 밸런스가 좋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및 10개월 숙성. 오크를 쓰지 않았는데 가벼운 토스티 힌트가 느껴진 것은 왜일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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