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는 퓨전 비스트로 요수정. 셰프님 마음대로 그날의 식재료에 맞게 구성하는 믿고 맡김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메인 포스팅만 두 번째라는 얘기지, 방문 횟수는 10회를 넘길 듯.
코스는 일행이 다 모이면 시작하기로 하고, 애정하는 볶음밥부터.
빈 속을 채우기에도, 스파클러의 안주로도 적절하다. 셰프님이 원래 중식 출신이라 이쪽에는 철학(?)이 좀 있으심ㅋㅋㅋㅋ
코스 시작. 그냥 맡기는데 매번 메뉴가 바뀌어서 좋다.
멜론 스타터.
역시 스파클링이랑 냠냠... 하다가 화이트로 넘어가기 좋은 메뉴.
숙성 참돔 세비체. 근데 셰프님이 오셔서 생선을 농어라고 하셨다. 진실은? (아마도 농어...)
잘 숙성된 회도 좋지만 킥은 젤리같이 만든 소스. 수저로 긁어먹고 싶었음.
당근 라페와 새우구이를 올린 직접 반죽한 사워 도우. 기름에 살짝 볶은 당근은 적당히 아삭하게 질감을 잘 살렸다. 정말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게 잘 나온다.
로메인 시져시져 샐러드. 왜 이름이 앙탈을 부리는 거죠;;; 밸런스가 좋다.
가리비 관자와 버터 라비올리. 적절하게 익힌 관자를 한입에 털어 넣는 맛.
등갈비 간장찜. 위에 올린 다데기 같은 양념과 실파가 신의 한 수.
생 트러플 링귀니로 마무으리.
아니 디저트로 추가한 크림 브륄레로 마무으리. 이 크림 브륄레는 오크 숙성한 진판델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함께 한 와인들.
Quinta da Murta, Brut Natural 2012 Bucelas
'The wine of Shakespeare'라는 소개 문구와 셰익스피어 본인으로 보이는 인물화가 인상적이다. 이유를 찾아보니 셰익스피어 시대 영국에서 부첼라스(Bucelas) 지역의 와인이 인기를 끌었단다. 실제 셰익스피어의 작품 <헨리 6세>에 부첼라스 지역의 와인이 등장한다고. 이회토와 석회암질이 섞인 남동향 언덕에서 재배한 아린토(Arinto) 품종 100%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양조 후 병입하여 2년 반 동안 숙성한다. 브뤼 네이처(Brut Nature)이므로 도자주는 하지 않을 듯.
8년 지난 스파클링이라 거품이 잘 살아있을지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기우였다. 마지막 잔까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크리미한 기포를 타고 잘 익은 사과와 시트러스 제스트, 밀도 높은 핵과 풍미가 드러난다. 과일 풍미가 심하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완숙한 느낌으로 달콤한 과일 풍미가 드러나며 신맛은 강하진 않지만 적절히 살아 있어 입맛을 돋운다. 처음의 볶음밥이나 멜론, 다음의 생선과도 두루 잘 어울렸음.
Domaine Guilhem & Jean-Hugues Goisot, Bourgogne Aligote 2018
흰 꽃, 백도, 강한 미네랄리티, 그리고 의외로 강하지 않은 신맛. 부르고뉴 북부에서 알리고테로 만드는 와인이다 보니 가볍고 날카로운 신맛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질감과 크리미함, 그리고 뒷맛에 핵과 씨 같은 애매오묘한 씁쓸함이 남아 놀랐다. 원래 이런 와인이 맞는 건지 궁금할 정도. 언제 다시 맛볼 기회가 있으려나.
구아조(Goisot)는 샤블리 옆 생 브리(Saint-Bris)와 이랑시(Irancy) 지역에서 오랫동안 와인을 만들어 온 유서 깊은 집안이라고. 생 브리와 이랑시는 부르고뉴지만 독특하게도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드는 지역이다.
Domaine les Grandes Vignes, 100% Groslot 2018
초반엔 환원취가 살짝 드러나지만 날리고 나면 영롱한 붉은 베리와 체리, 라즈베리 풍미가 화한 허브 힌트와 함께 예쁘게 드러난다. 동글동글 질감과 가벼운 타닌, 은은한 붉은 꽃향과 미네랄리티가 매력적인 내추럴 와인. Groslot는 루아르 토착 품종인 그롤로(Grolleau)와 동일한 품종.
도멘 레 그랑 비뉴를 운영하는 바이양(Vaillant) 가족은 17세기부터 루아르 앙주(Anjou) 지역에서 와인을 만들어 온 집안으로 55 ha의 포도밭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관리하며 , 그롤로를 비롯해 피노 도니스(Pineau d'Aunis), 가메(Gamay), 슈냉 블랑(Chenin Blanc) 등 네 가지 품종에만 집중해 루아르의 떼루아를 살린 와인을 만들고 있다.
Clos du Val, Zinfandel 2017 Napa Valley
마지막은 오크향 진한 와인. 잔에 따를 때 부터 초콜레티한 느낌 뿜뿜이더니 시원한 삼나무와 정향, 시나몬, 흑연, 바닐라와 캐러멜 등 진한 오크 풍미가 전반을 압도한다. 하지만 블랙베리와 프룬 등 농익은 과일향 또한 절대 지지 않는 느낌. 풀바디, 둥글둥글한 타닌감, 묵직함.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타입이 아님에도 상당히 맛있게 마셨다. 몇 년만 더 숙성해서 마시면 훨씬 좋을 듯.
요수정은 이날도 손님이 바글바글 하던데. 조만간 새로운 장소, 좀 더 깔끔하고 화장실이 내부에 있는 장소로 이전 예정이란다. 앞으로도 계속 번창하시길.
20201116 @ 요수정(신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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