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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익선동] 무위낙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4. 25.

오랜만에 익선동 나들이. 무위낙원이라는 브런치 카페인데 저녁에는 2팀 정도만 예약제로 운영하시는 듯. 저녁에 방문하려면 반드시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 셰프에게 믿고 맡기는 오마카세 스타일의 코스로 운영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좋다. 후배가 계산을 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인당 3.9만-5.9만 사이로 운영하시는 것 같다.

 

8인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어서 더욱 좋다. 2층의 루프탑도 상당히 예쁘다니 기회가 되면 차 마시러 꼭 들러볼 예정. 

 

준비된 메뉴에 맞게 와인도 추천해 주신다. 일종의 페어링 코스 같은 개념이라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매우 좋다. 화이트 두 병을 추천해 주셨는데, 해산물 요리가 많아서 둘 다 마시기로 했다.

 

스타터는 방울토마토 카프레제. 새콤달콤한 것이 입맛 돋우는 데 제격이다.

 

둘 다 뉴질랜드의 펄리셔 에스테이트(Palliser Estate)의 샤르도네(Chardonnay)였는데, 맛있는 걸 먼저 먹기로 했다. 취하고 나면 맛을 모르니까 ㅋㅋㅋ

 

Palliser Estate, Chardonnay 2019 Martinborough

복숭아, 자두 등 잘 익은 핵과 풍미에 바닐라 오크 뉘앙스 은은하게 감도는 세련된 샤르도네. 무엇보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처럼 풋풋한 풀 향기가 드러나는데, 거칠거나 튀지 않고 신선한 인상을 더한다. 적절한 신맛과도 잘 어우러져 마실 수록 다음 모금을 부르는 느낌. 어패류 중심의 음식들과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96% 와이너리 소유 포도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손 수확해 이스트 첨가 없이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한다. 이후 리(lees)와 함께 숙성해 11개월 후 병입. 고급스러운 레이블의 이미지와 닮은 와인. 

 

문어 요리 완전 취저. 맛과 식감이 비주얼에서부터 보이는 것 같다. 

 

무난했던 새우 요리.

 

전복과 아스파라거스. 오오... 전복은 역시 버터에 구워야 제맛이다.

 

Palliser Estate, Pencarrow Chardonnay 2019 Martinborough

두 번째 와인 개봉. 펜카로우(Pencarrow)는 펄리셔 에스테이트의 엔트리 레이블로 가볍고 접근성 좋은 와인이다. 확실히 상급에 비해서는 뭔가 맛이 단조롭고 싱거운 편이지만, 싱싱한 과일 풍미가 깔끔하게 드러나며 맛과 향이 부드러워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다. 70%는 배럴에서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며(30%는 이스트 첨가?), 프렌치 오크(20% new)에서 10개월 숙성한다. 

 

관자요리. 인원 수에 맞게 4개였는데 하나는 찍기 전에 사라짐 ㅋㅋㅋㅋ

 

요렇게 먹으면 딱 맛있다.

 

백합 술찜. 고오급 백합이 넉넉하게 들어 있다. 나중에 요 국물 남은 걸로 파스타 해 주심.

 

바지락 요리 또한 일품. 술안주로 최적이다.

 

나물무침을 곁을인 차돌구이. 와인을 레드로 바꿔야 할 타이밍이다.

 

Palliser Estate, Pinot Noir 2019 Martinborough

만족스러웠던 펄리셔 에스테이트의 와인으로 계속 가기로. 검붉은 베리와 자두 등 과일 풍미가 피노 누아 치고는 둥글고 풍만한 질감에 실려 진하게 드러난다. 곁들여지는 진한 꽃과 허브향 때문에 더욱 화사하게 느껴지는 듯. 내가 피노에서 기대하는 스타일보다는 조금 과하지만, 이 날의 분위기 및 음식과는 아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펄리셔의 피노 누아는 벌써 세 번째 만나는데 계속 느낌이 바뀐다. 처음 두 번은 빈티지(2013년)가 같았는데도 완전히 다르게 느꼈었고... 역시 와인은 어렵다.

60%의 포도를 자가 소유 유기농 포도밭에서 손 수확해 사용한다. 침용 전 저온 침지(cold soak)을 진행하며 효모 첨가 없이 18%는 송이 째로 발효하며 침용 시 부드럽게 펌핑 오버와 플런지(plunged, 아마도 펀칭 다운일 듯)를 진행한다. 프렌치 오크에서 10개월 숙성.    

 

개인적으로 베스트였던 음식. 비주얼은 애매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중앙아시아 스타일의 당근 채 요리와 위의 다진 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함께 먹으면 짭짤함과 감칠맛이라는 것이 동시에 폭발한다. 

 

함께 내어 주신 버터 내음 풍기는 고소한 빵과 함께 먹으면 핵꿀맛. 아아, 또 먹고 싶다...

 

수제 소시지와 삼겹살 구이. 부의 상징인 대파를 저렇게 푸짐하게 올려 주시다니 ㅎㅎㅎ

 

 

[레드] 비네티 델 불투레, 피아노 델 체로(Vigneti del Vulture, Piano del Cerro)

이탈리아, 테이블 와인, 146,000원(2015, 750㎖), (주)와이넬

www.wine21.com

이쯤에서 와인을 한 병 더 마셨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 와이넬에서 수입하는 Vigneti del Vulture, Piano del Cerro Aglianico del Vulture Riserva Basilicata 였던 걸로 기억. 다들 맛이 강하다고 했는데 딱 그런 와인이다. 진하고 깊은 맛과 촘촘한 타닌을 기반으로 한 강건한 구조. 그러면서도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와인. 덕분에 식사비가 확 올랐다는 소문이...

 

(이베리코) 목살 스테이크 역시 굿. 음식들이 하나같이 만족스럽다.

 

마지막 스파게티까지도. 소스 자작하게 면 코팅된 것 보소... 남기지 않고 다 먹음. 

 

음식이 전반적으로 재료의 맛을 잘 살리면서 감칠맛을 극대화시키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음식 가짓수도 넘나 많아 먹어도 먹어도 물리질 않는다. 좋은 곳을 소개해준 데다 시원하가 쏴 준 후배 덕분에 미안하면서도 정말 기분 좋았던 하루. 생각을 검열할 필요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며 먹고 마실 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다. 5월 초에는 내가 보은 할 차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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