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프리미엄 와인 메이커 히킨보탐(Hickinbotham)이 하이트진로를 통해 수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와인 산지 맥라렌 베일(Mclaren Vale) 중에서도 그랑 크뤼급 밭으로 알려진 클라렌던 빈야드(Clarendon Vineyard)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생산한다.
클라렌던 빈야드에서 생산한 포도는 펜폴즈 그레인지(Penfolds Grange) 등 유명 와인에 쓰였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으며, 2012년 잭슨 패밀리 와인(Jackson Family Wines) 소유가 되면서 히킨보탐이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클라렌던 빈야드는 맥라렌 베일 최북단 해발고도 260m 정도에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맥라렌 베일의 다른 지역보다 1억 년 빠른 7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주요 토양은 오랜 시간 습곡, 단층, 풍화 작용을 받은 점토와 산화철이 많은 이암이다. 영양분이 적은 척박한 토양이라 포도를 기르기 무척 어렵다. 하지만 낮엔 해풍이, 밤엔 산풍이 불어와 포도가 천천히 완숙할 수 있는 기후는 재배에 유리한 포인트다. ‘호주 와인 양조학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롭 히킨보탐(Alan Robb Hickinbotham)의 아들 앨런 데이비드(Alan David)가 1971년 히킨보탐 클라렌던 포도원에 보르도와 론 지역 포도 품종을 심고 관개를 하지 않고 나무를 길러 최상의 포도밭을 조성했다.
왼쪽이 맥라렌 베일 전체 지도. 오른쪽은 동북부 귀퉁이인데 분홍색 점을 찍은 부분이 히킨보탐 와이너리가 있는 곳이다. 와이너리 위아래로 펼쳐진 밭들이 아마도 클라렌던 빈야드일 듯.
현재 히킨보탐 수석 와인메이커는 카베르네와 카베르네 중심 블렌딩 와인 전문가인 크리스 카펜터(Christopher Carpenter). 그는 미국 나파 밸리 컬트 와인 카디날(Carninale), 로코야(Lokoya) 마운트 브레이브(Mt.Brave)를 20년 가까이 만든 인물이다. 2017년부터 크리스 카펜터가 미국 나파 밸리에 있는 동안에는 양가라(Yangarra)의 와인메이커 피터 프레이저(Peter Fraser)가 와이너리를 책임진다. 그는 론 품종인 그르나슈와 쉬라즈 전문가로서 2016년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로부터 <올해의 와인 메이커 Winemaker of the Year>로 선정된 인물. 또한 원예 육종 전문가인 마이클 레인(Michael Lane)은 양가라에 이어 2012년부터 히킨보탐 포도원을 관리하고 있다.
히킨보탐(Hickinbotham), 맥라렌 베일의 정기(精氣)를 담은 와인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는 마스터 오브 와인 앤드류 까이야르(Andrew Caillard MW)가 호주 와인 그랑 크뤼 포도원으로 평가한 곳이다. 과거 이곳 포도는 호주 특급 와인인
www.wine21.com
와이너리에 대한 상세 소개는 정수지 기자님 기사 참고.
시음한 와인은 총 네 가지.
- 더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 2016 (The Revivalist Merlot 2016)
- 트루맨 카베르네 소비뇽 2016 (Trueman Cabernet Sauvignon 2016)
- 브룩스 로드 쉬라즈 2016 (Brooks Road Shiraz 2016)
- 더 피크 카베르네 쉬라즈 2016 (The Peake Cabernet Shiraz 2016)
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 The Revivalist Merlot 2016 McLaren Vale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 더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 2016 맥라렌 베일
달큰한 붉은 자두, 검은 체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아로마에 매콤한 스파이스, 우아한 정향 허브, 달콤한 바닐라 향과 흑연 힌트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니 둥글고 부드러운 타닌과 균형을 이루는 신맛, 세이버리한 풍미. 미디엄 풀 바디에 피니시가 길게 남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우아하면서도 즉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손 수확한 포도를 줄기를 제거하고 포도알을 선별한 뒤 부드럽게 압착했다. 낮은 온도에서 침용 후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하고, 매일 펌핑 오버(pumping over)를 진행한다. 21일간 침용 후 프리런 주스만 보르도 산 배럴(25% new)에서 15개월 숙성한다.
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 Trueman Cabernet Sauvignon 2016 McLaren Vale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 트루맨 카베르네 소비뇽 2016 맥라렌 베일
리바이벌리스트에 비해 좀 더 풋풋하고 매콤한 스파이스와 민트가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을 드러내는 듯.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라즈베리, 자두 풍미. 입에서는 쫀쫀한 타닌이 입안을 꽉 조이며, 벨벳 같은 질감과 탄탄한 구조감이 일품이다. 아직 조금 덜 열린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와인의 품질과 매력은 슬쩍 보이는 기분. 카베르네 스페셜리스트인 크리스 카펜터의 포스를 느낄 수 있다.
리바이벌리스트와 비슷한 양조 과정을 거치는데, 껍질 접촉 기간은 18일로 짧다. 보르도 산 오크(65% new)에 18개월 숙성.
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 Brooks Road Shiraz 2016 McLaren Vale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 브룩스 로드 쉬라즈 2016 맥라렌 베일
붉은 꽃 향기에 약간 미티한 뉘앙스가 스친다. 블랙베리, 블루베리, 프룬 등 완숙한 검은 과일의 달콤한 풍미. 하지만 입에서는 드라이한 인상이 지배적이다. jammy하거나 두툼하지 않고 적절히 완숙한 검은 베리 풍미를 단정하게 보여주며, 스윗 스파이스와 허브, 삼나무 뉘앙스와 다크 초콜릿의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훌륭한 와인인데 아직 음용하기는 이른지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느낌이다.
손 수확해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절반 정도 으깬 상태로 발효조에 넣는다. 저온에서 침용 후 히킨보탐 와인 중 유일하게 발효조 위로 올라온 머스트를 눌러주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쉬라즈의 특성을 최대한 얻는다고. 껍질과 16~21일간 접촉한 뒤 가볍게 압착해 배럴로 옮겨 부르고뉴 산 오크(30% new)에서 15개월 숙성한다.
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 The Peake Cabernet Sauvignon Shiraz 2016 McLaren Vale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 더 피크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2016 맥라렌 베일
향긋한 붉은 꽃과 상쾌한 민트 허브 아로마, 삼나무, 바닐라, 토스티한 향과 잉키(inky)한 뉘앙스. 입에 넣으면 적당한 타닌감과 상쾌한 산미, 세이버리한 미감의 조화. 블랙커런트, 검은 체리, 블랙베리 풍미에 밀도 높은 허브향이 매력적으로 감돈다. (미디엄) 풀 바디에 구조감 탄탄한 장기 숙성형 와인. 아직 곁을 내어주지 않는 느낌이 강하다. 친해지려면 여우에게 다가가는 어린 왕자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듯.
카베르네 소비뇽 57%, 쉬라즈 43% 블렌딩. 손 수확해 줄기 제거 후 각각 18일 동안 침용해 양조한다. 쉬라즈는 100% 새 부르고뉴 오크, 카베르네 소비뇽은 100% 새 보르도 오크에 15개월간 숙성 후 블렌딩 했다.
확실히 훌륭한 와인들이다. 훌륭한 만큼 가격도 높다는 게 함정.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고 구매 여력도 충분한 분들이 분명 존재하니까. 혹은 존경하는 분을 위한 선물용으로도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을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